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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살이 Day 88 (13.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1. 14. 09:56

런던살이 Day 88 (13. November. 2023)

 

성숙한 연애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람이다. 생존 문제를 연애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좀비다.

 

 

* 철학(시식, 지혜)의 공백으로 우리는 섹스를 너무 죄악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서 이런 웰메이드 드라마는 만들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고, 저품격 실장님 드라마는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서 자아를 잃어버린 좀비를 만들내고 있다.

 

 

오늘 죄책감에 보지 못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다 봤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좀 처지는 감이 있어서 기묘한 이야기처럼 시즌 4는 만들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든다.

 

우리는 누굴 만나면 당연히 잘될 거만 생각하고 만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히 어린 나이에 만남은 이별이 정해진 만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친구 관계도 그러니 연애 관계는 거의 100%다! 그걸 인지하고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것이 서로를 악당으로 몰고 가는 원인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자아를 찾는 순간 그 길로 가게 되어 있다. 그게 진짜 자아인지 학력이나 직장, 직업에 따른 사회적 자아인지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일단 자아를 찾을 길을 찾으면 가지 않을 사람이 없다. 메이브는 작가의 길을 찾았다. 오티스는 그런 메이브를 놓아주었다. 상대방이 자아를 찾겠다고 하는데 그걸 붙잡고 이게 사랑이냐? 너는 나를 이용만 한 거냐? 등등의 말로 상대방을 기만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상대방을 통해서 자아를 덮어쓰기 하려는 태도다. 그 사람이 있기에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해지고 물리적 살길도 보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자기 옆에 붙잡아두려는 가스라이팅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협박일 뿐이다.

 

심지어 이런 사회분위기로 인해서 살인도 심심치 일어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이건 우리가 사랑이라는 정의를 이런 드라마로라도 내리리 못해서 그런 거다. 우리나라는 재벌 3세 실장님이 가난하지만 예쁜 여자를 구해줘야 사랑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돈을 좇지 말라는 국가철학이 사라진 지금은 드리마 공식을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드라마 내용을 진리로 받아들인 대한민국은 이제는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꽤나 교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는 입에 함부로 담지 못하는 섹스라는 주제로(심지어 원제도 Sex Education) 연애의 궁극적 목적을 섬세하게 다루며 성숙한 연애의 엔딩으로 마무리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같은 드라마는 OTT 서비스로라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런 드라마 내용을 흡수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들일까? 사실 이런 연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은 이미 내가 지난 글에 올렸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런 연애는 없다고 했다. 헤어진 서울대 남자 친구나 다시 만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 한 말이다. 물론 이 사람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에게 이 드라마를 소개한다면 우리나라 드라마는 진리로 받아들이면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같은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니까.. 좋은 마무리였다..라는 식으로 넘길 거다. 인종이 다른 영국 드라마니 영국에서나 하는 연애 스타일로 치부하면 끝이다. 

 

같은 드라마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주인공의 인생을 구원해 주는 드라마는 신봉하면서 성숙한 연애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보내주는 연애는 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삶을 추구한다. 이게 기본이다. 인간이 동물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 1%의 인류적 존재들 때문이다. 그 존재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가공해서 보편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서 전기 같은 세금의 형태로든 아이폰 같은 상품으로든 만들어내서 우리 삶과 손아귀에 쥐어주니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거지 세상의 그 1%의 인류적 존재가 애초에 없었다면 우리는 사자가 사냥한 사슴고기를 숨어서 바라보며 하이에나가 얼른 사라져 주길 바라며 독수리가 조금이라도 남겨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군침만 흘리며 사는 존재에서 그리 발전하지 못했을 거다. 심지어 이들이 지금에서라도 사라지면 우리는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 1%의 인류적 존재가 없는 북한 같은 나라나 아프리카 같은 대륙의 삶을 보면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런 1%의 철학자, 인문학자가 없고 세계는 점점 이런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분명 인문학 쪽에는 확실히 그러하다. 이제는 이들도 구글의 자식들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보통의 사람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추구해 왔고 그 DNA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그런 상황에서 드라마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해지는 방법이나 가르쳐주고 순박할 때는 그러며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우리라나는 순박한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자기 수준에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으면 놓아주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그렇게 헤어지면 서로 악당이 되는 거다. 사랑에는 누구의 잘잘못이 없다고 정의하는 사회 분위기를 적당히 이용하면 자신의 잘못도 적당한 선에서 무마되기도 한다. 심지어 비슷한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자기 잘못은 감추고 상대방 욕만 하면 자신은 착한 사람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그러니 변화가 없는 거다. 자신을 기만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돈많은 사람들이 다들 자아를 찾으려고는 하지 않을 거다. 오히려 돈 없는 사람보다 더 찾지 않으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행복해지고 싶다.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상대방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이 아니라 내 등이나 처먹고 살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챈다면 당연히 헤어지고 싶을 거다. 

 

결국 글의 내용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건 대한민국에서는 자아를 찾는다는 개념이 없어진 거 같다. 그런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자존감이 낮다는 말만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자존감을 찾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부자나 사회적 강자를 만나서 그 옆에 있으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인 양 아무것도 안 한다. 그냥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고 그러니 상대방 보고 알아서 나를 상대하라고 하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보다 록키(마블 TV 시리즈, 이것도 오늘 다 봄)를 먼저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록키가 주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서 삶을 살아가니 외로움이 두려워 다시 그들을 돌리려고 함에 실비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가라고 조언을 한다. 그리고 록키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찾아간다. 드라마 록키를 보면서 자아를 찾는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아예 이런 내용 자체가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애써 말을 하지 않던, 굳이 하더라도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던때가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었던 거 같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었던 고려는 세계 최초만 만들어 놓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했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배움의 기회를 놓쳤고 서양은 공리주의, 자유론, 존재론, 진화론 등등의 철학을 인쇄해서 사람들이 익혔다. 우리도 그 시기를 가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랬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었을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철학의 공백이 생겨버렸고 열심히 살자고 할 때는 다들 뭉쳐서 필요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좀 살만하니 이런 철학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이런 철학이 아예 없었으니 공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다. 아무도 찾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심지어 인문학자들이나 교수들이 이런 철학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조차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진짜 없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이 확실하다면 수입을 해야 한다고 할 텐데 그들은 말이 없다. 인문학은 개인 취미 생활 수준에서 멈춰버린 학문 같다. 이런 사람들을 학자라고 하고 교수라고 하는 시대인데 곧 있으면 인문학 유튜버도 학자라고 하고 교수라고 할거 같다. 학자나 교수가 사회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고 과거 지식을 책으로만 공부하면 유튜버랑 차이가 벌로 없지 않은가? 차라리 유튜버가 사회 영향력이 더 큰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어쩌면 좀비는 이런 철학이 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좀비가 사람을 찾아서 잡아먹듯 자존감 낮다고 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 찾아서 잡아먹는 사람들은 딱히 달라보이지 않는다.

 

 

https://spike96.tistory.com/1646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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