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08 (03. Dec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2. 4. 08:35

런던살이 Day 108 (03. December. 2023)

 

자녀들은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부모가 공부를 해서 자녀의 타이밍을 맞춰줘야 한다. 최고의 사교육은 가정교육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발목 운동을 하면서 유튜브를 보는데 오늘은 한국 채널의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흘려듣던 요가 방송을 들었는데 영어가 왠지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행들에게 이거 어떤 현상이냐고 물으니 영어가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일단 친숙해지는 과정이 걸리는데 그 과정을 채운 거 같다고 했다. 하긴 100일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만약 내가 런던이 아닌 한국에서 지금처럼 영어를 접하고 공부를 했다면 이런 현상이 생겼을 거 같냐고 물으니 그건 아닐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가가 아니면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영어가 되지 않으니 숙소에서는 한국어를 쓰긴하지만 한국어가 들리는 빈도수는 확연히 줄었기 때문에 그럴 것도 같다. 그리고 어느 뇌과학자가 말하길 뇌는 그 공간에서의 네트워크화가 이뤄진다고 했으니 그런 현상도 도움이 분명 되었을 거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러다가 박찬호처럼 한국어를 잊어버리고 심지어 한국어 발음도 이상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하니 한국어 발음은 일단 재치고 한국어를 잊어버리는 손해는 있을 거라고 했다. 다들 겪었다고 했다. 이건 나에게 심각한 문제다. 나에게 있어서 생각을 하는 능력은 중요한 덕목인데 영어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영어가 짧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어로 구조화해 낸 생각들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자유론을 원서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곤란한 입장이 되었다. 

 

요즘 일기를 쓰는데 살짝씩 버퍼링이 걸린다. 방금도 '한국어로 구조화해 낸 생각들'이라는 문장이 뱅뱅 돌아서 한번에 써나려가지 못했다. 아무튼 일행은 결국 영어는 덕질이라면서 자신이 가르친 초등학생중에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해서 영어를 너무 잘하게 된 학생이 있는데 감정을 받아보니 고2 수준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도 요즘 생각하는 내용이 인간을 원자화해서 그 본인을 원자핵이라고 가정을 하고 주변의 영향있는 사람들과 물질과 정신적 재산을 전자라고 가정을 했을 경우의 현상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기에 유튜브 채널에서 Atom Theory를 검색해서 방송을 보니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편하게 끝까지 시청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채널에서는 참 재미없게 하는데 외국 방송은 애니메이션이 참 재밌게 만들어져서 있어서 좋았고 그리고 일부 내용들은 어느 정도 아는 수준이라서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끝까지 듣고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너무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편중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영어 공부 채널만 보게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결국 다시 말하지만 이런 효과를 바라고 영국에 오는 건 가성비가 너무 맞지 않다. 이럴 때는 정말 궁금해하는 것이 많은 것이 정말 좋은 장점 같다. 꼭 영어가 아니어도 보고 알아가는 것이 많으니 그래도 돈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이런 생활을 해보는 것은 무조건 해봐야 한다. 그래야 추억이 남아서 죽을 때 삶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결혼 전에 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결혼하면 배우자와 해야 하는데 생계를 다 뿌리치고 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겠는가! 

 

아무튼 일행은 박사나 교수들도 그렇게 오랫동안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생활을 해도 영어가 늘지 않는 것은 이미 한국어로 자신의 이론에 대한 생각의 구조를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영어를 접하게 되니 영어를 한국어 생각 구조에 흡수를 시키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만약 흡수를 시켜버리면 다시 구조를 쌓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시작하는 거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언어는 서로 단어만 치환이 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극복하려면 나 같은 경우는 기간을 오래 두고 공부를 해야 하고 영어가 어느 정도 되면 내 생각의 근간이 되는 철학서를 접하면서 공부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뭔가 살짝 억울한 느낌도 드는데 결국 모든 문제는 밸런스라는 뜻이 된다. 적당한 시점에서 영어를 공부해야 같이 균형 있게 발전이 된다는 것인데 그게 나이라기보다는 생각이 트일 때 약간의 영어를 할 줄 아는 시점에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해야 시너지가 발산이 된다는 뜻 같으니 결국 어릴 때 생활영어 정도는 거침없이 말할 정도는 돼야 생각이 트일 때 함께 성장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의 나에게는 되려 방해가 된다고도 봐야 하니 말이다.

 

(side talk)

 

일행이 에세이를 쓰는데 근거 논문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 박사들이 쓴 논문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역시 인문학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