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 Day 22ㅣ17. July. 2024
배움을 멈춘 순간 세월이 흘러도 그 나이로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나잇값 못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나의 오랜 고질병은 위가 예민하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씩은 연중 행사로 크게 체한다. 하지만 마흔이 되고부터는 체하는 건 사라지고 장염으로 대체되었다.
이번엔 언제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겠다. 일행은 멀쩡한데 말이다. 아무튼 다행히도 아주 약하게 걸려서 병원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래도 먹는 건 조심해야하기에 롯데마트로 향해서 죽과 이온음료를 사 왔다.
롯데마트는 한 번 갈때 마음을 먹고 가야 하기에 포나가르 사원을 들려서 나트랑 대성당에 들렸다가 장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진짜 장만 보고 왔다. 왠지 섭섭했다. 시내에 들렸다가 진짜 볼일만 보고 온 섭섭함은 한국에서나 나트랑에서나 같은 느낌이다.
사실 어제 저녁을 먹으러 갈 때 담을 넘어 인도로 나온 쥐를 봤다. 제법 큰 쥐가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하고 다시 담을 넘어갔다. 그 쥐를 봤을 때 갑자기 유럽 흑사병 사건이 떠올랐고 유대인들이 흑사병에 잘 걸리지 않았던 이유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장염에 걸린 거다. 하지만 저녁을 먹고 바로 커피숍에 들렀는데 그때부터 슬 끼가 있었다는 것은 이미 그전에 뭔가를 먹고 걸렸다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점심에 리조트에 먹었던 주꾸미 덮밥도 의심하고 있다.
아마 그 쥐는 내가 이렇게 되리라는 사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장염으로 인해서 깊은 잠을 자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어서 원래 계획을 약한 버전으로 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버고 호텔보다 좋아서 수영할 만한 기분이 났다. 리조트에서 보지 못한 서양인들이 있어서 분위기는 더 좋았다. 혼자 수영을 하는 러시아 여성분과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급 중국인들이 몰려오니 그 여성분은 수영을 그만두고 나가고 러시아 아이는 그 중국 아이들과 함께 재밌게 놀면서 즐겼다.
그걸 보면 어릴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산다면 함께 즐거웠던 기억으로 우리의 차별 의식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어른은 아이로부터 배울게 많은 거 같다. 하지만 어른은 이미 아이들보다 많이 안다고 착각을 하며 산다. 배움을 포기한 어른은 과연 어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
아무튼 대충 수영을 끝내고 롯데마트에 갔다오고 못 잔 잠을 보충한 다음 GYM으로 향했다. 오늘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수염 난 러시아인들과 같이 운동을 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서양인은 특히 러시아인들은 좀 저돌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좀 긴장을 한 거 같다. 하지만 나도 어릴 때 이런 환경에서 운동을 했다면 오늘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을 거다. 생각해 보면 늘 집에서만 운동을 했지 GYM에서 운동하는 것 자체도 처음이다. 그러니 더 어색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GYM 환경은 아주 쾌적했고 한국보다 좋았다. 한국에서도 몇 번 운동을 해보려고 GYM에 갔었지만 늘 지하에만 있고 사방이 막힌 환경이라 거부감이 들어서 집에서만 운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2층 3층에 기구들이 있고 통창으로 뚫려있는 창밖의 풍경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도 좋았다.
아픈 와중에도 오늘의 일과를 끝내니 좀 뿌듯하기도 하다. 심지어 운동할 때는 장염도 다 나은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약과 이온음료로 인해서 많이 좋아지기도 한 거 같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은 다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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