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5 파리 여행ㅣ25. March. 2024
뤽상브루 공원 - 팡테옹 - 생트쥬느비에브 도서관 - 바셋 사제의 광장 - 조지 브런치 팡테옹 - 보주광장 - 메르시 - 카레 오페라 쇼세 당탱 약국 -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
팡테옹을 가기 위해서 나섰다. 가는 길에 공원이 보이길래 들렸는데 뜻밖에 너무 좋은 공원이었다. 그냥 지나쳤으면 억울할 뻔한 공원이다. 에펠탑이 멀찌감치 보이는 이 공원에서 에피쿠로스 학파가 주장했던 쾌락주의가 떠올랐다. 여기서 쾌락은 산책하기, 정원 가꾸기, 책 읽기 같은 것으로 우리가 아는 쾌락이랑은 거리가 멀다. 평범한 일상에서 얻는 즐거움을 쾌락일고 표현한 것이다. 아무튼 그 쾌락이 너무 잘 어울리는 공원 같았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쾌락을 누리지 못하는지에 대한 원망도 슬쩍 들었다. 계속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철학이 없어서다. 이런 가치관을 국가 단위에서 만들지 못했고 그리고 지금도 할 생각이 없으며 수입도 할 생각이 없어서 입시용으로만 사용하는 교육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공원에 의미를 모르고 그런 상태에서 만드는 공원들은 그냥 초록색이나 깔아 놓은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입시용도 요즘은 이과를 선택하면 윤리를 배우지 않는다고 해서 에피쿠로스 학파나 스토아학파에 대한 얘기는 전혀 모르고 사는 세상이 되었다. 이과는 철학적 소양을 키우면 안 되는 세상으로 만드는 아이러니한 나라가 되고 있다. 양자물리학 교수 중 김상욱 교수는 인문학을 갖춘 교수라고 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냥 한 번 들린 공원에서 프랑스의 향기를 느껴보고 팡테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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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팡테옹으로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팡테옹 자체보다 가는 길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더 좋았다.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다. 돈 드는 건 최대한 자제를 한다. 팡테옹은 그 건물 자체보다 주변 분위기가 좋다. 아무래도 소르본 대학 도서관이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우리가 간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야외에서 아무렇게나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자유분방하게 보여서 좋았다. 심지어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성당과도 풍경이 너무 어우러져 더 근사하게 보이기도 했다. 생마르텡에서도 말했지만 장소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장소를 규정한다는 마인드가 보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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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테옹을 오늘의 주요 관광지로 정하고 일행은 여기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예약했는데 도서관이었다. 소르본 대학 도서관도 옆에 있었는데 우리가 간 도서관은 일반 시민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었다.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일행이 말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서관 10위 안에 드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런던에 있는 대영 도서관처럼 볼것이 만을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진짜 도서관이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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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의 임무를 마치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구글신의 힘을 빌어 음식점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길에 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촬영지를 발견했다. 알고보니 아까 멀리서 보인다던 성당의 측면에 보라색 대문과 함께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의식을 치렀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우리 다음으로 꼬마 아들을 둔 가족이 사진을 찍었는데 아빠가 아들 사진을 너무 못찍어서 정말 대신 찍어주고 싶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생긴 유럽 아들을 쪼끄마케 찍고 보라색 대문을 넘어 쓸데 없는 성당 자체를 다 담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일행도 나를 찍어줄 때 딱 그렇게 찍었으니 딱히 유럽인이라고 사진을 못찍는 건 아닌거 같다. 그 성당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보라색 대문 일부만 찍혀도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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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팬케익 하나만 시키고 각자 커피 한 잔씩만 하기로 했다. 점원에게 주문을 했는데 2 times or 3 times?라고 묻길래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다시 물었다. 서로 영어를 못하니 의미 전달이 미흡했다. 나는 눈치로 옆테이블의 팬케익이 2겹인 걸 보고 아마 팬케익의 빵의 개수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일행도 그런 거 같다고 했다. 일행은 몇 타임이 있냐고 다시 물었고 점원은 3 times까지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확신했다.
하지만 뜻밖에 팬케익이 두 접시가 나왔다. 우리는 잠시 인종차별인지를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하루 정도 생각을 해보니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우리나라 카페와는 달리 유럽 카페는 음식점 느낌이 더 강하고 우리가 간 시간이 점심시간인 데다가 다들 1인 1 접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은 나눠먹기 문화가 없으니 그래서 3 times까지 있다고 한 거 같다. 우리는 그걸 팬케익의 세 겹이라고 생각했고 점원은 3명이 왔으니 3 접시까지 시켜도 된다는 뜻이었을 거다.
