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 Day 24ㅣ19. July. 2024
생각과 경험을 떨어질 수 없는 친구다.
어제 라면을 먹어서 샤워도 하고 일기도 쓸 수 있었는데 일기를 다 쓰자마자 오한이 왔다. 이가 떨렸다. 너무 추웠다. 2시간이나 그랬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관절 마디마디가 아팠고 근육통도 왔었다. 지금도 마땅히 좋은 컨디션은 아니다.
오늘은 햇반으로 미음을 만들서 먹었다. 장염에 걸릴 때마다 병원에서 그렇게 먹으라고 한 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렇게 먹으니 기운이 좀 나기도 했다. 아침에는 일행이 가져온 몸살감기약도 먹었다. 그거라도 먹으니 뼈마디와 근육통이 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수면제는 없었는지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5시쯤 잠들어 9시쯤에 깼기에 더 자고 싶었는데 말이다.
오늘은 하는 일 없이 하루종일 유튜브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영상만 봤다. 생각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너무 많이 걸어서 나중에 내가 걸어도 큰 부담은 없겠다 싶었다. 내가 본 유튜버는 영어도 스페인어도 심지어 중국어도 짧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말은 할 수 있지만 대화는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아서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아무튼 영상을 찍은 유튜버는 매일 행복하다 말을 한다. 길 위에서는 신분의 위도 아래도 없고 나이와 국경과 인종도 상관이 없다. 대충 다들 목적은 같기에 동질감도 느낄 수 있다. 단지 풍경만이 아름다워서 매일 단순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좋아서만은 아닌 거다.
다시 말해서 길 위에서 강도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누군지 모르면 어떻게 될까? 어떤 날에 누가 칼에 찔려 죽었다는 말만 나와도 그 길은 절대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길이 된다. 결국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커다란 목적 아래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걸 무시하면서 살아간다. 절대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래서 무시하며 살아간다고 하는 편이 맞는 거 같다.
그 이유는 각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각자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서다. 정체성은 크게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으로 나뉜다. 사회 정체성은 대체로 직업과 직장, 그에 맞는 연봉으로 무슨 차를 몰고 어떤 가방을 들고 다니는지에 대한 것을 말한다. 우리는 여기에 집중하며 살게 되어 있는 사회 시스템의 노예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을 (평균) 25년이나 받다 보니 그런 거다.
오늘 나는 간접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의 개인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나의 개인 정체성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라는 말을 DNA속에 심어 놓기도 전부터 그랬다. 그건 엄마도 믿을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깨닫고부터였던 거 같다.
런던으로 돌아간 일행에게는 영통으로 너에게는 정의감으로 넘어가기 전단계의 정직함이 내가 보는 너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다들 대충 정직하지만 일행은 그 정직함이 개인 정체성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하다. 다만 아직 용기가 부족해서 그렇지 만약 용기를 가지게 된다면 충분히 정의감으로까지 정체성을 진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용기까지도 아니다. 눈치 보는 면을 극복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일행들과 사회와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마다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우리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거 같다.
오늘 장염에 걸려서 온라인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집중해서 걸으니(?) 나의 개인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게 되었다. 8시간 가까이 되는 영상을 보면서 말이다. 단지 아쉬운 건 영상 속 유튜버는 중요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정작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순례길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 경험 가지고 인생을 살다 보면 분명히 자신에 대한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거다. 다만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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