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05 (30.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2. 1. 09:18

런던살이 Day 105 (30. Novemver. 2023)

 

겨울은 인위적인 것이 좋은 거 같다. 

 

[니콘 D40] 바이런 햄버거는 다시 맛보고 싶은 버거집이다.


오늘 야경 탐방은 코번트 가든이다. 나는 사실 코번트 가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명성에 비해서 별로 볼 것도 없고 맛있는 걸 파는 것도 아니고 쪼끄만한 애플 마켓 하나 있는 거 가지고 생색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야경은 본적이 없었으니 확인차 들렸다. 일행이 학교를 일찍 마쳐서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만났다. 아무리 런던 겨울이 해가 짧다고 해도 3시는 해가 있다. 그래서 점저를 먼저 먹으려고 알아둔 한식당을 가려고 했으나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서 근처에 있는 바이런 햄버거 집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햄버거는 브랜드에 따른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 이 집의 햄버거를 맛보고서는 햄버거도 맛의 차이가 나는 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먹어본 햄버거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코번트 가든에서 플랫 아이언 말고 가야 할 집을 찾아서 너무 기뻤다. 플랫 아이언도 완벽히 가야 할 맛집에 들지 못하는 정도인데 아이스크림을 주니 마지못해 간다는 느낌으로 찾는 집인데 이런 와중에 맛집 하나 더 알아두니 코번트 가든에 온다는 안전성을 확보한 느낌이다. 여기에 가지 못한 한식집의 감자탕이 맛있다면 가끔 들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점저를 맛있게 먹으니 해가 져서 야경을 구경하러 갔다. 역시나 규모가 작은 코번트 가든은 볼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하나가 너무 보기 좋다. 종 모양을 크게 만들어 천장에 달아놓은 모양이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여차해서 햄버가가 맛이 없었다면 좀 그랬을지 모르지만 점저도 맛있게 먹은 상태에서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점저를 맛없게 먹었다면 아마 인스타용 시장이군..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시내거리는 사람들이 빛을 즐기는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줄 서서 사진을 찍기 위한 곳이라는 느낌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워 브릿지 - 리젠트 거리 - 코번트 가든을 가면서 느낀 건 압도적 건축물을 본다는 것에 대한 경외감은 단순히 조명만으로 아름다움을 치장하는 것보다 더 벅찬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이다. 무조건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건 아닌 거 같다. 거기에 인위적이 무언가가 있어야 더 아름다운 거 같다. 물론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며 압도당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위대한 건축물도 그에 못지않으며 빛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간이 만들어 낸 야경 또한 인간의 마음속에 벅참을 심어 놓기에 충분하다. 겨울은 특히 더 그렇다.

[니콘 D40] 종이 크게 나오는 사진으로 올릴지 고민을 하다가 이 사진이 더 크리스마스 분위가 느껴져서 최종 선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