아무튼 우리는 먹다 보니 배가 고팠는지 큰 무리 없이 두 접시를 해결했다. 맛도 있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억울함이 있었다. 이럴 바에야 다른 것도 시켜 먹어봤어야 하는데.. 같은 억울함 말이다. 여길 다시 오더라도 꽤 오래 걸릴게 뻔하니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https://maps.app.goo.gl/5MSxyNqMK3d9mJ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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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주광장에서 우리는 여느 프랑스인들처럼 잔디에 아무렇게나 앉고 얘기를 나눴다. 오는 길에 카르나빌레 박물관도 문을 닫았고 빅토르 위고 저택도 월요일이라 문들 닫았지만 우리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우리는 런던보다는 파리가 확실히 분위가 차분하고 좀 더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남프랑스 유양지인 니스보다도 더 분위기가 좋았다. 예중 하나가 바로 사진 찍기인데 파리는 자연스럽게 도시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반면 런던에서는 도시 사진을 찍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 사람들의 권리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기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는 니스도 그랬다. 니스 같은 경우는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확인을 해보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진기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사진들은 나도 보기 불편해서 지웠다. 그리고 어떤 사진은 사진기 정면을 응시하는데 문제는 너무 구석에 있는 사람이 그랬다는 거다. 초점은 바닷가인데 살짝만 방향을 틀었어도 자신은 나오지 않을 방향인데도 불구하고 애써 정면을 응시하는 것을 보고는 좀 많이 놀랐다.
이 말은 결국 같은 프랑스지만 남쪽과 파리와 남프랑스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같은 나라에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서울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시골이 존재하기에 시각적 분위기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정서적인 면은 모두 다 서울을 따라가려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서울이 100% 라고 한다면 부산은 서울의 정서에 80% 정도는 이미 물이 든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부산만의 정서는 이제 찾기 어렵다. 그러니 사람들은 서울로 몰리고 서울이 어려우면 경기도, 경기도도 어려우면 충북에서라도 버틴다. 그러니 다른 도시들은 소멸의 위기인 것이다.
니스는 너무 작은 휴양지니 파리와 비교를 하기는 그러니 프랑스 남쪽 도시이자 제3도시 리옹에서 살아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 도시의 정서가 다르면 굳이 사람들이 파리로 몰릴 이유는 없을 테고 그것이 지역이 살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국토의 크기와 교통의 불편이라면 우리나라는 어서 다른 나라들과 연합을 해서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개인이 이민을 준비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고 각자의 삶의 방식에 맞는 도시들을 찾아서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인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가,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세계정세는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오직 당파싸움만 하고 국민들도 마땅히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로 서열 싸움하기 바쁘고 돈, 돈 거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대한민국은 다른 대안도 없어 보인다.
정국이 딱 구한말과 같은 분위기다. 결국 우리는 근대화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일본에게 뺏겼다. 대충 이런 대화를 하고 유명하다는 잡화점이 가까워서 잠시 들렸다가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 옥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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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옥상으로 가기 전에 런던으로 먼저 간 일행이 가보라는 약국에 들렀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제품들이 있어서 되려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포기를 했다. 내가 사려는 니베아 제품은 팔지도 않았다. 화장품 업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과 딱히 화해를 하지 않은 거 같았다. 거기에다가 내가 사용하는 아벤느 제품도 올리브 영에서 세일하면 살 수 있는 가격이라서 메리트가 없었다. 프랑스 여자들이 피부가 좋아서 가능하면 사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역시 사전 정보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배가 고파져서 밥부터 먹고 옥상으로 가자고 했고 일본 라멘이 당겨서 근처 식당으로 갔다. 하지만 입구에서 중국어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분위기도 왠지 부담스러웠다. 인사하는 사람들이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았는데 남자 4명 정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제 빠른 판단으로 그 식당을 바로 나왔다. 일행은 요즘 파리에서 아시아 식당들은 다들 중국인들이 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물론 한국식당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식당 찾느라 진을 빼기보다는 얼른 옥상에서 파리 구경을 하고 숙소로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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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풍경은 몽마르트와 개선문의 옥상과 다를 게 없었다. 산이 없는 전경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몽마르트나 개선문을 올랐다면 굳이 올 필요 없는 장소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 가지 못하는 일정이라면 시내는 무조건 나올 테니 백화점에서 이런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좋은 거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구경하고 내일 귀국을 하니 아쉬워서 아래층에서 마지막 파리를 보며 커피나 한 잔 하려고 내려갔다. 마침 딱 좋은 자리가 있어서 다가가니 새치기를 당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더 좋은 자리였으니 낚아챈 거다. 나는 이건 신호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헛짓거리 하지 말고 숙소로 돌아가서 남은 밥을 해결하라는 뜻 말이다. 런던으로 돌아간 일행이 밥을 많이 해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결정으로 되려 마음이 편해진 우리는 숙소에서 남은 밥과 대충 만든 반찬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밖에서 안 사 먹고 숙소에서 먹은 것이 다행이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이다. 그리고 숙소까지 배고픔을 버티게 해준 건 잘못시킨 팬케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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