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August. 2024ㅣin 부산
한국에 무엇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대충 16일이면 그래도 가을은 온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여름은 오늘까지도 덥다. 그래도 좀 나은 건 낮 폭염시간이 좀 줄었다는 것이다. 서울은 열대야 갱신 중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집 혹은 부산은 내가 나트랑에서 온 8일 하루 정도 있었고 마땅히 열대야를 느낀 적이 없어 다행이다.
그래도 폭염 시간대가 줄어들었으니 다음주에는 그래도 가을은 오는구나.. 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녁에는 윗집을 찾아갔다. 베란다에 물이 새어 2년 전 윗집에서 코킹 작업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아랫집이 물이 샌다고 해서 정보를 알아보려고 간 것이다. 저녁 7시가 넘어 어스름해 질 무렵 종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서 윗집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 후 찾아갔다.
가격이 30만원 정도 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작년에 코킹 작업한 업체의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하니 자기도 관리실에서 연결해 준 번호로 의뢰를 했다고 했다. 그렇게 정보를 알아내고 돌아왔다.
사실 2년 전 물이 샜을 때 윗층에서 자신이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잘 안다고 해서 기왕이면 작업을 맡아달라고 하러 간 것인데 자기는 도장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관리실에서 알아보고 작업 예약을 해야 한다. 일이 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좀 귀찮게 되었다.
윗 층에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집 주인이 나왔다. 인상을 쓰고 나왔다. 찾아온 이유를 말하니 인상이 풀리기 시작했다. 요즘 우리가 이웃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 옆집은 인사를 하지도 않고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왜 하냐는 식으로 꼴아보기도 한다. 그러니 찾아오는 사람이 마냥 좋은 일로 올리가 없다는 전제가 무의식 중에 깔려 있는 민족이 되었다. 이웃이 함께하는 사람들이 아닌 귀찮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인사를 하지 않는 민족의 삶의 현장은 진짜 삭막하다. 런던살이를 하고 와서는 확실히 더 삭막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솔로 외전인 '사랑은 계속 된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잠시 보게 되었다. 거기에 출연하는 남자들이 이상하게 여자 출연자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 4번 출연자가 인사를 받고 그냥 지나치다가 인사를 깜빡한 걸 깨닫고 인사를 한 게 전부다. 그래서 여자 출연자들은 4번의 인상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인사를 해서 말이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삶이다. 서구 사회처럼 눈을 마주치면 눈인사라도 하는 사회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기본 예의적인 인사라도 했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이건 사람 사는 사회가 아니다. 인사를 주고 받으려면 편의점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돈 주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예전에는 친절도 돈 주고 사야 하는 민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걸 넘어서 인사도 돈 주고 하는 사회가 되었다.
어제는 영어 자막으로 킹스맨 1편을 보았다. 스마트 폰 유심을 작동하면 인간의 폭력성이 발현되는 무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유심없이도 언젠가는 그 폭력성이 나올 거 같다. 원래 화가 많은 민족이 아니던가. 예전에는 일본으로 향했는데 이제는 그게 옆집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니 영화 '사이코'가 생각이 난다.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영화가 나오기 전의 공포의 대상은 미지의 존재들이었는데 사이코가 나온 이후 공포의 대상이 이웃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 그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했다고 한다.
아무튼 거지에게도 인사하는 사회인 (인간적인) 런던도 망해가고 있다고 말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망해가는 속도가 다르고 우하향 경사도도 다르며 무엇보다 망하기 전, 그래도 인간성을 유지하는 삶의 자세를 느끼고 망한다는 것도 다르다.
이 정도의 문제 시점까지 왔으면 어떤 학자든지 나와서 좀 해결을 해줘야 할 텐데 이런 학자도 없는 이 사회라는 것은 회사일 말고는 다들 책임감을 잊어버리고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심지어 자신의 삶에서도 책임감을 버리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누가 느끼고 나서겠는가.
외국살이보다 나은게 뭐가 있는지 의문인 한국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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