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5 런던살이ㅣ29. January. 2024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1. 오늘 뷰잉 가는 집이 2시에 잡혔는데 1시 40분에 3시로 미루자고 해서 환승 지점인 카나리 와프를 대충 둘러봤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어제 두 번째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환승 전에 미리 연락을 취했다. 연락이 오고 가는 와중에 3시에 뷰잉을 마치면 미련 없이 계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빨리 연락이 왔고 일행은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경쟁자가 많나? 하면서 있었는데 통화 내용은 간단히 말해서 '요리는 할 수 없다. 난방기는 10-4시 까지는 끊다.'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곧 따뜻해지니 공부는 집에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주인이 2층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건 그냥 나가서 밥 사 먹고 들어오고 나가서 공부해라라는 뜻이었다. 왜 그 좋은 집이 730 파운드인지 알 수 있었다. 직장인들에게 최적화 된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 뷰잉 시기에도 이런 조건을 제시한 집주인이 있었는데 대체로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이런 조건을 선호하는 느낌이다.
아쉽긴 하지만 집주인이 별로면 다 별로다. 더군다나 같이 살면 지옥이다. 나가서 쓰는 돈을 다 합치면 결국 850 파운드가 넘는 집이 되어버린다. 의미가 없다고 판단을 하고 포기했다.
2. 통화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첫 번째 뷰잉 집 동네를 갔는데 알고 보니 두 번째 집 동네였다. 급하게 우버를 타고 첫 번째 동네로 이동을 했다. 동네는 낙후된 곳이지만 집 앞에 초등학교가 있도 교육 센터 같은 것도 있기에 어느 정도의 안전은 보장된 느낌이었다. 집은 아이 둘 있는 가정이 사는 곳이었고 이집트 아주머니 집과 비슷한 구조와 약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돼지고기 먹어도 되냐고 물었고 팬만 다른 것을 쓰면 먹어도 된다고 했다.
2층 방에 올라가보니 제법 큼지막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800 파운드였다. 우리는 600 파운드 방을 보고 신청한 것이었다. 600 파운드 방은 아직 세입자가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구경을 했다. 역시나 좁았다. 하지만 싱글베드를 배치해서 책상을 넣을 구조는 되긴 했다. 아파트 뒤쪽의 공원도 보기는 좋았다.
카나리 와프로 돌아가려고 DLR을 타러 가는 길에 동네 분위기를 더 파악해보려고 했다. 백인들이 좀 있었는데 느낌은 백인들의 마지막 외각지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네 분위기가 사람이 외로울 때 정서적으로 우울함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우리는 어제 세 번째 집을 선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 두 번째 집은 10분 정도 걸으면서 그 동네가 너무 하램가 분위기가 나서 포기했다. 여기에 살바에야 그냥 동남아에서 사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3. 그렇게 결정을 하고 돌아온 카나리 와프에서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한식을 먹으려고 했으나 서울 버드라는 한식집이 한식인듯 한식 아닌 한식집이기에 그냥 스타벅스에서 간식을 먹고 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스타벅스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어제 세 번째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렇게 다 끝나는 줄 알았다.
저녁을 동네 한식집에서 사와서 먹으려고 했으나 동네 한식집도 6시 40분에 문을 닫아서 그냥 집에서 해 먹기로 했다. 일행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집주인과 연락이 되었는데 지원자가 많아서 오늘 생각해 보고 내일 결정을 하신다며 이것저것 문자로 다시 질문을 했다. 직업과 머무는 기간 등등을 말이다.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하루였다. 다행인지 몰라도 일행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집에서 뷰잉 날을 잡자고 연락이 왔다. 마치 이 집이 반드시 된다는 조건이면 더 좋게 다 해결되는 건데 하지만 우리 순서가 저녁 6시 30분이기에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그리고 내일 계약하자고 연락 오면 어떻게 할지도 약간 고민되는 집이라는 것도 약간 성가진 부분이 되어버렸다.
4. 카나리 와트는 미국에는 뉴욕이 있으면 영국에는 카나리 와프가 있다는 위용을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DLR을 타고 카나리 와프로 들어갈 때의 느낌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정도로 완전히 다른 메가 시티의 위용을 보였다. 뉴욕을 실제로 가보지 않아서 느낌을 잘 모르겠는데 서울과는 확실히 비교가 되면서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폐허에 지어진 건물들은 다들 이런 느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하상가는 백화점과 다를게 없어 보일 정도로 화려했고 모든 것은 이 지역에서 다 해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본주의 노예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느낀 동네였다.
개인적으로 다시는 가고싶은 지역은 아니었다. 굳이 서울에 가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래서 내가 미국에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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