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Day 170 런던살이ㅣ03. Febr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2. 4. 08:39

Day 170 런던살이ㅣ03. February. 2024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활용 못하는 경험만 있을 뿐이다. 활용을 하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Galaxy A34]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가장 예쁜 골목 같다. 노팅힐 갈 바에야 여기 가는 것이 더 낫지만 노팅힐을 가야 돌아갔을 때 사람들과 얘기 할 것이 생기는 현실도 생각해야 한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일행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손흥민 동네로 추정되는 곳을 갔다. 김민종에서 손흥민으로 갈아탄 지 6개월 째다. 우리는 안다. 그의 팬심은 좀처럼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정보를 더 찾아보고 노팅힐에 나온 촬영지를 발견하고 사진을 본 후 가볼 만하다고 판단하여 오늘 드디어 여행자의 마음 가짐으로 관광을 하러 나갔다. 
 
예전 오일남 할아버지(마약 한 것 같은 할아버지, Day 43 내용 참조)를 본 동네까지가서 환승을 하고 입구에서 내렸다. 공원에서 하얀 큰 건물이 있어서 느낌은 있었으나 왠지 사진과는 다른 느낌에 살짝 실망을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카페는 내가 본 런던 카페 중에 제일 좋았다. 야외 카페였지만 이제는 기온이 제법 올라가서 야외에서도 그리 추위에 떨 정도는 아니기에 디저트를 무려 3개나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이 카페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느껴져서 그렇다. 구석에서 아빠와 딸이 가볍게 공놀이도 하고 사회화가 된 반려견들과 함께 있는 모습들이 자유가 느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카페가 아릅답다고 할 수 없다. 야외에 테이블만 있는 카페가 뭐 때문에 아릅답다고 느끼겠는가! 결국 장소의 아름다움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 사람들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단 한 사람이라도 거부감이 드는 뭔가가 있다면 그놈에 하지 마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뭔가의 좋은 사람 압박 때문에 카페에서 하는 행동들이 정해져 있다. 어느것이 더 좋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런던이 더 좋다. 자유라는 추상적 개념이 시각과 청각으로 느껴지는 그 느낌은 미친듯한 물가로 인해서 빠듯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떠날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우리 시골집 강아지들도 목줄을 풀고 돌아다닐 때 예뻐보인다. 묶여 있으면 개가 아무리 예뻐도 안쓰럽다. 얼마 전 초롱이와 바람이가 묶였다는 소리를 들었다. 드디어 남의 집 밭에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고 컨우드 하우스에 들어가서 그림을 감상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단련한 보람을 느낄 정도로 구경을 잘하고 나온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작은 규모여서 더 재밌게 감상을 할 수 있었고 저택을 개조해서 만든 거라서 집안처럼 꾸민 포근함이 여러모로 내셔널 갤러리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그림에 하루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적극적으로 여기를 추천한다.
 
감상을 마치고 공원을 가볍게 둘러보고 남들 다 찍은 각도에서 켄우드 저택 사진도 찍고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어쩌다보니 숲길로 들어서 본의 아니게 트레킹을 했다. 그렇게 옆마을로 나가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옆마을도 구경도 했다. 작은 마을에 대택 구조로 만들어진 집들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 걸어가다 보니 짧은데 너무 예쁜 골목이 나와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기왕이면 이런 골목에서는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펍에서 저녁을 먹고 가자고 했다. 일행들은 더 예쁜 펍이 있을까봐 잠시 나가서 살펴보자고 했고 골목을 벗어나니 살짝 시내 느낌이 나는 도로가 나왔다. 서점이 있길래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화책도 하나 샀다. 그리고 더 예뻐 보이는 펍이 있길래 들어갔으나 자리가 없어서 다시 원래 골목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오리지널 버거와 피시 & 칩스를 시켜 먹었다. 이 집의 음식으로 오늘 하루가 우리에게 완벽했다는 것을 느꼈다. 찰스 국왕도 젊었을 때 다녀간 집답게 음식 맛이 좋았다. 늘 기대를 어기는 영국 음식점들이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마치 리버풀의 업그레이드 느낌을 주게 만든 이 동네에서 집까지 걸어가다 보니 익숙한 집 근처 동네가 나왔다. 마치 다른 지역을 여행을 갔다고 느끼게 한 그 동네가 20여분 만에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네가 우리 숙소에서 3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관광객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동네 구경을 해본 우리로써는 진짜 최고의 관광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카나리 와프 주변의 동네와 비교가 되는 경험으로 더 극대화 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함도 있었다. 그 펍에서는 전부 백인들이었기에 왠지 모를 소외감 같은 것이 느껴졌고 이것이 이방인이라는 느낌인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초기에 머물렀던 숙소 주인에 대한 마음을 좀 더 알 수 있었다.(Day 10) 그 사람이 여기에서 이들과 같아지려고 노력한 노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 자신의 인종을 부정하며 자신은 백인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는 안타까운 면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며칠 남지 않은 런던살이를 9박 10일 여행자의 마음으로 알차게 보내고 가야겠다.
 
 
▼ The Flask :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집이지만 마땅히 섞어서 갈 관광지가 없어서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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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xy A34] 바이런 버거만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