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 in 남해ㅣ11. April. 2024
갈 곳은 많은데 오라는 곳이 없네.
모처럼 하늘이 파란 날이다. 파리에서 돌아온 후 이런 날이 딱 두 번째다. 자외선 알러지가 있지만 창이 둥근 밀짚모자를 쓰고 스타벅스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작은 캠핑 의자를 꺼내어 마당 앞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되어 내친김에 창고에 있는 무거운 요가 매트를 꺼내어 마당에 깔고 운동도 했다. 행복감을 느꼈다. 별님이도 운동 중간에 쉴 때 쫄랑쫄랑 쫓아와 애교를 떨고 가니 더 행복감을 느꼈던 거 같다.
이틀 빼고는 날씨가 우중충 했다. 그 우중충함이 그냥 흐린날씨 때문이 아니라 늘 끼어 있는 미세먼지 영향이 컸다. 그래서 무언가를 할 기운이 나지 않아서 할 일만 하고 대충 지낸 거 같다. 이건 날씨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는 뜻이다. 왜 유럽인들이 파란 하늘이 나오는 날에 공원에서 비키니를 입고 햇빛을 즐기는지 이해가 된다. 따지고 보면 내가 한 행위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날씨가 좋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미세먼지는 옅게 들여져있었다.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날씨는 이런 미세먼지가 제로인 상태가 아니다. 미세먼지가 막처럼 끼어 있어도 바다 건너 보이는 산에 골짜기만 보이는 정도만 되어도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베스트 날씨가 이 정도다. 유럽에서는 미세먼지라는 것 자체를 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즉 이런 날씨같은 행복의 기본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씨에다가 무조건 공기가 좋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오늘 파란하늘이 마음에 들었지만 뉴스에서 보는 지도 위 파란색은 우울한 파란색이었다. 내가 파란색을 좋아하지만 오후에 파란색을 봤으면 저녁에는 반대되는 색을 봐야 그 색을 지속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청신호는 다음 대선을 짐작케 했으며 그다음 대선도 연결 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난 파란만장한 10년의 정권으로 인해서 국민들은 특히 젊은 계층은 많이 나약해졌으며 삶은 더 힘들어졌다. 중간에 5년을 더하니 지금의 젊은이들은 삶의 의욕을 잃은 듯이 살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같은 10년이 아니다. 세상의 진행 속도로 보아 대략 30년은 효과가 있는 시간이 될 거다.
정부의 수립도 전쟁이 끝난지도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 국가가 100년을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뭐.. 이것저것 다 떠나서 공기질도 나쁘니 떠날 이유는 충분한 거 같다. 미세먼지를 본 적이 없는 도시에서는 미세먼지와 싸우고 있고, 미세먼지 가득한 국가에서는 국민들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더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도 증명이 되는 거 같다. 그러니 나는 파란 하늘을 미세먼지 없이 즐기기 위해서 좀 더 다채로운 색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할거 같다.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떠날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사소한 문제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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