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1 런던살이ㅣ25. January. 2024
혼자 살아도 좋다. 돈이 있고 외로움을 잘 다루며 혼자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직장에서 서열을 직위로만 따지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아무리 뛰어나고 성실히 오래 다닌 사람이라도 직위가 낮으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서 그 사람의 인신공격도 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고 결혼도 하지 못했고 동기들은 다들 팀장이 되었는데 자기만 주임으로 머무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이 악해졌다. 물론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말이다. 좋은 언니 역할을 하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여의치 않아서 다시 복직을 했다. 다행히 결혼도 했다. 꽤 시간이 흘러 복직한 바람에 한참 밑에 있던 후배가 팀장을 맡고 있었고 자신은 그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사람은 팀장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서 나간 거였고 그걸 두 번이나 했다. 이런 상황에 그 사람은 직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력과 연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게 되어 팀장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자신이 믿고 있던 가치관을 자신의 처지가 바뀌니 같이 바꿔버렸다.
문제는 이 사람은 자신이 이랬다는 것을 모를 거다. 아마 과거에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자기 부하직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서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인신 공격했다는 것도 모를 거다. 왜냐면 생각 없이 자기 살기 위해서 했기 때문에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했을 테고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한 것은 쉽게 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에 맡게 자신의 직장 가치관도 바꾼 것을 모를게 뻔했다.
우주에 빅뱅이 있었다. 그리고 빅뱅의 확장을 돕는 인플레이션이 여러 번 있었다. 종교에서는 신이 우주를 창조하고 6일 동안 세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6일의 과정이 인플레이션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걸 인간으로 치자면 그 사람이 태어난 건 그 사람의 인생의 빅뱅이었다. 우주가 공간을 갖었듯 인간은 육체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면서 직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으니 굳이 고민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한동안 잘 다녔을 것이다. 직장 생활 잘해보려고 좋은 언니 노릇도 했다. 하지만 결혼으로 인생을 바꾸는 것도 실패했고 나이는 들지만 진급은 되지 않는 인생을 한탄하며 인정받는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사태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그리고 직장을 못 견디고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변변찮은 실력으로 다른 직장에서도 적응하지 못해서, 밑에서 그렇게 욕을 했던 전 직장의 직장 상사가 손을 내미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덥석 받아서 다시 출근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경력을 가장한 연륜을 내민 것이다. 이 두 인플레이션은 신의 6일과는 달리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확장이었다. 마치 물질 우주와 반물질 우주의 탄생처럼 말이다.
이 사람의 약점은 이 두 가지 성질을 다 가지고 있거나 상황이 바뀌면 가치관도 바꾸는 성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두 가치관이 대립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대립대는 두 가치관을 다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전에는 부하직원이었다가 팀장이 된 직원이었던 거다. 자신의 동기는 팀장이 될 때 자신은 되지 못했던 그 직위 말이다.
아무리 양립이 되더라도 얼마보지 못한 사람은 그런 적이 있었던 시절을 모르니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압박이 없으면 좋은 언니 노릇도 할 줄 알아서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립되는 성향이 있다는 것 즉 사회생활이 가능한 인격이 두 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그것도 직장에서는 말이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남긴 꼴이니 말이다. 필요할 때마다 다른 인격(가치관)을 꺼내서 말을 할 테고 여차하면 예전처럼 자기 세력을 만들어서 또 약한 사람의 인격을 공격할 수 있다. 이건 팀장의 입장에서는 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요소이기에 이 사람은 팀에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강력한 요소다.
나는 이 사람의 삶의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래도 상관없지 않은가.. 하는 태도다. 어차피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는 일회성이고 길게 만날 생각을 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인격으로 만나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보고, 사람을 길게 만나서 정을 쌓고, 의리를 형성하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좀 어려운 성향인 것은 분명하다. 즉 이 사람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후자이면 자신의 성향이 그르다는 것이지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거라고 생각하면 애써 고통스럽게 가치관을 억지로 지키려는 태도가 더 인생에서 괴로울 수 있다. 심지어 나이가 너무 들어서 결혼을 한 바람에 애도 낳지 못한다. 그러니 인생을 가르칠 부모도 되지 못하니 자신의 인생을 더 괴롭힐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인생을 조용히 살다가 가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의 기쁨은 잊고 좋게 말해서 고독을 즐기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평생직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진급도 되지 못한다. 직장은 사람들과의 융화도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그 직장에서 먹고사는 이유는 그나마 시키는 대로는 일은 잘하고 자신이 욕했던 상사가 보호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직장 상사는 내년에 정년 퇴임이다.
이것이 혼자 사는 사람의 인생이다. 혼자 잘 살면 된다는 근사한 말을 하는 쇼펜하우어였지만 우리는 그가 말하는 혼자 사라는 사람들처럼 천재도 아니고 돈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으며 SNS로 늘 감시를 받고 사는 사회의 감옥 안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한 삶인지를 확인하고 혼자 살아도 되는 삶에 대한 인생의 조언을 받아들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마 이 사람도 자기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거다. 겸손을 흉내내기 위해서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뭔가 큰 압박이 오면 내가 무슨 잘못을 하고 살았다고 이런 고통이 오는 거냐고 생각할 거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들은 혼자 살기 어렵다는 거다.
나는 이 사람이 우리 일상적에서의 보통 사람이라고 본다. 다른 자기 상황에 따라서 말을 달리하고 행동도 다르게 하지 않는가. 이런 보통의 삶을 살려면 최소한의 좋은 모습은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해야 나중에 서러운 일을 그나마 덜 겪는다. 이렇게 살면 사는 중에도 서럽고 늙어서는 더 서럽게 살게 된다. 무작정 쇼펜하우어의 삶을 배우려고 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거라고 본다.
쇼펜하우어처럼 혹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혼자 사는 사람처럼 살려면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는 통장과 집과 사색을 즐기는 능력과 여행을 혼자 다녀도 괜찮은 정신력과 심심함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배짱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있지 않는 이상은 가려서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side talk)
1. 가끔 쓰는 글처럼 원래는 기초 물리이론을 우리 삶에 대입해서 내용을 채우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이런 방향으로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다음에 인플레이션 이론에 근간한 인간사를 더 준비해서 글을 써야겠다.
2. 어제 너무 악을 쓰고 일행을 혼을 내서 그런가 하루종일 힘이 없어서 오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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