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Day 167 런던살이ㅣ31. Jan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2. 1. 08:53

Day 167 런던살이ㅣ31. January. 2024

 

가난이 유일하게 빛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성공뿐이다.

 
 

[Galaxy A34] 킹스맨 에거시가 살 던 집이다.


1. 아침 11시 뷰잉집에 찾아가니 연락이 되지 않아서 보지 못했다. 킹스맨 1편에서 에그시가 살던 집이기에 내부 구경을 해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밤에 AirB&B를 보니 같은 집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는 SpareRoom 어플에서 확인해서 갔는데 AirB&B로 갈아 탄 이유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2. 밤에 근처 집으로 갔는데 공사 중인 아파트에 들어갔다. 분명히 공사 중인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입구를 물어보려고 사람을 찾으니 마침 주민분이어서 2년째 공사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런던은 리모델링을 외관만 하는 건가 싶었다. 아무튼 내부는 아파트답게 천장이 낮았고 환기가 안 되는 구조라서 굉장히 답답했다. 더군다나 외관 공사 중이니 먼지도 많았고 매트리스도 곰팡이가 핀 듯했다.
 
3. 어제 세 번째 집 아주머니는 일행에게 보증금을 달라며 또 연락을 했다. 대충 어제 문자를 보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 텐데 또 연락이 온 걸 보면 사기가 맞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쩌면 자신의 집 계약이 2달 정도 남은 상태에서 한 탕하고 잠수를 탈 생각이라서 그런 거라고도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지원자가 있다면서 굳이 대화가 끝난 우리에게 보증금을 또 보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이가 없어서 등기부등본을 보내고 집주인과 너의 이름이 다르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잠잠하다.     
 
4. 내일 제일 기대하는 집에 집주인과 결혼한 관계라는 증명에 대한 요구를 정중히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하고 싶은 사람 많으니 그중에 고를 거라는 답변뿐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대충 여기서 정리를 하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설정을 했다. 
저녁을 다 먹고 좀 있으니 패배감이 들었다. 전세 사기 당한 사람의 마음을 1/100의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런던의 친절은 우리의 돈을 떼먹으려고 혈안 된 사람들 밖에는 없는 거 같았다. 약자의 패배감이었다. 일행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울기도 했다. 
 
샤워를 하면서 나의 아버지가 집을 떼먹고 빚만 남기고 도망간 일이 생각났다. 평생 한 푼도 벌지 않았으면서 우리에게 한 그 일이 얼마나 잔인했는지에 대한 분노를 다시 느꼈다. 대충 75살쯤 되는데 대체로 70대 때 많이 죽는데 아직도 사망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은 여러모로 아이러니하다. 
 
성공하면 무용담이 될 테니 성공으로 이 패배감을 미화시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일행은 기숙사에도 연락을 하고, 100 파운드에 해결이 가능한 부동산에도 연락을 하고, 학교에서 알게 된 동갑 친구에게 하소연을 해서 알게 된 집주인과 바로 연결이 된다고 하는 RentRoom이라는 사이트도 알게 막바지 서치 중이다.
 
가난한 학생은 어딜 가든 푸대접이고 먹잇감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때 학생은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인지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성공한 놈이 성공한 거지 성공할 가능성은 그냥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변수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