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Busanㅣ18. February. 2024
얼마나 있어야 한국에 적응이 될까?
어제 남해에 내려왔다. 고속버스 민폐녀는 젊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앞의 할아버지도 민폐 대상이었다. 최대치로 뒤로 넘긴 좌석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대충 내 옆자리가 빈 것을 확인할 출발 시간 2분 전 시점에 나는 옆자리로 옮겼다. 말로 될 사람이면 애초에 이런 짓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은 쉽게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냄새기 너무 나서 피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은 어렵지 않았다.
시골에 있는 차를 운행하지 않은지 2개월이 넘어서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 보험사를 불러서 시동을 켰고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40분 이상은 달려야 했다. 겨울에 야외에 있었으니 배터리는 0% 였기에 앞으로도 매일 달려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기왕 나간 거 엄마랑 늦은 점심을 먹고 늘 가던 마트에서 장을 봤다. 돌아오는 길도 엄마가 좋아하는 바닷가 길로 가기 위해서 골목길에 들어섰다. 앞에 고급 택시가 골목길 중앙에서 오고 있었고 나의 오른쪽은 다른 차들의 주차로 인해 공간이 없었고 그 택시 오른쪽은 차 한 대가 더 들어와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 넓었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 운전사는 길을 양보하지 않고 차를 세웠다. 그리고 마치 마지못해서 자기가 양보 안 해도 되는 상황인데 양보를 한다는 식으로 아주 약간 차를 움직였다. 사실 그냥 오른쪽으로 이동을 해서 지나가면 되는 상황인데 끝까지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다. 나는 그 약간의 공간을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차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과거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내가 살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라는 대사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어제 그걸 느낀 거다. 민폐 좌석 할아버지야 런던에서도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니 차치하겠지만 택시 기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런던의 도로는 특히 좁은 도로는 자율로 움직인다. 딱히 중앙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가장자리는 주차까지 가능하게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왕복 2차로를 그냥 1차로로 만들어서 서로 눈치껏 양보하며 다닌다.
하지만 오늘 택시 기사는 자신의 자리에 차 한 대가 더 들어올 공간이 있어도 골목길 중앙에서 달리며 양보는커녕 멈춰서 마치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이라는 듯 몽니를 드러냈다. 그런 길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일 거다.
내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답게 본 풍경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자전거 연수를 시켜주는 일이었다. 런던은 도로에서 자전거와 함께 다닌다. 그래서 자전거 연수는 아주 중요한 교육이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손녀에게 다음 단계인 도로 연수를 가르쳐 주는 풍경은 겨울이라 일찍 찾아온 노을과 함께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런던은 그렇게 노인이 되어도 사람으로 이어지는 가치가 있는 인간성이 존재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한국은 노인이 가치가 없다. 그냥 국민들의 인간성이 모두 사라진 나라 갔다는 생각이 더 든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곳이 남해라는 통계가 맞다는 것을 오늘 느낀 거 같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은 배울 것이 없다. 이제는 친절도 수입을 해야 할 판이다.
런던의 이런 회색 교통문화는 2016년 처음 런던에서도 느꼈는데 그때는 이런 시스템이면 어떻게 알고 운전을 할 수 있는 거지? 하며 의아해했었는데 이게 맞는 거다. 그러니 그 좁은 도로에서 주차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힘도 생기는 것이고 도로의 효율을 높이게 되는 것이며 최대치는 서로의 인간성을 지속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회색지대를 무법지대인 양 생각하는데 회색 지대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과 상식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지대인 것이다. 무법지대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과 양심과 상식이 없었기에 나온 말이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규칙대로 한다는 것, 시스템 대로 한다는 것, 법대로 한다는 것, 자동화의 편리성을 찬양하는 민족으로 진화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인간성의 상실과 함께 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성을 지난 나라가 되었다.
왜 사람들이 그 비싼 런던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민을 하려고 노력하는지 알게 된 날이었다. 오늘 일은 내가 살았던 런던에서는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거 같다.
(side talk)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그런가 오후 4시 30분부터 12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온몸이 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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