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3 런던살이ㅣ06. February. 2024
아직 우니라나는 자유라는 말까지 붙여 쓰는 민주주의 국가로써의 진화는 이뤄진 거 같진 않다. 근데 정치인들은 엉뚱한 짓만 하고 있다.
오늘은 동네 캠든 아트 센터에 갔다. 현대 미술 작품 여러점과 미술에 관련된 서점을 운영하고 커피숍도 운영했다. 버스 타고 지나갈 때마다 괜찮은 커피숍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료로 미술 작품까지 전시하는 줄은 몰랐다. 동네이긴 하지만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가 되어서 생각보다는 좀 걸어야 했다. 바람도 많이 불고 흐린 날씨에 모처럼 다시 추워진 느낌에서는 좀 더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명품에 대한 소비가 어쩌면 자유의 행위가 아닐까 하는 대화를 했다. 오늘 아침에 일행이 은행에 전화를 해서 100 파운드 사기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얘기만 듣고 증거도 필요 없다면서 바로 100 파운드를 입금시켜 주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최근 우리나라는 일부러 남에 계좌에 소액을 입금하고 상대방 계좌를 정지시켜서 협박을 하고 돈을 뜯어내어 계좌를 풀어주는 범죄를 해결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은행에 협박 당한 문자만 제시하면 은행 측에서 바로 풀어준다는 것이다. 근데 영국은 그냥 창구 직원이 개인적으로 사기를 판단하고 돈도 바로 빼서 돌려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써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단번에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자유'다,라고 말이다. 우리나라도 굳이 법으로 만들게 아니라 그냥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하게 만들어도 되는 것을 법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이 되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직장인으로서 아마 이런 권한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생각해하고 판단을 해서 움직이면 직장의 부속품이 아닌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자유가 있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이 들었고 어디서든 '하지 마라'의 외침이 있는 나라에서 자유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지 실제로 우리나라는 숨구멍만 있는 수준에서 자유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나라라는 결론이 쉽게 났다. 그로 인해서 쇼핑은 그야말로 내가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쇼핑에 중독이 되어 나도 명품 하나 정도는 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고 쓰지 않을 물건도 사서 쟁여놓은 일도 생기는 것이다. 결국 쇼핑은 일시적 해방감을 맛보는 행위라는 것이다. 확대하면 이런 소비 행태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롯데리아에서 갑질까지 하게 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본다. 되는 거 하나 없는 인생에 쇼핑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몸 안에 움츠려든 감정이 빅뱅처럼 폭발하여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거 같다.
건널목 하나도 신호등 지시대로 움직여야 하는 국가에서 자유라는 것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식인거 같다. 시민의식이 높다고 포장을 하는 것은 국가가 우리를 쉽게 다스리기 위한 세뇌 교육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착한 사람이라는 그 프레임은 국가 기준으로 보면 국가가 뭘 하든 말 잘 듣는 국민으로 만들려는 사상 교육이라는 뜻이다. 이건 양당을 넘어서 온 정치인들 전부가 바라는 국민상일 테니 어떤 당에서도 이건 건들지 않을 거다. 자기들만 아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이런 것을 인문학자들이 해결해줬어야 했는데 이들은 무용지물이며 무용지물었고 무용지물일 것이다.
아무튼 오늘 일행의 은행 환불 에피소드는 정말 시사하는 바가 큰 사건이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공원에서도, 거리에서도 어디서도 자유가 없는 국가에서는 다들 명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고, 코인 노래방이 유행할 수밖에 없고, 롯데리아에서라도 갑질을 해야 하는 것이며, 연애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조종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행복의 조건 1위가 돈인 이유는 돈이 곧 자유이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자유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철학자들도 자유를 몰라서 시키는 대로 사는 인생에 익숙해져서 학교 담벼락 안에서만 살기에 국민들에게 자유라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국민은 자유가 뭔지 몰라서 헤매고 있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아마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린 이유는 정의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서 그럴 거다. 자유롭게 정의에 대해서 토론을 해본 적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연애를 못하는 건 사랑을 몰라 서고, 성에 자유롭지 못한 것은 섹스를 몰라서 일거다. 보이지 않는 것은 거의 모르는 상태의 민족이라는 뜻이다. 정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민족이 정신을 하나도 몰랐다는 뜻이다. 그러니 돈이 행복의 1위 일수밖에 없고 돈에 노예가 되는 것이다. 돈이라도 있어야 아이폰을 해마다 사서 자유라는 것을 일시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거다.
자유가 없는 국가에 남에게 꿀리지 않는 해방감이라도 있어야 숨 쉬고 살 수 있는 거다. 남에게 감정까지 위축되어 살면 온 세상이 감옥 같지 않겠는가.
내가 영국에 계속 남고 싶어 하고, 일행은 어떻게든 취업해서 계속 영국에 살고 싶어하고, 또 다른 일행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안달이고, 물가가 비싸다고 징징대는 어느 유튜버도 영국에 계속 남겠다고 한 이유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유! 인간이 사회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를 포기한 나라와 모양이 삐뚤어져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어떻게든 고쳐서라도 만들어보려는 나라의 차이가 인간의 행복도, 출산율, 이민율의 차이를 만드는 힘인 것이다.
단순히 물가만 따지면 런던이 훨씬 높은데 왜 우리나라는 이럴까.. 에 대한 고민이 해결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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