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95 (20.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1. 21. 08:37

런던살이 Day 95 (20. November. 2023)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적당히 오염된 사회가 가정의 돈독함을 만든다.

 

[니콘 D40] 여자 혼자 다니면 이렇게 큰 개를 많이 데리고 다닌다. 아마 런던은 약간의 생활형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라서 그럴거다. 하지만 그 불안이 가정을 지키는 중요한 열쇠다.


오후 4시쯤 되면 여기는 차가 막힌다. 겨울이 해가 짧아서 그런건 아니다 여름에도 그렇다. 하교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하교를 한다고해서 부모님이 대리러 오는 법은 없지만 런던은 있다. 그래서 다들 퇴근을 하고 대리러 오신다. 4시에 자녀를 대리러와서 다시 출근을 한다고 보는 어렵기 때문이다. 프림로즈 힐에 있는 초등학교는 1시에 자녀들을 대리러 와서 차가 막히는 경우도 봤다.
 
왜 이런가 생각을 해보면 런던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런던에서는 생활형 위험(불안)이 늘 존재한다. 다민족 국가라서 낮이라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이동을 한다. 그러니 혹시나 만에 한 명이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리러 와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게 더 좋은거 같다. 안전해서 부모님들이 늘 일하러 가 있고 퇴근해서 겨우 보고 밥 먹고 TV좀 보다가 자는 것 보다는 사회가 정도껏 위험하니 부모의 의무를 법으로 만들어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되려 더 좋은 일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악이 어쩌면 선을 위해서 존재하는거 같고 밤은 양아치들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라 5시에 장사를 마감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확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여러가지 정책들과 사회분위기,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돈을 쓰는 자세등이 다 받혀줘야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밤이 안전한 국가라고 자부심을 느낀다. 밤이 안전하니 늦게까지 밖에서 놀아도 안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끼리 안친하고 말이 안통하면 더 그렇다. 그래서 지금 가정은 와해되어가는 것을 넘어서 결혼을 해도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은 이미 퇴화해버린 듯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대한민국의 가족 연대가 거의 없는 이유는 밤이 안전해서 그런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지금의 저출산 이전에 세대간의 갈등 문제가 있었을 때 차라리 사회가 좀 위험하더라도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들여 가족들끼리 어쩔 수 없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서로 좀 부딪히더라도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자전거를 가르치는 아빠와 배우는 아들을 봤다. 공원이 아닌 동네 차로가 있는 인도에서 가르치는데 아들이 너무 행복해보였다. 런던은 아무래도 차로에서 자전거를 잘 타고 다녀야 하기에 미리 연습을 시키는 것 같다. 여기는 아빠들이 진짜 자녀들을 많이 대리고 다닌다. 아무래도 좀 위험함이 있기 때문일거다. 아주 약한 악은 가정의 면역력을 자생적으로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거리를 걸으면 공원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 거리에 사람들이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아이들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끌면서 다니고, 자녀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거나 목마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세인트 존스 우드 역 앞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는 남녀구분 없이 허그를 하며, 오후 4시 스타벅스에서는 어르신들이 영국식 의상을 갖춰입고 모임을 매일 가지고, 프림로즈 힐 공원에 가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과 공놀이를 하면서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그냥 이 도시를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에게 엄지척을 날리면 웃으면서 같이 엄지척을 날려주는 모습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이 모든것이 약한 생활형 위험(불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차라리 밤 거리가 위험한 것이 더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위험도 악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교육이 절대선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지금 사회를 유지를 하는 수준의 정도를 절대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교육이 완벽하지 않다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사회는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마치 뿌리를 박멸하듯이 몰아세우려고 하지말고 적당한 선에서 함께 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런던은 그걸 받아들여서 아이들 있는 집은 하교시간에 맞춰서 퇴근을 시켜주고, 회사와 장사하는 집은 5시에 마치게 해서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 옆집에서 새벽 2시까지 파티를 하는걸 보면 부럽다. 그걸 이웃들이 다 참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 조차도 부럽다.
 
결국 우리에게 없는 것은 국가의 미덕이 없는 이민자와 난민들이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 우리끼리 살면서 불안할바에야 국가 체면이라도 국제적으로 살려서 선진국스러운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이 더 나을거다. 그렇게하면 우리도 런던처럼 될 수 있을 기대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말하지만 이제는 늦은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