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89 (14.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1. 15. 08:08

런던살이 Day 89 (14. November. 2023)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삶보다 일어날 사고를 공부하고 준비하는 삶이 더 행복한 삶이다.

 
 

[니콘 D40] 저녁 4시 40분쯤의 런던 풍경.


하루 종일 잤다. 방금도 자다가 나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1시간 정도 활동을 하고 오전에는 비가 억수같이 와서 잘됐다고 생각하며 실컷 자고 비가 그쳐서 4시쯤에 산책 한 번 나갔다가 그러고 씻고 저녁을 먹고 또 자고 나온 것이다. 너무 피곤해하는 나를 생각하며 잠시 왜 이런지를 생각했는데 여기 온 지 벌써 3개월째다. 지금 피로는 마치 새 직장에 들어가서 1차 피로 시기가 오는 것과 같은 것을 느낀다. 
 
공간은 익숙해졌다고 해도 새 직장의 새로운 언어 활동과 직장 사람들 알아가면서 눈치 보는 시간이 대충 익숙해질 쯤에 오는 피로의 시간이 여기에서도 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놀러온 느낌으로 왔는데 이런 피로를 느낄 줄은 정말 몰랐다. 여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를 탈피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타인 속의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하는 영어 공부가 아무래도 피로의 주된 원인 같다. 물론 완전히 타인 속의 나의 자아를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나도 대한민국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고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 언어는 영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의 거부반응을 고려해서 2년을 계산하고 준비하는 것과 지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6개월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 너무 위험한 상태라고 보고 있지만 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내가 영어라도 잘해서 그들의 자녀들이라도 세계 시민으로 만들 수 있게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데 쉽지 않은거 같다. 일행에게 맨체스터 교환학생을 언제 갔냐고 물었다. 2학년 마치고 갔다고 했다. 그리고 영문학과를 다닌 자신도 교환학생 1년 동안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교환학생이 끝날 때서야 아! 대충 영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물론 영문학과가 영어를 공부하는 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어를 접하는 수준은 다른 과들보다 높으니 나보다 좋은 환경에 나보다 젊은 나이에 그랬다는 것을 고려하고 거기에 영어의 거부반응까지 넣는다면 아무래도 6개월 안에 지인들을 설득할만한 영어 수준은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물론 6개월 이후의 계획도 있지만 반드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로 간다는 보장이 없기에 런던에서 나름의 쇼부를 보고 싶은데 말이다.
 
아무튼 계속 무기력하게 지낼 수 없으니 한동안 영어공부는 지인들 신경은 그만쓰고 그냥 마음 놓고 편한 마음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사실 큰 글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쓰고 싶은데 뭔지 모를 죄책감에 쓰지 못했고 오늘처럼 지쳐서 잠이나 자게 될 바에야 정신 차리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것이 더 낳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24시간 영어 노출이 되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어가 엄청 늘 거 같지만 그건 영어를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수준 정도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얘기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에 노출이 되어서 영어에 체하게 되고 피로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쌓여만 갈 수 있다. 물론 나도 유튜브에서 정말 못하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지낼 수밖에 없어서 늘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거부반응이 없는 걸 넘어서 자신은 몰랐지만 흡수율이 좋은 사람들이나 그런 거라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예외라고 부르며 그 예외가 반드시 나에게 적용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2~3일 후면 여기 온 지도 만 3개월인데 체류 가능한 기간이 3개월 더 남았지만 3개월 다 채우지 못할 수 있으니 남은 기간은 기억에 남을 좋은 시간을 보내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 듯하다. 타인 속에 자아를 위한 시간과 테스트는 충분히 치른 거 같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알아치리고 그 욕망을 위해서 살아갈 때 가장 신나는 존재가 되는 거 같다.
 
내가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영어 공부를 하는 자아를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을 하고 나를 혹사시키거나 나를 질책했을 거다. 이걸 자존감이 낮아지나고 부르는 거 같다. 하지만 나에 대해서 공부를 해서 나의 욕망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니, 나의 진짜 자아와 타인 속의 자아를 분리시킬 수 있게 되었고 이 두 자아를 상황에 맞게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능숙하게는 하지 못해도 말이다. 
 
여기에 유튜브도 한몫 거든다. 읽을 책을 요약해서 설명해 주는 채널은 다시 읽기 부담스러운 책을 또 읽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젠가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와지고 시간이 나면 내가 읽은 책에 밑줄 친 부분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 글도 쓰고 싶은데 이제는 그런 글을 읽고 자신을 알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너무 늦었다는 결론이 나는 시점에 다다른 거 같다. 그래도 지인들의 자녀들과 나의 스텝 조카들이 있으니 나도 이들이 알아들 수 있는 언어와 행동 전달 방식을 연구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행복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나도 이들 사이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고로 행복은 관계다. 이것이 행복에 대한 나의 개인적 의미다. 이런 개인적 의미를 하나씩 찾아가지 않으면 외부의 압력과 압박이 있을 때 나의 자아가 버티지를 못하고 사회현상에 흡수가 되어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생존본능으로 살기 위해서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그 욕망을 채워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사회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차지해도 자존감이 낮은 것이다. 그 욕망은 타인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0S0j5rKJF8

* 신해철이 영국 유학(?)을 하고 돌아와 낸 앨범인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가사가 나온지 알거 같다. 나도 영국에서 더 선명하게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구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