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여행ㅣ에피소드 # 2
* 지하철 소매치기
* 지하철 무임승차 문화
* 지하철 의자 간격이 좁은 이유
파리의 지하철 좌석구조는 기차와 같은 구조다. 거기에다가 서로 마주 보게 되어있다. 심지어 간격도 좁아서 앞사람과 무릎이 닿아서 불편함을 더 가중시킨다. 좌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서 있을 공간도 더 좁다. 이런 구조를 바꿀 법도 한데 새롭게 만든 지하철도 마찬가지로 만들었다.
그런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여행 막바지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앞사람과 무릎이 겹쳐지는 것을 경험했고 최대한 서로 불편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각도를 잡았고 어색하지 않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어색한 표정은 이런 환경에서는 자칫하면 짜증 나는 표정으로 상대방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파리에서는 일부러 지하철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되었다. 사람이 사람사이에 살면서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만이라도 사람들과 부딪히는 상황에 연출이 되어야 사람들에게 베풀 배려심과 친절을 연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되었다.
즉 불편함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어우러지면 친절과 배려가 나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까지 스스로 알게 된다면 친절과 배려는 당연한 것이 되어 그 사람의 가치관, 철학이 된다. 이걸 역으로 생각해 보면 편리한 곳에서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없는 상황에서 산다면 우리는 친절할 필요도 없고 배려를 할 상황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친절과 배려를 글자로만 인지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그 의미를 인생에서 상실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한국에서 지낼 때는 사람이 좀 불편하게 살면 더 움직여서 좀 더 건강해지고 불편한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서 더 성숙한 인간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살았었다. 그리고 그건 나의 가난한 시절의 습관과도 잘 어우러져서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이번 파리 여행에서는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좀 더 확장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이런 개념을 확장시키지 못한 이유는 너무 편리한 나라가 되어서 타인과의 접점이 확실히 적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도시에서는 편리와 익명성이 보장이 되면 이기심이 증폭을 하고 그건 타인에 대한 불친절과 배려가 없기에 내 것만 챙기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쉽다. 당장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공공장소에 친절과 배려를 어디서 찾을 수 있으며 친절과 배려는커녕 카페도 4인석도 혼자 앉으면 그 사람 차지가 되고*, 함께 앉는 6인 테이블에 혼자 있을 때 여럿이서 온 사람들은 당연한 듯이 혼자 온 사람보고 "나와줘야겠는데.."라고 말을 한다**. 그것도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말이다. 이제는 여기서 도를 넘어 남자와 여자가 부딪히면 사과는커녕 여자는 짜증을 내고 합의금까지 달라고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 개인적인 경험에서는 런던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리가 부족하면 얼마든지 합석을 한다. 우리나라는 자신이 맡아놓은 개인 영역이라고 착각을 해서 그런지 이런 배려는 문화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 이건 실제 나의 경험이다.
이러니 도시 정책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인지를 시켜 지속적으로 친절과 배려를 현장 학습을 시켜서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복습하게 만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맞든 틀리든 나는 확실하게 그런 연습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을 하니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공공장소에 모이면 당연히 생겨나는 불편함은 우연성과 의외성을 띄어 발생하게 되어 있는데 보편적 기준으로 만든 규칙은 이걸 예상하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규칙을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억지로라도 규칙에 매여서 지키거나 타인에게 강요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인간이 사는 세상의 방식이 맞는지 다들 기계처럼 살아가려고 엉뚱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이야기 ▼
물론 정치인은 물론이고 학자들도 당연하게 생각을 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가 프랑스 학자나 여기에 맞는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을 만나면 하나 물어볼게 생겨서 기분이 좋다.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타인과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건 좋은 거다. 물론 이번 경우는 내가 불어를 공부해야 가능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유럽은 근대화 과정을 400여 년을 거치면서 인간이 무엇인지, 국가는 무엇인지, 그러면 개인은 무엇인지, 그런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그 사회는 최소한의 사람이 사는 사회라는 개념이 국민성으로 자리를 잡아서 이것이 사람이 사는 도시라는 느낌이 들게끔 진화시켰다.
세상은 점점 망해간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경제의 위협도 크고 기후의 위협도 크다. 하지만 제일 위험한 건 인간성 상실의 위협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버틴 건 그때 우리는 국민성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IMF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그런 국민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거 같다. 그런 국민성을 살리기에는 우리나라는 너무 편리하고 개인화가 너무 발달이 되어버렸다. 어깨만 부딪히도 어떻게든 성희롱으로 연결 지어서 합의금을 빼먹으려고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인간미를 찾아서 사람 사는 사회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특수한 경우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짜증은 다들 낸다고 지인이 말한다.
얼마 전 어머니 병원일로 당일로 부산에 다녀왔다. 집에 들러서 병원으로 향하는데 우회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당황했었다. 앞에 경찰차가 있다 보니 더 그랬다. 나는 스스로가 웃겼다. 우회전에 대한 (어이없는) 법이 생겼는데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몰라서 잠시 당황했다는 것에 말이다. 우회전에 대한 방식을 왜 법으로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행자 보호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성을 교육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런던에 6개월을 살면서 시내 교통경찰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파리 여행에서도 동유럽 여행에서도 나는 시내 경찰을 본 적이 없다. 도덕이 살아있고 상식이 몸에 배어 있는 삶을 산다면 경찰이 필요 없다. (그렇다고 경찰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덕이 자리 잡아야 할 곳에 법으로 무장한 사회로 만들어서 사람이 다치지 않은 영역에 있어도 끝까지 법은 지켜야 한다고 한다. (자동차) 초록불에 출발을 해도 반대편에 보행자가 한 발을 끝에 걸치고 있었다고 법을 어겼다고 애써 그 차를 집아서 벌금 처리를 하는 사회가 인간적인지 혹은 정상인지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다. 그리고 그걸 잡으려고 어디서 얼마나 숨어서 감시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일 텐데 사고는커녕 아무 문제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법을 들고 와서 벌금을 부여하는 업무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건 결국 문과들이 아무것도 안 해서다. 문과가 인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삶에 대해서 고민을 해서 대안을 냈다면 우리나라 삶이 이렇게까지 삭막하지는 않았을 거다. 문과가 아무것도 안 했으니 사람들은 법이 최고고 이과로 몰리고 그것도 생성형 AI 프로그램으로 거의 다 처리할 수 있는 사회가 오다 보니 의대만 바라보는 꼴이 되었다. 우리나라 문과는 이제 회복 불가능한 임계점을 넘어서 없어져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은 상태까지 오게 된 거 같다. 그 증거가 우회전 법을 만든 이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런던에서는 자전거도 도로에서 같이 다니고 자전거가 우회전(우리나라로 치면 좌회전)도 불편 없이 하는 사회인데 말이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문과들이 고민을 하고 활약을 한 덕분에 생겨난 국민성으로 불편함도 함께 살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그들의 생활방식인 거다.
어떤 사회가 과연 더 인간적이고, 더 살만하며, 더 건설적이고,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일지 엿본 프랑스 지하철 좌석 문화였다. 공공장소에서의 불편은 우리가 인간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덕목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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