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4 나짱ㅣ29. June. 2024
집단속에 자신을 완벽한 자신이라고 착각했을 경우 그 집단이 사라지면 자신은 무에 가까워지게 된다.
늦게 일어나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레갈리아 호텔 앞을 지나갈 때 돌풍이 불어 흙먼지가 기둥을 만들며 먼지를 뿌렸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인 5명은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찻길을 건너기 위해서 오고 가는 차들과 오토바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들이 자기들 사진 찍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비켜달라는 것이다.
사람 지나다니고 길목에서 바람까지 그렇게 불고, 오늘은 바람이 더 심하게 불어 돌풍까지 일어나 먼지가 날리는 와중에, 심지어 사진 스팟도 아닌 곳에서(아무도 그곳을 배경으로 서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지 않는다. 더 예쁜 곳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5명이 사진을 찍는 것이 정상인 양 그러는 것이다. 베트남 찻길은 위험해서 상황을 잘 보고 건너야 하는데 우리가 자기들 사진 찍는 것까지 신경 쓰면서 굳이 애써 비켜줘야 하는 것이 정상인지 자기들이 기렸다가 사진을 찍는 것이 정상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심지어 찻길을 지나가려고 하는 것을 대충 보면 알 텐데 그새를 못 참고 그 말을 뱉는 것을 보면 진짜 사람들이 자기밖에 모른다는 것을 새삼 또 경험했다.
오후 수영장, 4시쯤 되면 우리는 수영을 하러 간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제법 있다. 어제도 사람들이 좀 있어서 수영하는데 마냥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름 주말이라서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추가로 몸에 문신을 한 한국인 아저씨들 4명이서 마치 아이들처럼 첨벙첨벙하며 놀고 있었다. 심지어 수영장 중간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어린아이들처럼 놀기도 했다. 나는 수영을 하다가 옆에서 갑자기 다이빙으로 들어오는 그 일행과 가볍게 부딪치기도 했다.
속으로 나는 아.. 저 사람들이 여자들이 말하는 개저씨구나..라고 생각이 되었다. 다이빙이 금지된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노는데 위험하게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서 노는 모습을 보니 개저씨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페미니스트들과 개저씨의 싸움은 끝이 없을 수 있겠다고 느껴졌다.
점심은 작년에 안토이라는 식당에서 먹었던 옆 집인 '냐벱 나트랑'에서 먹었다. 직원분이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음식도 위에 부담이 되지 않아서 좋았고, 맛도 한국인에 맞게 조절이 된 거 같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한국인 여성들과 남성들은 왜 그런 무지성 행동을 했을까? 그 사람들이 만약 한국이었다면 오늘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들은 일시적 해방감에 휩싸여 자기들 행위에 대한 정당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 와서 우월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 도시는 한국인들이 먹여 살린다는 현실이 마치 자신들 자체가 그렇게 하는 것인 양 착각해서 자신들이 강자인 양 스스로 속아 무지성 행동을 했을 거다.
아마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도 못할 것이고 아마 오늘 한 자신들의 행동을 완전히 잊고 지내고 있을 거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해방감, 상대적 부유성 그리고 집단속의 자신들에 대한 존재감을 모두 삭제하고 원래 친절해야 해서 친절한 한국 속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럼 오늘 우리에게 친절한 그 나짱 식당의 직원분은 과연 진짜 친절일까? 베트남도 부유해져서 자신들도 꽤 살만해지면 이들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 가서 오늘 내가 본 한국인들처럼 그러지 않을까? 그러면 그 직원분의 친절은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 맞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상황 속에서 자아가 달라지는 존재인지 모른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가 아닌 주변의 사람들과 주변의 상황들과 주변의 환경들에 영향을 받아서 수시로 달라지는 존재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존재들은 대체로 혼자일 때는 아주 약하다.
그래서 거짓일지라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붙잡아 두려고 하거나 혹은 특정 집단속 들어가서 나도 일원이라는 안도감이 있어야 겨우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자아를 만들지 못한 어른들은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 굴레 속에서 지쳐서 결국 남 탓을 하고 모든 책임을 사회로 돌리며 자신의 책임(감)을 모두 상대방에게 내려놓으려고 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써 이들의 결론은 하나로 귀결이 된다. '돈'으로 말이다. 믿을 건 돈밖에 없다는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여기서 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자신들도 한국인이라는 집단의식에 넘어가 부자라는 착각의 수렁 속에 빠져서 나는 이런 규칙정도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도가 지나치면 같은 한국인에게도 그걸 티를 내게 된다. 진짜 무지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차하면 이런 습관이 인격으로 굳어지게 된다. 그렇게 한국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는 건 지나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지금의 한국인들에게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되어진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철학이 없는 국가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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