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경험론/2024 Diary

in 남해ㅣ19. Ma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5. 19. 12:43

in 남해ㅣ19. May. 2024

 

우리가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다.

 
 
6시쯤에 해가 서산으로 지면 그늘이 생겨 강아지들 산책을 시킨다. 나는 자외선 알러지가 있어서 서산에 해가 넘어가서 산책을 하는 것이 편하다. 총 4마리를 데리고 있지만 그중 가장 늦둥이 별님이는 마을이 있는 도로변까지 나오지 않아서 묶어두지 않는다. 그래서 나머지 세 마리만 목줄을 하고 산책을 시킨다. 
 
초창기 때는 전부 데리고 나가서 산책을 시켰는데 각자 개성이 강해서 통제하기 힘들어 이제는 한 마리씩 가까운 곳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온다. 그렇게 각각 세 마리를 산책시킨다. 강아지들 입장에서는 너무 짧은 거리지만 나는 세 배의 거리다. 
 
오늘도 어김없이 모카(어미)를 우선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동네로 내려가는 길에 집 앞에서 웬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작은 것도 목줄을 하고 나가라고 불쾌한 말투로 말을 했다. 그래서 작은 건 집밖으로는 나가지 않아서 묶지 않는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는 여기가 집 밖이냐고 더 불쾌한 말투로 말을 했다. 속으로 나는 처음 본 양반이 왜 나한테 반말로 이러지? 나도 내일모레 50이 되는 나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 화가 났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이니 어머니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까 봐 참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또 여기가 집 밖이냐고 스몰 호통을 쳤다. 그래서 나는 작은 건 여기 집 앞까지만 오고 돌아갑니다. 마을에 있는 도로까지는 안 간다는 뜻으로 말한 겁니다. 하고 모카를 데려갔다. 그리고 별님이는 그렇게 돌아갔다. 
 
모카를 산책을 시키는 동안에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저 집에 웬 할아버지가 별님이도 묶어서 산책을 시키라고 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마을 이장이라고 했다. 어머니도 본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이장이면 더 공손하게 말을 해야 할 사람이 어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그것도 불쾌한 어투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침팬지 사회에서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리더는 약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침팬지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온열동물 리더들은 거의 그렇다. 가끔 예외적으로 힘으로 지배하는 리더도 있지만 그 리더는 자리를 뺏기면 동료들에게 거의 죽임을 당한다. 그렇기에 동물 사회도 진화를 하여 리더는 약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주변의 동물들에게 지지를 받는 존재다. 단순히 힘만으로 리더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오늘 내가 본 이장은 동물만도 못한 리더십을 나에게 보였다. 그렇게 바람이 까지 산책시키고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이장 얘기를 들었는데, 어머니도 초기에 여기로 와서 모르는 걸 이장에게 물어보니 "내가 그걸 어이 아요! 면사무소에 가서 물어보소!"라고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외숙모(내 기준으로)에게 이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상종 못할 인간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소설 완장이 생각났다. 완장이 권력의 상징이 되니 그 권력으로 사람들에게 우쭐대며 점점 더 인격이 파괴되어 가는 인간상을 다룬 소설로 기억한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진화하지 못한) 인간은 침팬지보다 못하다는 것을 오늘 경험했다.


거지에서 시그니엘로 올라간 사람들을 찾아서 인터뷰를 한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본 적이 있다. 시그니엘에 입주하니 어떤 점이 좋냐는 말에 인상적인 답변이 있었다.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다. 이웃과 서로 인사를 하고, 맛있는 거 있으면 나눠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아파트 옆집은 내가 인사를 하니 꼴아본다. 왜 아는 척을 하냐는 눈빛으로 말이다. 이 옆집이 오고부터 우리 동 라인의 엘리베이터 문화가 모른척하고 타는 문화로 바뀌었다. 그전에는 서로 인사를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인사를 하면 앞만 보고 있던 아주머니는 "아이고 누군가 했네~" 라며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나는 이제 이런 현상으로 인해서 진짜 한국이 서양보다 못한 나라인지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굳어졌다. 이제 우리나라는 더 좋은 나라가 아니다. 그냥 언어 때문에 더 편(리)한 나라일지 몰라도 그 언어만 빼면 절대 더 좋은 나라는 아니다. 그 절대적 이유는 바로 국민성, 인간성 때문이다. 


