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06 (01. December. 2023)
인생은 코스가 정해진 마라톤이 아니다. 길이 없는 장거리 수영이다. 인생은 3차원에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축을 넣은 세상이다.
일행의 첫사랑이 런던에 왔다. 10년 전 학교 다닐 때 잠깐 썸을 탔던 여자였다. 당시 일행은 세계적인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자만심에 그 여자에게 거만하게 굴었다. 그 여자도 같은 학교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끝이 났다. 그 뒤로 일행은 체레포베츠(가명)를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다시 연락하면 좋으려면 그럴 수 없다. 체레포베츠는 미국 기업에 취업을 해서 런던에 와 있는 것이다. 출장인지 파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많은 나라 중에, 그 많은 도시에서, 수많은 시간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은, 인연은 인연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심지어 우리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날 체레포베츠는 바로 옆 리젠트 파크에 있었다. SNS는 동물에게 있는 초능력의 역할을 대신하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그에 반해 일행은 무직자다. 일을 하지 않다도 되는 상태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삼성은 아니기에 당당한 무직자는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런던에 발붙여보려고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의 연봉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체레포베츠에게 연락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당시 나는 일행에게 체레포베츠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일행은 이미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며 주변만 어슬렁 거렸다. 네가 먼저 눈빛을 줬고 나도 눈빛으로 답을 했으니 네가 먼저 만나달라고 하면 만나주겠다는 심보로 그랬다. 프랑스까지 따라가서 SNS로 자기 여기 있다는 신호만 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매일 배부른 만족한 삶을 살면 10년 뒤는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릴거다. 매일 잘만큼 자고 대충 뒹굴뒹굴 거리며 웃으면서 살면 10년 뒤는 반드시 실업자가 되어 있을 거다. 만족하는 삶의 연속인데 왜 우리는 10년 뒤에는 반드시 불행해질까? 하루하루를 행복(만족)으로 엮어서 사는데 말이다.
하루하루 본능에 만족하면 살면 우리 삶은 가라앉는다. 나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은 그리 완벽한 비유는 아니라고 본다. 코스까지 정해진 2차원적 비유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은 장거리 수영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심지어 길도 없다. 이게 인생이다. 조금 가라앉으면 곧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완벽한 방향을 찾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면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해서 고뇌하는 기간이라고 스스로를 기만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시간이 또 지나면 남들이 대박 치는 것을 보고 저것이 길이라며 따라 하다가 망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숨 막혀 죽을 듯한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사회에서 사라진다.
그나마 직장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그러면 그 직장에서 숨막혀도 인터넷이라는 허파로 숨을 쉬면서 먹고살 수는 있다. 하지만 직장이 없으면 부모님 발목을 부여잡고 같이 가라앉는다. 주변의 모든 것을 다 잡아서 가라앉는다 마치 블랙홀처럼 말이다.
만약 일행이 내 말을 듣고 학자가 되기 위해서 하루하루 불만족스럽고, 자괴감이 드는 고생을 했다면 지금쯤이면 교수가 됐을거다. 일행의 동기는 석세스 대학교 교수를 하고 있다. 그렇게 바라던 영국 생활을 교수로서 하고 있을 거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일행이 동기 대신 지금 교수를 하고 있다면, 첫사랑이 1시간 거리에 있다는 소식을 알고 바로 연락을 해볼 수 있을 거다. 최소한 연락만이라도 말이다.
