나트랑 Day 40ㅣ04. August. 2024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인간이 최후의 승자다.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반까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돌아가야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이 더우니 좀 더 있다가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무비자로 있을 수 있는 기간이 45일이기에 더 머무를 여력이 없다.
아마 내가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이제는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일 거다. 나트랑에서 장마도 잘 피했고 더위도 충분히 느낀 거 같다. 한국은 8월 중순만 넘으면 더위가 가시면서 가을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살만한 계절,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는 시기, 단풍 핑계로 놀러 갈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듯 계절이 변화함으로써 인간은 그에 맞는 준비를 하고 준비를 함에 있어서 생각의 전환과 기분의 전환 그리고 왠지 모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면 다 좋아질 거라는 그런 기대감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늘 여름이다. 어느 정도의 온도차는 있을 수 있으나 거기서 거기고 기껏해야 건기와 우기의 차이가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여기는 그냥 사는 느낌이다. 늘 같은 옷을 입으니 정체성 변화의 느낌도 갖기 힘들다. 단풍을 보려면 큰돈 들여서 다른 나라에 가야 한다.
베트남 평균 월급이 30만 원인데 한국 단풍 구경을 가려고 왕복 비행기를 타려면 50만 원이 소비되니 어림도 없다. 그래서 그냥 산다. 변화 없는 세상이니 자신도 변화가 필요 없다는 듯이 사는 거다. 그래서 여기 50대 어른들은 길에서 자고, 오토바이 위에서도 자고, 배 까고 길거리에서 장기도 두고, 카페에서도 배 까고 잠담만 한다. 생각해 보니 여기 50대 남자들은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쓰레기 청소도 다 여자들이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 올림픽이 1988년도에 있었다. 베트남이 공산국에서 벗어난 때가 1986년도다. 베트남도 작정했다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후진국이다. 배 까고 길거리에서 잠만 자는 어른들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계절의 변화가 없기 때문도 있는 거 같다. 단순히 덥기만 한 개념만은 아닌 거 같다. 그러니 우리 인생도 이런 강제적 변화가 있어야 좋은 거 같다. 그래야 (강제로 변하는) 계절을 준비하듯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는 옷을 준비하듯 나이에 맞는 옷도 준비하고, 계절에 맞게 놀러 가듯 나이에 맞는 여행도 준비하며, 계절에 맞는 말을 하듯 나이에 맞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계절에 맞는 감정을 느끼듯 나이에 맞는 감정으로 사람들을 대할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다.
우리 인생도 계절이 변하듯 나이를 먹음으로써 변하는데 우리는 늘 이대로 살아가는 듯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 인생을 준비하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물질만능주의 나라답게 50대가 되면 벤츠를 타야 한다고 정한 것도 있긴 하다. 그게 맞고 틀리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인생의 변화에 준비해야 하는 조건은 맞으니 말이다. 하지만 50대에 벤츠를 타면 20대 아반떼 운전자와 사고가 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어가주는 마음가짐도 필요한 것이다. 벤츠(물질)만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을 표현할 언어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벤츠도 50대의 준비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벤츠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과 그걸 표현할 언어만 준비해도 된다. 3개 중 2가지 변화의 조건은 챙겼으니 말이다. 벤츠만 챙기면 하나밖에 준비하지 못한 건데 말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물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질만 있으면 된다고 착각을 넘어 환상에 사로 잡혀 사는 것 같다. 돈만 있다면 대한민국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아니다. 다만 편리한 건 맞다. 하지만 편리는 좋음의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절대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돈만 있다면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곳으로 살러 갈 거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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