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ㅣ22. April. 2024
생일을 정하지 않으면 모든 날이 생일일 수 있다.
오늘 생일이다. 나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난 것이 좋은 일 같지 않아서였다. 아버지란 인간은 놈팽이였고 그로 인해서 어머니는 일만 했다. 그렇다 보니 나는 가족의 정을 강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어머니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나는 외갓집에서 한 달, 작은 고모집에서 한 달 있었다. 지옥 같은 날들이었다. 특히 외갓집은 다시는 가지 않는다. 지금 남해에 있으면서 3분 거리에 있지만 나는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것도 아니다. 내가 아프면 귀찮아했다.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힘들어서 그랬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도 마땅히 나를 어른스럽게 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면이 우선이라는 것을 나는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학교는 인생에 최악의 집단이었다. 과거에는 교사들은 다닐만 했지만 이제는 교사들도 다니기 힘든 집단이 되었다. 물론 그들이 다 자초한 일이지만 말이다.
고로 인생은 지옥이었다. 그러니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지옥에 온걸 축하한다는 뜻이 된다. 이런 논리로 인해서 나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이 바꼈다. 나도 행복할 수 있게 되었다. 논리(생각)대로 하니 그렇게 됐다. 물론 고난도 있고 손해도 있었지만 다 극복하고 보상받은 상태가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내 나이에 함께 파리에 여행을 가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에서 함께 웃을 수 있으며, 생각을 공유하고, 마음에 맞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도 생일은 챙기지 않는다. 생일을 챙기면 왠지 모르게 꼭 이 시기에 파리에 가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생일을 챙기지 않으면 다들 맞는 시기가 좋은 시기가 된다. 그리고 그 시기를 즐겁게 보내면 그날이 생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태어났고 이들이 태어났기에 보낼 수 있는 날들이 생일이 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생일인 거다.
올해는 파리 여행이 그랬던 거 같다. 2016년 6월에 런던에 방문했다.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을 축하는 시기라고 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은 6월이 아니었다. 단지 6월이 런던에서는 계절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일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함께해야 생일인 것이다. 그래야 삶이 축복이고 그날을 축하는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일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과 1년에 한 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로 정하면 그날이 생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거다.
악착같이 생일날만 챙기는 인간들은 (남들) 하던 데로 사는 인간이거나, 그날이라도 챙겨 먹어야 하는 고난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거나, 다 가지고 있는데도 더 가지려고 하는 욕심쟁이 인간이거나 그럴 거다. 생일에 의미 부여하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 쓰이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쓰이는 것으로 충분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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