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Day 168 런던살이ㅣ01. Febr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2. 2. 08:45

Day 168 런던살이ㅣ01. February. 2024

 

드디어 악을 이해하는 법을 조금은 배운 거 같다.

 

[Galaxy A34] 마지막 사기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1. 11:40분 뷰잉 집을 찾아갔다. 전에 갔던 Dollis Hill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지하철 부근에 있는 집이기에 역세권이다. 집을 보러 가는 마지막 코너를 노니 로즈메리(?) 향이 아주 강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슬 런던도 추위가 가시기 시작했다.
방은 최고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방 중 최고였다. 넓고 창문 구조도 좋았다. 햇볕도 잘 들었다. 뒷 뜰도 있고 별로지만 거실도 있었다. 동네도 최고 였고 심지어 공원도 최고였다. 프림로즈 힐은 저리 가라였다. 여기가 더 좋았다. 공원에 올라가니 카페도 있었다. 커피 한 잔을 하는 동안 동네 주민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함께 데리고 온 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했다. 
 
그동안 여길 몰라서 한 곳에서만 산게 억울할 정도로 너무 좋은 동네였다. 내가 혼자가 된다면 노후는 여기서 보내도 좋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행은 달랐다. 일행은 공부한다고 마음껏 다녀보지 못한 시내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오후에 볼 집은 시내였다. 사진을 보니 내가 봐도 너무 좋은 집이었고 가격도 최저 가격에 학교와의 거리도 지하철로 한 정거장 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는 일단 계약하기로 하고 연락이 다시 올 동안 시내 집을 구경하면 시간이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2. 3시 시내 집 뷰잉을 갔다. 집을 어렵게 찾아갔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기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어제 말한 100 파운드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집이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 싶었다. 이네 그 집에 들어가는 남성을 발견했다. 우리는 집 구경왔다고 했고 그 사람은 그런 말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5년을 여기서 살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맞은편 건물일지도 모르니 찾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사기였다. 어떤 집주인인지 모르지만 왜 이런 장난을 치는지 알 수 없었다. 대충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백일우월주의자나 런던병에 걸린 사람이 이런 재미로 사는거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다행히도 Dollis Hill에서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지원자가 여럿 있었지만 우리가 됐다. 빨리 하기로 결정한 것이 가장 늦게 뷰잉을 했지만 선택이 된 이유 같았다. 
 
3. 그렇게 일단락 짓고 서류작업을 위해서 스타벅스로 향했다. 우리는 그래도 금전적 사기를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지만 일행은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100 파운드를 줬다는 것이다. 나는 만나서 집을 구경시켜 주는 자리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었냐고 하니 50 파운드를 주면 매물을 알려주고 50 파운드를 더 주면 주인과 연결을 시켜주는 거라고 했다. 내가 어제 들은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다른 일행도 나처럼 알고 있어서 놀라 했다.
 
어쩐지 1,100 파운드도 넘어 보이는 집이 650 파운드로 나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는데 어제 그런 패배감을 느낀 상태에서 학교 동기이자 동갑 친구에서 소개받은 오픈 채팅방 사이트를 그냥 또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신분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일행은 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해 버렸다.
 
인간은 결국 물질적 피해를 입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스타벅스에서 집 계약에 대한 서류를 다 보내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그 사기꾼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일행이 사기를 당했다고 오픈 채팅방 사이트에 협박조로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박하지 말라는 문자만 다시 보내고 아직까지 입금은 되지 않았다. 놀리는 것이다.
 
4. 이번을 계기로 우리는 세계화를 경험한 것이다. 세계화라는 것이 별거 없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면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논리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서울이 가장 사기가 많은 거다. 팔도에서 몰려들어서 서로 모르니 사기 치기 좋은 것이다. 시골에서 시골 사람끼리 사기 치는 경우는 없다. 다 알기 때문이다. 그 지역을 다시 돌아올 생각하지 않고 한탕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면 말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오니 사기가 가장 많은 도시다. 이번 뷰잉을 통해서 나는 그걸 느꼈다. 내가 너무 안전한 곳에서 안일하게 살았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번 경험은 함께 하지 못한 일행과 함께 경험했으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100 파운드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싸게 한 것이다. 여차했으면 남은 런던 생활비 전부인 최고 5,000 파운드(8백5십만 원 정도) 날렸을 거고, 적게는 750 파운드를 손해 볼 수 있었지만 다행히 100 파운드로 배움을 얻은 거다. 
 
5. 사기는 당연한 거다. 인간은 자연에서 아직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려면 교육이 완벽해야 하고, 사회 시스템이 완벽해야 하고, 정치사상이 완벽해야 하고, 도덕도 완벽해야 하는데 그런 건 없다. 서로 완벽하다고 해도 일단 국가 단위가 거의 한계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마찰도 피할 수 없다. 결국 첫 번째 단계인 교육에서 완벽은 없기에 인간사에서 사기는 기본 옵션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거다. 그러니 사기를 당해도 견딜 수 있는 기본 체력과 정신력과 물질 체력을 길러놔야 인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악이 없는 세상은 없다. 자연은 서로 잡아먹고 잡아 먹히는 악의 순환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거기에 인간은 욕심이라는 더 큰 악의 축이 있기에 악이 없는 사회는 불가능하다. 만약 인간이 악에서 완전히 해방이 된다고 할지언정 결국 자연을 기준으로 인간은 결국 악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기후 재앙은 피할 수 없는 재앙이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이라는 사회 안에서 선을 논한다는 것 자제가 모순이다.
 
우리도 시내집이 좋았다면 그 집을 계약하고 Dollis Hill 집 계약을 파기하려고 사기를 치려고 했다. 그리고 안젤리나 집 계약하기라고 하고 다른 지역 집을 알아보고 더 좋으면 계약을 파기하려고 했다. 물론 우리는 규모가 작고 그들은 얼마든지 다음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계약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사기를 치지 않으려고 했다는 건 아니다. 결국 자연에서 동물들이 각자의 보호색으로 자취를 감추고 숨어서 사냥을 피하고 사냥을 당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이런 걸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누구나 이 정도는 사기를 치기 때문에서 서로 상쇄를 하는 현상으로 인해서 그런 거다. 
 
6. 아무튼 여기까지가 우리가 런던에서 월세집을 구하는 여정이었다. 삼 주 동안 월세집을 구하면서 당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당한 거 같고, 런던의 속살도 잘 살펴보고, 나름 런던 사람들의 흐름도 본 거 같고, 이런 경험이 세계화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한 느낌이다. 
악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은 대한민국 밖에서 밖에 못할 거다. 한국 안에서는 윌 스미스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악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에 악은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 악은 적당한 선에서 더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결국 대한민국은 악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악에 다시 지배당하는 일이 생길 거라고 봐진다.

[Galaxy A34] 혼자가 되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말년에는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 - 글래드스턴 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