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1 # 1 파리 여행ㅣ21. March. 2024
비행기 안 - RER - 숙소
1. 염치
앞에 계신 할아버지가 풀로 좌석을 뒤로 저치셨다. 족히 70대는 되어 보이시는 분인데 저번 남해행 버스와 같은 현상을 겪은 것이다.
풀로 저치셔서 나가는 길이 어려웠다. 그래서 앞에 의자를 잡고 일어나야 했고 중심을 잡아야 했다. 옆에 있던 일본인 두 분도 그렇게 나올 수 있었다. 그러면 뒷사람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다 알 텐데 할아버지는 끝까지 자세를 고수하셨다.
자리로 돌아와서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제는 자리를 똑바로 해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많이 비좁아요?"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 라고 답했다. 그러니 할아버지는 나도 앞사람이 뒤로 저쳐서 어쩔 수 없다면서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며 면 앞사람 한 만큼만 뒤로 저치시라고 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나이가 젊든 들었든 간에 염치라는 것이 없어졌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데이트 폭력도 젊은 사람도 젊은 사람들이지만 50대들도 뉴스에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스마트 폰이 문제라는 것으로 내렸다.
스마트 폰이 결국 우리의 생각하는 능력을 빼앗아버려서 타인을 생각하는 기능을 상실해서 염치라는 개념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결론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린 사람들부터 노인분들까지 동시에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단지 세상이 변했다는 것만으로는 전 세대가 동시에 변하지 않고 이렇게 심하게 변하지도 않는다.
2. 지구는 둥글다
그 옆에 할머니는 비행 내내 창문을 열어두었다. 소등 시간에도 창문을 열어두었다. 닫으라는 제지에 반쯤 닫고 열어두었다. 내 옆옆자리의 창측에 앉은 일본인도 창문을 1/5쯤 열어두었다. 내가 닫아달라고 했는데 다시 연 것이다. 그렇게 창문을 열어둔 사람이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 두 사람이 내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비행내내 잠을 자지 못했고 백야를 아주 간접적으로 느꼈으며, 지구는 둥글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구가 평평했다면 해가 졌을 테니까.
스마트 폰으로 인해서 다들 개인의 행복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그 관대함이 타인에게 불편함으로 전이되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현상으로 세대 간의 갈등은 더 커지고 남녀 간의 간극도 더 넓어져서 서로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되어 가는 듯하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동물인데 이건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는 그 강자가 물리적 강자라기보다는 돈이 있는 존재들이 강자가 되어 되려 부러움까지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 되돌아갈 길이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임계점을 넘어서 예전으로 돌아갈 힘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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