별님이 크기는 손과 합친 내 팔뚝만 하다. 쫄랑쫄랑 따라오지만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딱 하나 있는 그 집에서 뒤돌아 간다. 그 집은 사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요즘 정부가 농사짓지 않는 땅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니 부랴부랴 사람이 와서 밭을 간다고 요즘 좀 있다. 원래 할머니 혼자 사셨고 병원에 계신지 수개월이다. 나도 별님이가 마을까지 내려가면 목줄을 한다. 왜냐면 이 시골개들이 차들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강아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다. 그런데 별님이는 차가 무서워 도로 근처까지도 내려오지 않으니 다른 강아지들 데리고 산책할 때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적당한 곳에서 돌아가니 말이다. 그런 강아지에게 목줄을 하면 강제로 끌고 가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강아지들 목줄을 하는 이유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해가 될까 봐 그런 건데 사실 별님이가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다. 마을에 애초에 내려가지 않고, 그 집은 농사일 끝나면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사실 농사일도 거의 하지 않는다.), 사실 밤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 말은 별님이가 사람 만날 일 자체가 거의 없다는 뜻이고 그리고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강아지도 아니며 그렇다면 우리도 별님이를 묶어서 키운다. 그런데 하필 오늘 딱 그 이장이 뭔 일인지 와서 마주친 것뿐인 거다.
진화를 거치지 못한 그 이장은 앞뒤 전후 따지지 않고 그냥 완장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우쭐 놀이를 한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고 조치를 취한 행동이 아니라, 그냥 A.I처럼 강아지는 묶어라,라는 입력값에 출력도 똑같이 하는 인간일 뿐이라는거다.
 
과연 이런 인간들과 함께 사는 한국이 더 좋은 사회인가? 그렇다고 무조건 서구권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한국이 더 좋은 것도 없다는 결론이 난다면 굳이 한국만 생각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은 쉽게 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시그니엘 얘기를 한 것은 한국에 있던 타국을 가든 간에 이제는 나라나 도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은 돈 있는 사람들끼리는 친절하다. 서로 해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경제는 더 어려워지니 사람들은 그 이장처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공격할 거다. 완장 하나 차면 더 그럴 거다. 이런 인간은 직장에 수두룩 빽빽하지 않은가. 거기에 가난하면 내 것을 지키기 바쁘고 지키는 것에 치중하면 친절과 배려는 쉽게 베풀 수 없다. 그리고 약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면 또 베풀어 달라고 매달리기도 일쑤다. 그러니 이대로 사는 데로 살면 점점 더 이런 위험지대로 빠지게 된다.
 
얼마 전 부산에 들렀을 때 우리 집에 가보니 이대로 가면 너무 못 사는 사람들이 올까 봐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옆집에 이상한 사람들이 오고부터 쭉 그 생각을 했는데 그날은 동네까지도 왠지 좀 보기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아직 돈만 있으면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하지 이제는 절대 아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는 인간성이 살아있는 곳이 최고다. 물론 이런 말을 해봤자 지금 우리 세대는 어떻게 할 방법은 없을 거다. 하지만 우리 자식들은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우리 자식들을 보다 안전하고 보다 친절한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서 우리는 못 가더라도 가야 할 방법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 스스로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찾게 한다면 그 자식들도 우리들처럼 늦어서 어쩌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side talk)
 
그 이장은 딸부자에 아들 하나가 있는데 그 아들 하나가 전제산을 날려먹었다고 한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전부터 그랬는지 후부터 이런 인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장을 하는 걸 보니 권력 욕심이 있는 거 같고 그건 원래 그런 인간이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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