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return to Busanㅣ15. Febr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2. 16. 02:33

return to Busanㅣ15. February. 2024

 

모르는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회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회는 돈으로 친절을 사야 하는 사회로 진화한다.

 

 

인천에서 2시 15분 비행기를 예약하고 숙소에서 11시에 체크 아웃을 했다. 어제도 어김없이 잠을 1시간 30분 밖에 못 잤지만 그래도 전날보다는 좀 나은 날이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창 밖으로 보는 것보다 비가 더 많이 오고 있었다. 순환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비는 짖눈깨비로 바뀌었다. 순환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곧장 로밍 센터로 갔다. 장기 수신 정지를 풀려고 왔다고 하니 전화로 하면 된다 해서 나는 전화가 안돼서 여기로 왔다고 했다. 전화기를 건네 달라고 해서 주니 전화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전화 서비스를 음성으로 해보니 되었다. 그동안 난 영상+음성 서비스로만 이용해서 그것이 안되니 당연히 다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전화기도 재개통하고 김포로 향했다. 김포에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에서 기다리는데 짖눈깨비는 함박눈으로 변했고 안내 방송은 비행기가 연착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서울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산 날씨가 더 안 좋다고 했다. 오늘 못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20분 지연만 되고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부산에 도착하니 날씨도 좋았다.

 

택시를 타고 동네로 향했는데 아파트로 올라가는 길에 점포들이 공실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서너게 되어 보였다. 개인 슈퍼마켓도 GS 25로 변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 사는 지역을 마음에는 들어하는 편이지만 불편한 동네다 보니 나중에 질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올까 봐 걱정인데 이제는 진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부분인 거 같다. 벌써 옆집도 이상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날씨는 꽤 추워졌다. 어제만해도 인천은 런던보다는 좀 날카로운 느낌의 추위가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많이 춥다. 부산도 춥게 느껴진다. 

 

짐을 정리하는데 런던 생각이 많이 났다. 간소한 삶에서 오는 행복감이 새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내가 가진 것이 많구나..라고 느껴졌다. 이렇게 많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이다. 정리를 하든 물질의 활용도를 높여 삶의 범위를 넓혀야겠다. 아직도 짐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 옷은 전부 에어드레서로 드라이를 하고 옷장에 넣으려고 하니 일이 오래 걸린다. 이것만 정리되면 내일 머리 깎는 데로 바로 남해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냥 내일까지 짐을 정리하고 내려가야 할거 같다. 아직 시차적응도 컨디션도 회복되지 않은듯 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또하나 런던이 생각나는 이유는 오고 가며 접촉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부산으로 오는 와중에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버스기사분과 공항에 들어갈 때 신분증 검사하는 분과 음식점 직원 등등을 말이다. 어느 정도 런던의 삶의 방식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인사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런던 사람들처럼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대충 하는 수준이다.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사람들이 다 AI가 되어 가는 듯하다. 그래도 감사대 직원은 신나게 일을 하면서 인사를 잘 받아주었다. 첫 직장인듯한 나이대의 남자 직원이었는데 검사대에서 그렇게 하니 좀 신기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엄격해야 할 보직인 거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이 친구 아니었으면 친절도 돈을 주고 사야한다는 생각이 고착화되었을 거다. 이 친구 말고는 유일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들은 승무원들 그것도 비행기에 타는 승무원들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한국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고난이 느껴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