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Day 164 런던살이ㅣ28. January. 2024

_교문 밖 사색가 2024. 1. 29. 09:57

Day 164 런던살이ㅣ28. January. 2024

 

어제 말했지만 집은 항상 마지막에 나온다.

 

 

1. 뷰잉 첫 번째 집에서 집주인은 기존의 집주인과는 달리 텐션이 좀 있으신 분이었다. 그래서 오늘 일진이 좋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던 거 같다. 결혼을 해서 남편과 딸과 함께 사시는데 두 언니와도 함께였다. 굉장히 화목해 보이는 분위기가 좋았다. 일행의 방은 햇볕이 잘 들어서 따뜻했다. 동네 분위기도 차분했다. 여전에 한 번 이 동네로 집을 보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슬람 마을로 소개를 받았고 더군다나 험하게 생긴 남자들이 너무 많고 거지도 많았고 하필이면 지하철 역에 포진하고 있었기에 포기를 했던 이력이 있던 동네다.

 

그래서 어제 잠시 고민을 했지만 런던 동네 구조들이 동서남북으로 다르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고 내가 처음 런던에 왔을 때 묵었던 숙소도 이 동네였는데 그때 기억은 부자동네로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여기도 좀 다를거라는 생각으로 왔다. 다만 지하철 역이 어수선했었으니 일부러 한 코스(Dolls Hill) 더 가서 내려서 뷰잉 집으로 갔다.

 

다행히 예상이 적중했고 아이들은 다 출가해서 어르신만 남은 동네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안전만큼은 보장이 된 느낌이었다. 이런 와중에 집주인이 밝고 가정이 화목한 걸 보니 더 좋았던거 같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일행의 일상에는 좀 어울리지 않았다. 방에 책상이 없었고 기존의 세입자도 임시 책상을 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 책상은 흔들리는 책상임을 알고 있기에 다시 책상은 사야 했다. 하지만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너무 큰 단점이었다. 그리고 화목한 가정도 좋지만 그로 인해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 거실은 쓸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집에 들어왔으면 좋았겠다는 느낌이 아주 큰 집이었다.

 

2.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한 번 환승해서 갔다(Hendon Central). 부자 동네 분위기가 났다. 이런 동네가 730 파운드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여기는 에이전시를 끼고 하는 곳이라고 했다. 아무튼 도착하니 그 동네에서 외관이 제일 안 좋은 집이었다. 급 730 파운드가 이해가 되었다. 마음속으로 다들 거르는 집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곧 집주인이 나왔고 당사자만 들어오라고 해서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집구경을 다하고 나온 일행의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여기가 딱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숙소도 거르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와서 살고 있는데 이 집도 그럴 분위기로 잡혔다. 방에는 옷장과 책상도 있었고 작지만 거실도 있었으며 뒷마당도 있었다. 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대리석 바닥을 봤는데 헛것을 봤는지 알았는데 진짜였던 것이다. 마트가 먼 거 빼고는 다 좋았다. 조금만 나가면 상점도 많고 한식당도 하나 있고 도서관도 있었다. 지하철도 가깝고 학교도 한 방에 갔다.

 

기존의 세입자들은 다들 직장인이어서 아침에 샤워나 화장실 문제가 있는데 일행은 학생이니 균형이 맞다고 했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이집으로 정했다. 

 

3. 세 번째 집은 6시 잡혀있어서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한 숨자고 다시 출발했다. 어제 냄새나는 집의 바로 윗동네(버몬드 세이)였다. 동네는 타운 하우스로 이뤄진 곳이어서 마치 제주도 시내 인근에 있는 동네 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집 내부는 아직 공사 중이었지만 보는 데는 무리 없었다. 일행의 방은 붙박이 장이 아주 큰 중간 방에다가 책상도 놓을 공간이 있었다. 일행은 붙박이 장을 아주 좋아했다. 일행은 작은 방에 대해서도 물었고 책상을 놓을 수 있는지 물었는데 눈대중으로 책상을 놓기 어려웠지만 집주인은 최대한 우리에게 맞춰주려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사의 나라의 면모를 보여주는 집주인분을 드디어 만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거실은 없었지만 주방에 큰 테이블은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공부를 하기는 좀 어려워 보였다.

 

850 파운드면 일행도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집이었다. 다만 타운을 벗어난 동네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런 분위기에 비해 흑인들이 별로 없어서 다행히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제의 롤스 로드 동네에서는 대로변의 대형 테스코 마트가 있어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흑인들도 보인거에 비해서는 안전한 동네였다. 남동부 쪽에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를 알아놓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고려 사항을 다 따지고 보면 결국 두 번째 집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두 번째 집은 집주인이 좀 깐깐분이시라서 약간 걸리지만 그래도 원칙대로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첫 번째, 세 번째 집주인분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4. 내일 예약된 뷰잉을 마무리로 크게 좋은 집이 나오지 않으면 오늘 두 번재 집을 계약할 것이다.

 

5. 오늘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자마사 이상하게 파리바게트의 그 노란색 파이가 먹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