뭘 할지 모르면 영어라도 원어민 수준으로 올리라니 외국인은 그렇게 안된다고 하며 안했다. 계속 교수를 목표로 할 거면 인문학은 학교와 상관없이 공부하는 거니 계속 공부를 해두라고 했지만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거라고 하며 전혀 하지 않았다. 석사를 다시 갈 때는 사회학을 해서 기존에 배운 것과 접목을 하라고 하니 두 번 배우면 더 쉬울 거니 옥스퍼드 박사가 될 수 있다고 하며 같은 과로 같는데 추천서도 받지 못했다. 그동안 학과 공부는커녕 영어공부도 하지 않았으니 그때와 다를 게 없다고 해도 듣지 않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안다. 1 + 1 = 2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걸 알면 인생을 어느 정도 파악한 거다. 생각을 담은 블로그라도 운영하라고 하니 남에 말이나 옮겨적고 내가 평소해 하는 충고나 옮겨 적었다. 자신은 듣지도 않는 충고를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살아갔다. 그리고 지금 일행은 무직이고 아버지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첫사랑이 1시간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는 인생을 순간만 사는 삶을 살고 있는거 같다. 물론 무조건 불만족스러운 삶을 산다고 해서 10년 뒤에 좋은 결과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그에 맞는 고생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야 10년 뒤에 만족하는 삶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방향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바로 런던으로 온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실수를 통해서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파악한 건 있다. 이런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 다른 방향을 찾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이런 실패의 과정안에서 다른 부분은 만족스럽고 부가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건 혜택이다.
지금 나는 영어를 공부하다는 것은 불만족스럽지만 계속 한다면 나는 10년 뒤에는 아마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중일 거다. 그리고 공부의 재료는 여기에서 경험하고 알게 된 만족스러운 부분일 거다. 물론 다 돈이 있다는 전재이지만 말이다.
먹방 유튜버가 800만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 얼마전에 알았다. 사실 꽤나 놀랐다. 대한민국이 맛집맛집 그런지는 오래지만 그렇다고 먹는 걸 대신 먹어주는 방송이 그렇게나 인기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다. 심지어 저 많은 음식을 혼자 다 먹는 것을 보고 나는 옛날에 신기한 거 보여주며 돌아다녔던 디지털 유랑극단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우리나라가 항아리(사방이 막힌) 형태의 구조를 지닌 국가라고 해서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언어적으로 갇혀있는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느끼기에 돈돈거리고 몸짱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파악하지만(day 100일 내용) 먹는 방송에 대한 열풍까지 간 건 그리고 그것이 꽤나 오랜 기간 동안 그랬다는 것은 왠지 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치 한국전쟁의 상극에 있는 전쟁인 풍요와의 전쟁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불만족스럽고 약간은 불안한 삶이 우리를 더 발전적으로 만들고 10년 뒤에는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학교만 믿고 사교육으로 지식을 채워넣어서 대학을 졸업해도 끈기를 모르고,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고뇌를 모르고,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손해를 볼 줄 모르는 인간으로 성장을 하다면 결국 남는 건 하이브리드 실업자와 디지털 원시인, 고학력 문맹인만 남는 세상이 될지 모른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말이다.
(side talk)
나는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일행에게 다시 첫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살아가라고 했다. 항상 거기에 준비를 해두라고 했다. 그러면 기회가 올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왔다. 하지만 하루하루 만족한 일상을 살아간 일행은 오늘 그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인생은 계속 진행된다. 그리고 이혼도 흔하다. 다음 준비는 첫사랑이 결혼을 해서 애를 낳고 이혼을 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으니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는 차승원 같은 아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10년 뒤에 다시 기회가 올 거다. 물론 직업은 기본이다.
인생은 10년 뒤의 목표를 향한 불만족스러움의 수고가 담긴 일상이 모여서 행복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10년 뒤에 다시 10년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2번째 설정부터는 반드시 그 수고는 반으로 줄어든다. 처음 10년이 어려운거다.
https://spike96.tistory.com/16464434
'경험 쌓기 > 런던살이 2023-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던살이 Day 108 (03. December. 2023) (32) | 2023.12.04 |
---|---|
런던살이 Day 107 (02. December. 2023) (23) | 2023.12.03 |
런던살이 Day 105 (30. November. 2023) (21) | 2023.12.01 |
런던살이 Day 104 (29. November. 2023) (27) | 2023.11.30 |
런던살이 Day 103 (28. November. 2023) (19) | 2023.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