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Busanㅣ16. February. 2024
한계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라는 드라마 속 대사도 이제는 드라마 속 말이라고 치부하고 새장에 갇히길 바라는 인생이 된 거 같다.
6개월 간 방치한 머리를 정리하러 헤어숍에 갔다. 내가 이용하는 미용실은 김해 신세계 백화점 안에 있다. 차가 없으니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경전철을 타고 가야 한다.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는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구포역을 지나면 오버 그라운드가 되어 경치가 아주 좋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서면이나 해운대 가는 것보다 더 좋다. 차를 타면 편리하지만 이런 좋은 풍경을 놓친다. 편리는 편리하지만 좋다고 단정 짓기는 어패가 있다. 런던의 불편함 속에 인간미를 보고 그것이 인간사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불편함은 불편함이 아닌 인간적인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새삼 정말 경치가 좋다고 느꼈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서 양산에 있는 산들도 보였다. 런던과는 다른 풍경이라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런던은 도시 자체가 도시스러워서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렵다. 공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공원들로 인해서 자연자체를 느낀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산이 보이는 풍경은 도시가 자연에 속한 느낌을 받기에 좋다는 것을 오늘 느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런던이 더 좋고 돈만 있다면 런던에서 살고 싶은 건 여전하다.
한국에 돌아올 때 히스로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본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대지였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일행과 나눈 대화가 산으로 경계가 나눠진 우리나라는 생각도 무의식적으로 한계를 느끼는 것인가에 대해서 잠시 얘기를 했었다. 실제로 산을 보면서 내 생각은 갇힌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딱 저 산까지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산은 어떤 산이지? 저 산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지? 저 산에 오르면 뭐가 보이지? 같은, 딱 저 산까지만 생각했다. 하지만 히스로 공항에서 본 풍경에서는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거지? 설마 바다까지 그대로 평지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적 환경도 생각에 영향을 미쳐서 생각을 좁게 하고 넓히게 만드는 거 같다. 그걸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고 런던에 있을 때도 몰랐지만 런던에 있다고 한국에 오니 알거 같다. 그래서 서구권은 한계를 구명하지 않고 도전을 하는 삶을 추구 했고 그래서 세상을 지배하는 생각은 서구 문명이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살기 어렵다고 쇼펜하우어를 찾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아무튼 동양은 생각이 좁아서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결과까지만 예상하는 수준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그 이상을 꿈꾸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불가능하다고 폄하하고 무시하고 심지어 조롱도 한다.
나 같은 경우도 런던에 간다고 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우회적으로 멍청한 짓이라는 말만 듣고 갔다 왔다. 런던에서 6개월 있어봤자 영어도 늘지 않고 그냥 돈만 쓴다. 관광은 2주면 충분한데 6개월치의 돈을 쓰는 건 어리석다는 뜻이다. 심지어 런던은 3번이나 갔다 왔으니 더 그렇다.
하지만 나는 뜻밖의 세상을 깨우치고 왔고 생각의 범위를 더 넓히고 왔다. 하지만 이건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영어를 잘해야 그들에게 최소한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는다. 더 큰 문제는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한 계획과 실제로 돈을 벌어야 잘한 짓이라고 그들의 반응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내기 이렇게 된다고해도 그들은 나처럼은 하지 않을 거다. 왜냐면 생각이 갇혀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갇혀 있으면 행동도 제한적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리는 인간의 생각의 범위를 규정하는 듯 하다. 단순한 여행으로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헬스 PT 10회 등록하고 운동 한다고 해서 머슬 대회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험은 무의식적 흡수가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시간은 아마 년 단위가 될 거 같다. 나는 그나마 운이 좋아 6개월 정도로 결과를 얻어 냈지만 1년 살면 더 큰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땅을 보는 자는 한계를 분명히 하는 듯 하다. 하늘을 보는 자는 한계를 모르는 듯하다. 끝없는 대지를 보는 자는 한계를 인지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 듯하다. 산은 땅이다. 우리는 너무 우리의 한계를 좁게 설정하고 사는데 익숙한 민족인 거 같다.
(side talk)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짜증이 나고 무기력했다. 그와중에 세수를 하려고 하는데 수전의 고정 클립이 떨어지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나사가 빠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수전을 어렵게 고치고 나니 이상하게 급 부산에 적응이 되었다. 적응 전까지는 오늘 남해로 가려고도 했다. 내 집인데 뜻대로 되지 않는 심리에 도망치고 싶은 심리였을 거다. 하지만 적응이 완료되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냥 계획대로 내일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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