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2 in 남해ㅣ31. March. 2024
인간이 우물안에서만 살면 개구리가 된다.
파리에 가기전 엄마는 벚꽃이 지기 전에 오라고 했다. 혼자서 남해에 지내시니 봄에 바깥 구경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했고 기왕이면 꽃이 피는 시기에 나가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남해로 돌아왔고 오는 동안 벚꽃이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아직 다 피지 않았던 거였다. 파리에 가기 전 뉴스는 개화시기가 작년보다 일주일 빠르다고 했는데 되려 늦어진 거 같다. 아무튼 남해는 그로 인해 이번 주말 만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그래서 오늘 엄마를 대리고 노량으로 향했고 정동원 집을 개조해서 만든 우주총동원 카페를 기점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해 벚꽃은 하동을 뛰어넘은 거 같다. 쌍계사 10리 벚꽃길도 옛말이다. 남해 대교 입구에만 있던 벚꽃은 왕지마을을 넘어서 동흥마을 입구까지 이른다. 거기에다가 유채꽃도 많이 심어서 더 보기 좋다. 그리고 유일하게 바다와 함께 있는 벚꽃 구간이다. 어떻게 보면 봄 꽃놀이 하기에 제일 좋은 곳에 시골집이 있다는 건 행운인 거 같다.
하지만 그것도 날씨가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하늘은 흐리고 미세먼지는 자욱하고 그래서 바다빛은 거무티티했다. 사진이야 어떻게 잘 나올지 몰라도 오늘 내가 본 세상은 유럽을 그립게 만들었다. 꽃은 없었지만 늘 하늘은 파랬고 건물은 다양했고 사람들도 멋스러웠다.
이번 파리에서 나는 중간에 먼저 런던으로 간 일행을 보내고 그날 오후는 숙소에서 쉬면서 2시간이 넘도록 하늘만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하늘이기에 그랬던거 같다. 그냥 하늘만 보고 있어도 좋았다.
이제 한국은 미세먼지 하나의 이유만으로 충분히 나와야 할 국가로 봐도 좋을 듯 하다. 인간의 기본 조건인 공기와 물 중 공기가 이렇게 치명적인데 꼭 한국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 같다. 그래서 파묘를 볼 때 최민식이 우리가 살아갈, 우리 자식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할 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물론 외국에 살 처지가 되지도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공기질 하나만으로도 나가서 살아볼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봐진다.
유럽에서는 자외선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코끝에 매운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목 끝이 답답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탈모 증상도 나아져서 머리가 다시 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것이 더 건강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공기질의 문제라면 충분히 벗어나도 좋을 국가가 되어버린 거 같다.
파묘를 보러가는 길에 건널목에서 청소년들이 친구들에게 "씨발년아 그만 지랄해라. 왜 내가 자꾸 그녀의 이름을 부르게 하노~"라고 했다. 이들이 과연 흑인들보다 덜 무서운 존재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심지어 파리에서는 흑인들도 런던만큼 무섭지도 않았다.
인종차별, 무서운 흑인들 그런 존재들이 과연 한민족인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 확실한지 모를 일이다.
'46년 경험론 > 2024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in 남해ㅣ19. May. 2024 (27) | 2024.05.19 |
---|---|
생일ㅣ22. April. 2024 (19) | 2024.04.22 |
Day 12 in 남해ㅣ11. April. 2024 (5) | 2024.04.11 |
Day 12 in 남해ㅣ28. February. 2024 (17) | 2024.02.28 |
Day 11 in 남해ㅣ27. February. 2024 (23) | 2024.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