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나짱살이 2024

Day 02 나짱ㅣ27. June.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6. 28. 17:26

Day 02 나짱ㅣ27. June. 2024

 

돈이 진리가 된다면 이제 인간이 인간미를 느끼며 살아갈만한 곳은 거의 없을 거다.

 

[Galaxy Ultra] 카페 Yen - 마당과 여기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옆에 불꺼진 공간이 더 있었다.


아침은 잠으로 때우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샐러드를 먹으려 그릭 샐러드 집으로 향했다. 분명히 눈에 익은 간판 마크인데 새로운 집이었다. 밤에 확인해 보니 작년에 간 집이 맞았다. 리모델링을 해서 몰라본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오니 커피 한 잔이 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다. 원래는 하던 공부가 있어서 바로 들어가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첫날의 아침은 놀러 온 기분이 나서 주체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왕 이런 분위기를 탔으니 우리는 이참에 환전까지 하는 핑계로 카페를 찾았다. 검색을 해서 애써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다가 보이면 들리기로 했다.
 
환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Yen이라는 카페가 보여서 들어갔다. 입구가 어디서 본듯했는데 유튜브에서 쇼츠로 본 예쁜 카페였다. 동네 카페지만 예쁜 카페였다. whipped white coffee는 카페 모카보다 더 맛있었다. 아직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옆 공간은 불을 끄고 비워두고 있었다. 마냥 작은 동네 카페는 아니었다.
우리는 본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카페에서는 30분 정도만 대화를 하고 일어섰다. 제일 늦게 들어왔지만 제일 빨리 나갔다. 
 
그렇게 환전을 핑계로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동네 구경을 하니 작년에 비해 빈 집도 제법 보이고 매물도 좀 보이는 것이 이제 냐짱도 서서히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전체 물가가 다 비싼 건 아니지만 그릭 샐러드 집도 따지고 보면 한 메뉴당 7~8,000원 정도 하니 마냥 싸다고 볼 수 없고, 한식당은 한국에서의 가격과 다를 게 없으니 완전한 베트남 식당 말고는 마냥 싸다고 올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의 말을 들어보면 동남아랍시고 이제 싼 지역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내 생각도 분위기만 탄다면 한국에서 놀러 오는 사람들이 그래도 낫다..라는 영역까지는 가격을 올릴 거 같다. 기왕이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올리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연동작용으로 인해서 특히 집값으로 인해서 물가는 본의 아니게 더 오를 것이고 그러면 손쓸 방법이 없어질 테니, 냐짱도 5년 안에는 매리트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목적 중에 하나인 살빼기를 위해서 수영도 했다. 여기 숙소를 잡은 이유 중에 하나가 옆에 호텔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만 원대 숙소가 수영장에 헬스장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메리트가 크다. 아무튼 우리는 헬스장도 이용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직은 수영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수영을 다하고 우리는 이 좋은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서 저녁은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레드 크랩'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한국말로 "여기 8명 단체석 있어요?"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당시에는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갑자기 여기는 냐짱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한국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용감하게 말을 하는 그 아저씨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프랑스에서는 '봉쥬르'라고 하면서 베트남에서는 간단한 인사말로라도 베트남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넘어 이제는 한국말을 당연하게 사용한다. 돈만 있으면 예의를 상실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밖에서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결국 우리는 (나라) 안에서는 약자랍시고 강자의 무매너에 욕을 하지만 밖에서 강자의 태도가 가능하니 안에서 강자의 태도와 똑같은 행위를 하는 똑같은 인간인 거 같다. 
 
철학도 없고 가정교육도 없다 보니 이제는 진짜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 다들 돈돈거리는 건 당연한 이치가 된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베트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우리가 '킴스 스파'에서 겪었던 역차별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식료품점이 있을법한 곳으로 향했다. 식초를 사기 위해서다. 가는 길에 유튜브에서 보던 야시장도 지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별로 살게 없어서 지나쳤다. 솔직히 필요한 게 있다고 해도 가격 흥정을 하는 수고스러움을 피하고 싶은 하루였기도 하다.
그리고 구글 지도를 보고 간 장소에서는 사진에서 보는 그런 식료품점은 사라졌고 의류 잡화 매장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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