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return to Busanㅣ14. Febr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2. 14. 07:35

return to Busanㅣ14. February. 2024

 

인간의 감정은 불안을 느낄때 더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갑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어제 도착해서 함께 하지 못한 일행과 간단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그 뒤로 갑자기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런던의 자유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지나치게 느끼고 온 일상에서 한국에 오니 지난 한국에서의 삶이 참 갑갑한 일상이라는 것이 동기화되고 있는 과정인 거 같다.

 

저녁은 김밥과 얼큰 칼국수를 먹었는데 가격대 비해 맛은 괜찮았다. 하지만 장사 하시는 분의 친절에 대한 댓글을 보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겪으니 좀 신선했다.

 

런던은 친절하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해줄 거 해주고, 받을 거 받고, 아무리 손님이라고 해도 불필요한 요구는 받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친절보다는 평등한 관계에서 인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이다. 런던은 한국식의 손님은 왕이다,라는 식의 친절에 대한 느낌은 없지만 하지만 그게 더 나아 보였다. 되려 한국인들이 하는 상점이 이런 정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어설픈 영국식이 되어 불친절에 가까운 면을 볼 때도 있었다.

 

대표적 가게가 자주 이용하던 SK 마트 안의 식당이었는데 가깝고 맛있기에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그 집 아들,딸이 영국식 Friendly 한 면 없이 영국 방식으로 일을 하니 그냥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강제로 계산되는 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우리들은 대체로 테이크 아웃을 했다. 그렇다고 감정이 들어간 불친절은 아니기에 또 마지막 인사는 하고 왔다. 그런 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먹고 살기 어려우니 친절이고 나발이고 모르겠다는 포기 주의로 가는 현상 같다. 그전에는 기계적 친절에 가까웠는데 그것도 장사 잘 될 때나 그랬고, 친절할 방법을 몰라서 손님은 왕이라는 기계적 친절이었고, 사회적으로 친절에 대한 가치에 표준 정서가 만들어지지 못해서 그랬던 거다. 그래서 한 때 욕쟁이 할머니식 친절이 유행을 했던 거 같다. 정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단계를 제대로 넘지 못하고 그냥 이대로 기계식 친절에 머무는 모양새가 된 거 같다. 그리고 이리저리 오는 손님들도 보아하니 사장님의 친절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 보인다.

 

삶이 팍팍하다는 증거를 보는 듯했다. 

 

숙소에서 혼자 TV를 보는데 세작이라는 드라마를 요약해서 방송하는 프로를 봤다. 빠져들었다. 조정석이 관상에서 보여주는 그 연기와 오버랩이 되는데 어색하기보다는 극복했다는 느낌을 더 받아서 좋았다. 연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드라마 사랑의 의미도 알게 된 거 같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면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사는데 드라마의 세상에 동기화되니 최소한 그 시간만은 자유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갑갑한 와중에 그걸 느꼈기 때문이다. 안 봐도 되겠다.. 싶은데도 계속 보게 되었다. 게임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사회적 약자로써 자유를 느끼지 못해서 그렇게 되는 것과 일맥상통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일행이 맨체스터에서 1년, 옥스퍼드에서 2년, 런던에서 1년을 살면서 자유에 대한 개념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보고 느끼고 맛보는 삶을 살았으니 왜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는지 알 거 같다. 사실 어제 잠들기 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서 스스로 좀 놀라기도 했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대충 한국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는 중이다.

 

 

(side talk)

 

1. 아시아나는 유니폼과 좌석 색감이 그래서 그건가 좀 안정적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2. 공항에서 나오는 데 나오보고 세관 검사를 하고 가라고 해서 갔더니 가방을 열어보았다. 케리어 하나는 옷으로만 정리되어있었는데 너무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외국에서 명품을 사재기해서 입국하는 것으로 기계가 판단해서 알람이 울렸던 거란다. 

 

나는 가방을 열어보기 전에 혹시.. 라며 맥세이프 자석 때문인지 물러보려고 했는데 혹시..라고 하자 여성 직원분이 신고하시계요?,라며 바로 당연하게 물어보는 것이 아.. 여기서 이런 식으로 자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라고 느꼈다. 아무튼 기계나 인간이나 같은 일을 오래 하면 다 기계가 되는 듯하다. 그 방식이 자신의 삶에도 적용이 되어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그 삶을 자식들에게도 전염시키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