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파리여행 2024

Day 04 파리 여행ㅣ24. March.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4. 20. 14:35

Day 04 파리 여행ㅣ24. March. 2024

 

노트르담 대성당 - Cafe Panis - 북 역 - 숙소

 
 

[Galaxy S24 Ultra] 도시 곳곳에 이런 간단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자긍심이 생길만한 요소같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인해서 일부만 남고 소실된 상태를 보러 갔다. 시테 섬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 내렸는데 나오는 출입구가 꽃가게와 어우러져 너무 좋았다. 여기서부터 노트르담 대성당은 걸어서 얼마 되지 않았다. 첫눈에 들어오는 대성당의 모습은 너무 멀쩡해 보였는데 그 멀쩡함 뒤로는 전부 소실된 상태였다. 사진 스팟만 남겨두고 다 소실된 것이 희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 사람들을 잡아두기 위해서 멀쩡한 곳을 감상하기 좋게 벤치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런 벤치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굳이 애써 대성당 주위를 보려고 돌아다녔을거 같다. 파리 입장에서는 굳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을 거 같아 내려진 조치 같았다. 간단하지만 훌륭한 조치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계단식 벤치에 앉아서 어제 동네 빵집에서 산 케익을 먹으면서 얘기를 했다. 대성당의 화재는 프랑스에게 어떤 경고의 의미였을까?라는 얘기였다. 과학적으로는 화재는 화재지 어떤 의미가 없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않았다. 이런 문제가 있다면 분명 경고성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은 중국 유학을 갔다왔다. 유학을 갔다 왔다는 것은 더 많은 지식을 배워서 어떠한 사건이 있다는 것은 신이나 미신적 요소로 인해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기에 사건 사고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고 입증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자연재해를 국가나 민생에 많이 연결시켜서 기술했다고 한다. 그건 김부식이 유학을 대충 한 것이 아니라 상관없는 자연재해를 어떤 신호라고 보고 그때 국가 행정이나 민생을 돌아보는 신호라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았을 거라는 어나더레벨의 단계까지 생각한 방식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만약 그렇지 않고 자연재해는 그냥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 넘기고 국정이나 민생을 그냥 하던 데로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번쯤 국정과 민생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 국가의 영속성을 위해서 좋다는 것이다. 너무 공감되는 말이기에 오늘 일행들에게 그 말을 전달했다.
 
그리고 우리는 대성당의 화재는 프랑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얘기했다. 프랑스는 백화점과 영화를 최초로 만들어냈고, 지금 우리가 입는 옷은 프랑스식이며, 무엇보다 여기는 시민혁명의 나라다. 그래서 그런가 프랑스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너무 짧은 기간이기에 그럴수도 있지만 런던은 하루 만에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것에 비한다면 최소한 런던보다는 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6.3 혁명까지 더한다면 프랑스는 어쩌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나라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번에 파리에 와서는 프랑스만큼 세계적인 나라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파리 여행에서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은 파리에 대한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
 
 

노트르담 대성당 - Cafe Panis - 북 역 - 숙소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난 후 근처 카페로 갔다. 어떤 할아버지가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작은 책을 읽고 계셨다. 생각해 보니 프랑스에서는 마레지구를 중심으로 카페 문화가 발달했고 그곳에는 세계 최초의 카페도 있다고 들었다. 그곳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도 한 것이다. 그것 또한 프랑스가 최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런던 스타벅스에서도 직접 목격을 하기도 했다. 모르는 세 사람이 자리를 공유하며 얘기를 하는 모습을 말이다. 심지어 연령대도 달랐고 성별도 달랐으며 인종도 달랐다.
 
아무튼 우리는 대충 구글에 올라온 사진을 참고하며 메뉴를 시켰다. 그리고 일행 중 한 명은 달팽이 요리를 시켰다. 나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긴 했지만 그건 나의 선입견이었다. 4개의 메뉴 중 가장 맛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건설적인 대화와 맛있는 음식과 불어의 소음은 행복하다고 생각이 되어지는 충분한 요소다.
 
 

 

Café Panis. · 21 Quai de Montebello, 75005 Paris, 프랑스

★★★★☆ · 비스트로

www.google.com

 
 

노트르담 대성당 - Cafe Panis - 북 역 - 숙소

 
 
오늘은 런던 일행이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그래서 남은 시간은 파리를 걸어서 짧게 훑어보고 유로스타를 타러 갔다. 카페에 오기 전에 대성당의 포토 스팟을 체크한 나는, 북 역으로 가는 길에서 일행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진을 찍으며 시청 쪽으로 향했다. 요즘은 왠지 DSLR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퐁피두 센터까지 올라왔는데 비가 오길래 잠시 피해서 머물렀다.
퐁피두 센터 뒤쪽 거리는 너무 깨끗하고 좋았다. 런던으로 치면 코번트 가든의 느낌이 났는데 더 좋은 느낌이었다. 일행이 여기는 과거에 쓰레기 매립장이었는데 그걸 옮기고 여기를 깨끗한 곳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다음에 파리에 온다면 여기로 숙소를 정해서 와도 좋다고 생각이 되었다. 심지어 RER도 직통이다. 전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던 거리도 숙소를 잡아서 오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파리는 숙소를 잡아서 머물곳이 많은 거 같다. 물론 런던도 그렇지만 유독 파리에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파리는 좀 평화롭다고 느껴지기 때문인 거 같다. 심지어 유로와 파운드의 차이는 300원이나 차이가 나기에 그것도 한몫 거든다. 런던은 싼 곳만 찾게 되고 파리는 여기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게 파리를 돌아보고서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북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행을 배웅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노트르담 대성당 - Cafe Panis - 북 역 - 숙소

 
 
숙소로 돌아온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하늘만 바라봤다. 하늘이 파랬다. 건너편 프랑스식 건물의 지붕이 보였는데 그곳이 바로 하녀의 방이었다. 파란하늘을 보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멍하니 계속 봤다. 하얀 뭉게구름이 지나가면 더 좋았다. 그러다가 검은 먹구름이 오다가 금세 지나가기도 했다. 이걸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이런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민을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란하늘 깨끗한 공기가 이렇게 소중한 자원인지 새삼 깨닫는다. 대한민국이 망하고 안 망하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기본이 중요하기에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Galaxy S24 Ultra] 관광지가 되어버린 이런 카페에 한 분이라도 이런분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건지 아니면 이제는 이런 분들이 다 사라진 도시라는 것을 애석해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으나, 카페 문화 특히 그 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은 애석한 일이 맞다는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