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0 런던살이ㅣ03. February. 2024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활용 못하는 경험만 있을 뿐이다. 활용을 하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일행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손흥민 동네로 추정되는 곳을 갔다. 김민종에서 손흥민으로 갈아탄 지 6개월 째다. 우리는 안다. 그의 팬심은 좀처럼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정보를 더 찾아보고 노팅힐에 나온 촬영지를 발견하고 사진을 본 후 가볼 만하다고 판단하여 오늘 드디어 여행자의 마음 가짐으로 관광을 하러 나갔다.
예전 오일남 할아버지(마약 한 것 같은 할아버지, Day 43 내용 참조)를 본 동네까지가서 환승을 하고 입구에서 내렸다. 공원에서 하얀 큰 건물이 있어서 느낌은 있었으나 왠지 사진과는 다른 느낌에 살짝 실망을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카페는 내가 본 런던 카페 중에 제일 좋았다. 야외 카페였지만 이제는 기온이 제법 올라가서 야외에서도 그리 추위에 떨 정도는 아니기에 디저트를 무려 3개나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이 카페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느껴져서 그렇다. 구석에서 아빠와 딸이 가볍게 공놀이도 하고 사회화가 된 반려견들과 함께 있는 모습들이 자유가 느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카페가 아릅답다고 할 수 없다. 야외에 테이블만 있는 카페가 뭐 때문에 아릅답다고 느끼겠는가! 결국 장소의 아름다움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 사람들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단 한 사람이라도 거부감이 드는 뭔가가 있다면 그놈에 하지 마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뭔가의 좋은 사람 압박 때문에 카페에서 하는 행동들이 정해져 있다. 어느것이 더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런던이 더 좋다. 자유라는 추상적 개념이 시각과 청각으로 느껴지는 그 느낌은 미친듯한 물가로 인해서 빠듯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떠날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우리 시골집 강아지들도 목줄을 풀고 돌아다닐 때 예뻐보인다. 묶여 있으면 개가 아무리 예뻐도 안쓰럽다. 얼마 전 초롱이와 바람이가 묶였다는 소리를 들었다. 드디어 남의 집 밭에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고 컨우드 하우스에 들어가서 그림을 감상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단련한 보람을 느낄 정도로 구경을 잘하고 나온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작은 규모여서 더 재밌게 감상을 할 수 있었고 저택을 개조해서 만든 거라서 집안처럼 꾸민 포근함이 여러모로 내셔널 갤러리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그림에 하루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적극적으로 여기를 추천한다.
감상을 마치고 공원을 가볍게 둘러보고 남들 다 찍은 각도에서 켄우드 저택 사진도 찍고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어쩌다보니 숲길로 들어서 본의 아니게 트레킹을 했다. 그렇게 옆마을로 나가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옆마을도 구경도 했다. 작은 마을에 대택 구조로 만들어진 집들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 걸어가다 보니 짧은데 너무 예쁜 골목이 나와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기왕이면 이런 골목에서는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펍에서 저녁을 먹고 가자고 했다. 일행들은 더 예쁜 펍이 있을까봐 잠시 나가서 살펴보자고 했고 골목을 벗어나니 살짝 시내 느낌이 나는 도로가 나왔다. 서점이 있길래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화책도 하나 샀다. 그리고 더 예뻐 보이는 펍이 있길래 들어갔으나 자리가 없어서 다시 원래 골목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오리지널 버거와 피시 & 칩스를 시켜 먹었다. 이 집의 음식으로 오늘 하루가 우리에게 완벽했다는 것을 느꼈다. 찰스 국왕도 젊었을 때 다녀간 집답게 음식 맛이 좋았다. 늘 기대를 어기는 영국 음식점들이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마치 리버풀의 업그레이드 느낌을 주게 만든 이 동네에서 집까지 걸어가다 보니 익숙한 집 근처 동네가 나왔다. 마치 다른 지역을 여행을 갔다고 느끼게 한 그 동네가 20여분 만에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네가 우리 숙소에서 3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관광객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동네 구경을 해본 우리로써는 진짜 최고의 관광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카나리 와프 주변의 동네와 비교가 되는 경험으로 더 극대화 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함도 있었다. 그 펍에서는 전부 백인들이었기에 왠지 모를 소외감 같은 것이 느껴졌고 이것이 이방인이라는 느낌인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초기에 머물렀던 숙소 주인에 대한 마음을 좀 더 알 수 있었다.(Day 10) 그 사람이 여기에서 이들과 같아지려고 노력한 노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 자신의 인종을 부정하며 자신은 백인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는 안타까운 면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며칠 남지 않은 런던살이를 9박 10일 여행자의 마음으로 알차게 보내고 가야겠다.
▼ The Flask :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집이지만 마땅히 섞어서 갈 관광지가 없어서 애매하다.
'경험 쌓기 > 런던살이 2023-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172 런던살이ㅣ05. February. 2024 (28) | 2024.02.06 |
---|---|
Day 171 런던살이ㅣ04. February. 2024 (28) | 2024.02.05 |
Day 169 런던살이ㅣ02. February. 2024 (31) | 2024.02.03 |
Day 168 런던살이ㅣ01. February. 2024 (37) | 2024.02.02 |
Day 167 런던살이ㅣ31. January. 2024 (35) | 2024.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