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쨩 Day 06ㅣ01. July. 2024
나쨩 속에서 아모르파티의 의미를 찾다.
오늘 아점을 먹으로 가는데 로비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Merci 가방을 들고 오는 모습을 봤다. 물론 그 가방은 가짜일 거다. 그리고 나쨩은 가짜 명품을 파는 매장이 아주 많다. 작년에는 몰랐는데 그 모든 가게들이 다 가짜 명품을 파는 가게들이었다는 것이 놀랍다.
나는 일행들과 식당에서 가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플라톤은 예술은 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데아는 진짜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짜라고 했으니 가짜가 만든 작품은 가짜의 가짜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이데아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으니 예술을 다루거나 즐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규정을 한 것이다.
현실은 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글로 쓰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거치면 거칠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현실은 더 어렵다. 즉 허구스러워지면 질수록 글은 더 쉬워진다.
우리가 나쨩에서 삶이 비교적 쉬운 이유는 나쨩이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가짜에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가벼운 물가 속에서 기본 의식주는 기본이고 마사지 같은 그 이상의 삶의 너무 쉽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부작용으로 교통의 무질서나 인도의 불안전성 같은 것들은 병맛 나는 허구적 요소라고 보면 된다. 거기에 소통도 가능하지만 어색한 말들도 여기에 속한다. (아니면 게임을 아주 허접하게 만들었다고 봐도 좋다.)
오늘 그 아주머니도 Merci 가방을 쉽게 구했을 것이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루이뷔통 마크가 전신에 새겨진 옷을 입고 오셔서 하수구 청소를 해주신 아주머니도 그 옷을 쉽게 구했을 거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가짜는 구하기 쉽다. 진짜는 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걸 역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플라톤 사상을 이어받은 기독교는 천국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기독교의 천국은 플라톤의 이데아다. 그렇다면 천국은 어쩌면 아주 힘든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한국이 나쨩의 (상대적) 진짜라고 한다면 우리가 힘든 이유는 진짜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남아 대부분의 나라들은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고 그건 한국전쟁 이후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는 단 하나, 대한민국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구도는 특히 후진국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니 나쨩의 진짜 버전인 한국은 나쨩의 입장에서는 천국이고 우리는 그 천국에서 너무 힘들어서 허우적 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걸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한국인 입장에서 더 민주주의 발전한 선진국이라도 그곳에서의 생활이 더 힘든 이유도 이런 공식에 대입하면 금방 나온다. 천국이라는 곳에서 살기 위해서도 자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은 런던에서의 6개월살이었는데 나쨩에서 6개월 사는 것과 비교한다면 일단 의식주부터 해결하기 어렵고 그걸 해결하면 나머지 삶은 겨우 버티는 삶이 되기에 아주 힘든 삶이 된다. 주변의 좋은 인프라들이 있다고 한들 배가 너무 고프면 그 인프라를 누리는 것은커녕 이용하는 것도 용의 하지 않다. 더군다나 나쨩은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런던에서는 내가 영어를 배워야 생존하기 유리했다.
나쨩 기준 상대적 천국인 대한민국에서의 좋은 삶은 의사가 되어야 하고, 국가 단위에서 탑천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영국은 출신과 그에 맞는 언어와 억양을 인정받아야 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에 자식뻘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중산층을 벗어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자들이 천국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만 보더라도 찐 천국에 가까울수록 살기 어려워 보이는 거 같다.
우리는 아점을 다 먹고 CCCP 1호점으로 향했다. 너무 열심히 나쨩 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약간의 현지 느낌의 결핍을 느끼고 있어서 이제는 카페에 들려보기로 했다. 2호점은 작년에 들려서 꼭 1호점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역시나 사람들이 많아서 2호점 안내를 받았고 우리는 1호점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해서 대기를 했다.
온통 한국 사람들 뿐이었다. 간혹 현지인도 보였지만 현지인들은 야외 테이블을 이용했다.
나는 국가적 천국말고 진짜 이데아적 천국이 있다면 어쩌면 인간의 삶을 철학적으로 규명한 사람들과, 자신의 삶을 관철시킨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적응할 수 없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같은 부류가 천국에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철학자들 중에서도 자신의 말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드무니 어쩌면 정신은 천국에 가겠지만 육체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 의해서 환생을 거듭하면서 괴리감을 느끼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가게 되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으로 인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같은 삶을 살게 되지만 아모르 파티를 통해서 극복을 한다면 좀 더 나은 삶으로 이동을 하고 좀 더 나은 국가로 이동을 해서 점점 더 천국으로 향하게 된다고도 생각했다.
기독교는 자신을 믿고 헌금을 하면 예수가 보증을 서줘서 천국으로 보내줄께, 사상을 어필한 반면, 신을 죽인 니체는 천국은 보증(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노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무튼 나는 CCCP 커피숍에서 내가 사는 동네에서보다 더 예쁜 여자들도 많이 보고, 옷도 더 예쁘게 입고 오는 여자들도 보면서 TV 드라마에서 예쁜 사람들이 나오는 가짜 세상 속에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일행도 내 얘기를 끝가지 듣고 보니 그렇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스타벅스로 가면 사실 예쁜 사람을 한 명 보기 힘들다. 물론 옷도 평범하고 말이다.
(비록 상대적일지라도) 진짜 세상 속 하층민의 삶 어쩌면 지옥일지 모르겠다. 나쨩속 한국인의 삶은 되려 가짜 세상이지만 진짜 세상속 하층민의 삶보다 더 천국 같다. 그래서 여기 살기고 결심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우리는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국가와 부모와 성별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서 나쨩 속에서 살고 싶다고해도 나쨩속에서 지속적으로 살기는 어렵다. 나쨩속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 순간 우리에게 나쨩은 진짜 세상이 되어버려서 여기 언어를 배워서 취업을 해야 하고 여기 월급을 받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가짜 천국의 삶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를 살 때 부분적으로 드라마로 위로받고, 글을 읽고 뭔가의 감명을 받고, 일기를 쓰면서 반성을 하는 삶을 살 수 있듯이 나쨩도 1년 중 한 번의 위로고 해방감이고 호사를 누리는 정도로 위로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서 아모르파티를 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변명으로 늘 어제와 같은 삶을 살고, 사회에 나와서 성장 없이 살면 천국도 지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지옥으로 깊이 빠지면 1년에 한 번 받을 수 있는 이런 위로도 받지 못하게 되니 우리는 아모르파티를 능력껏, 깨달은 만큼, 필요한 정도로 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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