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6 런던살이ㅣ30. January. 2024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2.
1. 오후 2시 뷰잉을 보러 가려고 준비 중에 세 번째 집 아주머니가 우리가 당첨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약간 마음이 상해서 오늘 뷰잉까지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지도상 이 집의 위치가 부잣집 동네 외각이기에 기대치가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상으로 방도 제법 커 보였다.
하지만 집은 감옥 같은 구조에다가 방은 폐허보다 나은 수준이었고 여름에는 살집이 되지 못할 거라는 결론은 쉽게 났다. 동네도 하램가보다 좀 나은 수준 정도지 안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좋은 공원이 인접해서 기대를 했는데 실망스러웠다.
2. 그래서 이제는 그 집이 답이다 싶어서 계약하려고 아침에 연락온 알젤리나 아주머니에게 연락을 하려고 하니, 어떻게 알고 계약을 진행하려면 보증금 200 파운드를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내일 만나서 모든 걸 다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보증금은 계속 요구했다. 그래서 당장 만나거나 아니면 일행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밤 8시 이후로 보자고 했다. 하지만 안젤리나는 시간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으로 계속 보증금을 요구했다. 의심스러우니 계약서를 보내면 절차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다른 방 계약을 한 샘플을 보낸다며 연락이 왔다. 우리 계약서가 아니다. 의심스러움이 극에 달할 무렵 자신의 신분증을 보냈다. 그래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7시에 입주하는 사람이 있으니 7시까지 오면 서로 미리 얼굴을 보고 좋겠다고 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집에서 등기부등본을 확인 후 이름이 같으면 보증금을 보내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름이 달랐다. 무려 세 명이나 그 집주인이 등록되어 있었고 거기에는 안젤라나 이름은 없었다 전부 중국인 이름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전세를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걸 우리에게 숨겼고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좋게 생각하면 안젤리나 딴에는 자기가 그 집을 빌려서 주인에게 알리면 세를 더 내야 하니 우리에게 숨기고 서로 세를 아끼자고 한 것일 수 있으나 이러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최악은 돈을 미리 다 냈는데 집주인이 들어와서 우리 집에 무단으로 들어왔다고 쫓겨나거나 그 사람과 다시 계약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혹시 그래도 전자의 경우를 생각해서 안젤리나가 상황을 말하면 신중히 고려해 볼 생각도 있었으나 끝내 보증금을 내야 계약서를 보내준다는 엉뚱한 소리만 했다. 여러모로 예상하는 최악의 상황 전까지의 어디쯤에 하려고 하는 사기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은 되는 부분이었다. 중국인과 합작을 해서 우리에게 사기를 치려고는 하지 못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오늘도 계약이 무산이 되고 다시 집을 찾아 나서야 한다. 어제 연락온 일행의 최대 기대치 집이 모레 뷰잉이기에 마음에 들면 바로 계약하기 위해서 미리 등기부등본을 확인 후 집주인이 남편이라고 들었다. 그것을 확인만 하면 바로 보증금을 걸고 집을 확보해서 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주에는 반드시 집을 찾아야 하니 내일도 일단 두 군데 들러보기로 했다. 런던에서 집을 구할 때 겪는 모든 일을 다 겪는 느낌이다. 이건 인생에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 나쁜 게 나쁜 게 아니다.
세상은 기본값이 악이다. 약한 악, 견딜 수 있는 악은 어쩔 수 없이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다 선이면 아무도 걱정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선으로만 된 세상도 걱정하며 사는 세상일 수 밖에 없기에 악이 생기는거다.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다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기본 값은 악인거다. 그러기에 최소한으로 마련된 법을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악을 피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거다. 사람을 통한 경험 말이다.
(side talk)
살면서 짐이 좀 늘어 일부는 한국으로 보내려고 옷을 한 박스 정리했다. 애매해서 그냥 한 박스 더 보내고 한 박스만큼 가볍게 돌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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