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파리여행 2024

Day 06 파리 여행ㅣ26. March.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5. 5. 23:50

Day 06 파리 여행ㅣ26. March. 2024

 

출국 - 앞문 하차 에피소드

 

 

돌아가기 위해서 5일 만에 도착한 공항은 왠지 하루 만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파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일 거다.

 

에어 프랑스는 인천에서 그랬듯이 프랑스에서도 무인으로 체크인 과정을 진행했다. 이제 곧 모든 항공사들이 이런 과정으로 넘어갈 거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필요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좋은 시대가 왔는지 아닌지는 각자가 알아서 생각을 해볼 일이다. 그나마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줄이 대신 비행기 가격도 싸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거다.

 

우리가 가방 검색대를 통과할 때 나는 재검사 과정으로 들어갔다. 내 앞에 재검사 대상은 중국인이었는데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직원이 이 가방 당신 거냐고 물어봐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면서 대꾸를 하지 않았다. 딱 봐도 일부러 그러는 것이 보였다. 억지로 말을 시키니 건성으로 대답했다. 직원이 가방을 열어봐도 되겠냐고 다시 물으니 대꾸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이건 빼박으로 일부러 대꾸를 하지 않는다는 행위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중국인들의 거만함을 이렇게 눈으로 그것도 바로 앞에서 라이브로 보게 될 줄 몰랐다.

이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 정말 중국인들을 혐오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할리우드 배우들이 동양인 배우를 인종차별 한다는 영상이 보이는데 내가 볼 때는 그들이 다 중국인걸 보면 아무래도 중국을 보이콧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중국 부자들이 중화사상에 찌들어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같은 아시아인들도 이런 보이콧에 동참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나는 바로 다음 순서로써 직원분이 나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되었다. 내 가방을 보고 나를 찾았을 때 나는 최대한 친절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그리고는 내 앞에 그 중국인의 짐이 놓여있던 빈 트레이를 트레이 모아두는 옆으로 옮겨두었다. 그러니 직원분이 '땡큐'라고 했다. 그제야 약간 다행감을 느꼈다. 최소한 같은 인간으로는 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중국을 바꿀 수 없으니 이제 나를 어떻게 한국 사람처럼 보일 지를 연구해야 할 시대도 온 거 같다. 같은 취급을 당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가 한국 사람이지 서양 사람들이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마트폰만 보던 중국인과 다를 게 없다. 서양인들 기준으로 내가 바뀌어야 한다. 타인 기준으로 내가 바뀌어야 성장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예의고, 세계 시민의 자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한국인처럼 보이는 것보다는 좀 더 좋은 몸을 만들고, 신뢰 있는 인상을 연습하고, 영어를 더 잘해서 오해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여기에 옷도 잘 입어야 함은 물론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것보다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방법인 거다.

 

출국 - 앞문 하차 에피소드

 

한국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토를 하는 바람에 속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빈속으로 다시 비행기를 타면 더 좋지 않을 거 같아서 아침으로 죽을 먹었다. 다행히 죽을 먹으니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침을 해결하고 김포로 향해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도착했다. 

 

부산에서 김해로 갈 때 308번 버스는 케리어가 탑승이 안된다고 해서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왜 공항으로 가는 버스만 케리어 탑승이 안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뭐 법이 그러니 어쩌겠는가! 택시를 타고 가면 되지만 나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점점 개인화되는 세상에서 편하게 사는 방법만을 선택하면 나 또한 개인화되어서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돕게 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이번 파리 여행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파리 여행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이번 파리 여행으로부터 아주 선명하게 채색을 시켜서 확고한 이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시내버스로 환승하고 집으로 가는데 버스 안에서 사소한 다툼이 들렸다. 자세히 보니 아주머니가 버스 앞문으로 내리려고 하는데 버스 기사분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격앙된 어조 시비를 붙였다. 자기들은 정차해야 하는 곳에 정차도 안 하면서 이런 건 일일이 다 지키려고 한다며 말이다. 그리고 누구는 되는데 왜 너는 안되냐고 말이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뒷문으로 내리고서야 앞문을 열어서 승객을 받았다.

 

아마 거기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법이 그러하니 아주머니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버스 안이 사람들이 좀 있기 했지만 꽉 끼어서 있는 정도도 아니었기에 더 그럴 거다. 하지만 내가 본 런던에서는 달랐다. 앞문 승차를 기본으로 하지만 요금을 내지 않은 학생들은 얼마든지 뒷문 승차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많은 학생들이 말이다. 그리고 기사분은 충분히 안전을 확보한 뒤에 출발을 했다.

 

내가 생각할 때는 초창기 때에는 이번 기사분처럼 억지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기본 질서를 사회적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기본 질서가 잡혀있을 때는 아주머니가 든 장을 본 비닐도 좀 보고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 비닐을 들고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갈 수 없었을 거라는 것도 짐작을 해서 기사분이 앞문 하차를 허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법은 대다수의 상황에서 지킬 수 있는 규칙이지 절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일 수 없다. 그래서 변호사가 있고 법정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버스 앞문 하차 문제로 법정까지 가는 일은 없다. 그러면 누가 법관이 되어야 하냐면 버스 기사분이 법관이 되어서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법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아주머니를 창피까지 주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인간이 기계(A.I)와 같다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귀국은 파리 가방 재검색 에피소드와 함께 버스 앞문 하차도 간접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래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고 듣고 경험을 해야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냥 택시 타고 내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개인성만 강화가 되어서 사람들이 더 약해지고 더 돈돈거리면서 살게 되고, 돈으로만 보호받으려고 하게 되고,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정점에 있는데 왜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자살을 1등으로 하고, 행복은 돈에 있다고 하는지 답을 찾은 파리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