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쨩 Day 39ㅣ03. August. 2024
아이는 어른을 인간답게 해주는 마법이 있다.
수영장에서 딸아이 하나를 둔 러시아 가족이 놀고 있었다. 아이는 작아서 양쪽 팔에 튜브를 달고 수영 놀이를 했다. 하지만 튜브 한쪽이 빠지고 그 튜브는 수영장을 넘어 수로에 빠졌다. 아빠가 달려갔지만 손을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 튜브는 어쩌다 수로 끝쪽으로 오게 되었고 마침 내가 그쪽에 도착했을 때 발견했다.
나는 그 튜브를 건져서 애써 그 가족이 노는 곳까지 찾아가 나머지 튜브가 있는 곳에 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돌아오고 나니 그 아이는 양팔에 튜브를 끼고 다시 아빠랑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 아이는 아빠랑 뱅글뱅글 놀이는 하고 있는 와중에 나와 애써 눈을 마주치면 엄지 척을 해주었다. 나도 답례 엄지 척을 날렸다.
하지만 그 부모는 나에게 간단한 눈인사도 하지 않았다. 누가 어른의 자세를 가진 걸까? 그 인사가 어린애니까 가능한 것이라면 어쩌면 어린이가 더 어른이 아닐까?
저출산의 위기를 경제적, 군사적인 면에서 해석을 하지만 나는 오늘 어쩌면 저출산의 가장 큰 위기는 아이들로부터 어른들이 배워야 하는 예의를 더 이상 배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예의를 배우는 문화가 없는거 같다. 내 기억 속에서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심지어 아이들이 예의를 차리는 모습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번 나쨩살이에서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은 1인 35,000동 맞은 편집에 밥을 먹으러갔다. 과연 1인 35,000동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가끔 가격표를 보면 25,000동이 가끔 보이는데 그런 집은 솔직히 밥 먹으러 가기가 좀 그렇다. 그래서 35,000 동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5,000동을 뛰어넘어 35,000동 가격 측정은 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오늘 간 밥집에서 그걸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짐작이 맞았다. 가격이 30,000동이었다. 심지어 반찬도 좀 더 위생적으로 보였고 밥그릇이랑 반찬 그릇을 따로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 접시에 밥과 반찬이 나오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중에 섞이면 보기 좀 그렇게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남아에서의 그런 비주얼은 더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아무튼 우리는 오늘 동네 밥집이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너무 적은 금액이라서 이 사실을 알아도 신경도 쓰이지 않는, 그냥 정보하나 알았다는 기분정도만 느꼈다.
베트남 평균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300,000원이다. 그러니 300원은 월급에 0.1% 다. 우리나라 3백만원 월급으로 치면 3,000원 올려 받은 거다. 두 명이니 6,000원 더 벌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차피 두 번 올 사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같은 관광객에게 이런 정도의 융통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고작 300원이지 않는가. 그 돈 벌어서 아무짝에도 필요 없을 거다. 그 돈 모아서 저축한다고 한들 티도 안 날 테니, 하지만 나름 누군가를 속여서 오늘 하루의 기쁨을 누렸다면 이런 후진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겠는가.
*사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대놓고 팁이랍시고 최고 25%의 돈을 아주 당연하게 뜯어가는 서구권, 더군다나 선진국도 있는데 말이다. 이런 건 그냥 그렇구나.. 하고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이 맞는 거 같다. 사기라고 한다면 되려 팁문화가 더 사기라고 봐진다.
솔직히 더 맛있고, 더 위생적이고, 더 정갈하게 나온 음식점이었다면 5,000동 더 내고 그 집을 갔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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