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나짱살이 2024

나쨩 Day 32ㅣ27. Jul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7. 28. 03:22

나쨩 Day 32ㅣ27. July. 2024

 

목수가 그림을 배우는 이유는 화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한 목수가 되기 위해서다.

 
 
아침 수영을 마치고 점심 겸 산책을 하려고 옆동네로 갔다. 지난 저녁에 살짝 들렸었는데 아침에 오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점심은 여기식 또 다른 식사를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두 번은 안 갈 거 같다. 그리고 동네 산책을 나섰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은 동네여서 기분이 좋았다. 골목을 감싸는 우거진 나무가 너무 멋있고 그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서 동네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곳곳에 있는 카페들도 예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다음에는 D40을 들고 와서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 폰으로 인해서 요즘 우리는 필요한 곳만 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가끔 이런 길을 잃어버리기에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경험이 인간의 감성을 충전시켜 주기 때문이다. 대체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어쩌다 하는 성공은 실패의 경우도 다 감싸준다.
 
그렇게 산책을 다하고 돌아와 낮잠을 잤다. 대체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데 요즘은 낮잠을 잔다. 운동을 아침, 저녁으로 하니 몸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로 체력이 증진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사실 영어공부를 해야하는데 영어 빼고 다 하는 거 같다. 생각의 깊이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듯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런던과는 다르게 현지인들과 부담이 없으니 외국인으로 살아보기에 대한 감각도 늘어나는 듯하다.
 
아무튼 영어만 잘하면 만사 OK가 될 시점은 온 거 같다.
 
저녁에 간 GYM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다들 놀러 간 느낌이었다. 어제는 금요일이라서 그런가 많았는데 말이다. 대충의 흐름도 파악이 된다. 
 
운동을 마치고 모처럼 핫도그가 먹고 싶어서 아파트 단지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피자와 햄버거를 파는 가게도 발견했다. 분위기도 괜찮아 보여서 다음에 오기로 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는데 가다 보니 핫도그 먹을 바에야 햄버거를 먹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 가게로 돌아갔다.
 
1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주문을 받으러 오는 것도 느리고 뭐가 좀 어설펐다. 신규오픈인가 생각이 되었다. 알고 보니 2층이 있었고 2층에 손님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거기에서 모든 것이 행해지는 느낌이라서 1층을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였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 모두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시키고 기다렸다. 8시가 되니 자리에 있던 러시아 청년이 앞으로 나가 노래를 불렀다. 라이오넬 리치의 Hello를 부를 때만 해도 좋았다. 2곡 정도는 기분 좋게 들었다. 근데 계속 불렀다. 중간에 햄버거가 나왔고 먹으면서 들었다. 나는 제일 앞자리만 등을 돌리고 있는 자리여서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나이 든 남자 어른 손님들은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그나마 곡이 끝날 때 간혹 들리던 박수도 끊겼다. 관심을 두는 몇 안 되는 여자손님들도 관심을 끊었다. 다들 노래에 지쳐버렸다. 그렇게 그 러시아 가수는 자기 세계에 심취해 30분을 불렀다.
 
대충 3곡 부르고 들어가면 딱인데 한 7~8곡은 부른 거 같다. 러시아 노래도 있었는데 러시아 손님들이 그렇게 외면할 줄은 몰랐다. 잔잔하게 가게에 어울리는 노래가 아니라 자기감정에 취해서 가창력을 뽐내는 노래를 부르니 그렇게 된 거 같다. 
 
사실 이 가게는 인도요리 가게다. 근데 다들 햄버거와 피자만 시켜서 먹었고 인도 노래도 아닌 러시아 청년이 미국팝을 중심으로 복면가왕에서나 볼 수 있는 가창력을 뽐내는 자리까지 있다는 것은 참 이국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주문도 늦게 받고, 햄버거는 퍽퍽하고, 노래는 시끄럽고 그랬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가게였다. 그런 환경에서도 아주 친절하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도 보기 좋았고, 작정하고 알고 들어간 것이 아니기에 뜻밖에 라이브 무대가 신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 세계에 빠져서 노래 부른 러시아 청년이 지금 우리 시대의 청년들과는 다른 모습이기에 기분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꿈을 좇는 건 좋은 건데 우리는 그 꿈을 최고가 아니면 필요 없다고 치부하고 살기에 요즘 이런 청년을 보기 힘들다. 사실 최고가 아니어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다 그 나름의 수준에서 살아갈 방법이 있고 행여 나중에 다른 길을 찾게 되더라도 그래도 노래 잘 부르는 목수가 되는 것이 그냥 먹고사는 목수보다 더 행복한데 말이다.
 
느낌에 그 청년은 여행을 하면서 노래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도 음식점에서 그런 노래를 자기감정에 빠져서 계속 부를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뭔가 계속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인생은 계획대로 사는것보다 가끔 이렇게 변칙을 주는 것이 감성을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은 확실하다.

[iPhone 15 프로 맥스] 노래방 기계로 정말 열심히 불렀다. 이러다 마지막 노래는 스틸하트 She' gone 부르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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