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96 (21.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1. 22. 08:39

런던살이 Day 96 (21. November. 2023)

 

애초에 단일한 것으로만 살아남는 시대는 없었다. 인간도 한 명의 개체로써는 살아갈 수 없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니콘 D40] 요즘은 늘 이렇게 흐리다.


오늘 스타벅스로 산책을 가서 대화를 하는 중에 주문을 하는 사람이 익숙하다 생각하고 봤는데 여기서 일을 하는 직원이라는 것이 금방 생각이 났다. 하지만 계산대에 있는 직원은 그 사람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주문을 받더니 몇 마디 나누고는 금방 직원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응대를 했다.
 
가까이에서 자세한 얘기를 듣지는 못했지만(들어도 몰랐겠지만) 표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어지간한 스타벅스 1/4 정도 되는 이 좁은 매장에서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스타벅스를 가면서 늘 새로운 직원들을 본다. 진짜 많다. 
 
런던에 오기 전 들렸던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는 키오스크가 들어서고부터는 1명만 일한다. 사람들이 밥 먹고 몰아치는 시간에도 그 1명 만 일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 스타벅스는 기본으로 4명이서 일을 한다.(한국에서는 2명이서 일할 수준이다.) 심지어 잡담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손님에게 shame on you.라는 말을 들으며 혼이 난적도 있었지만 말이다.(day 81 내용) 우리가 여기 처음 온 날 LSE 가방을 메고 퇴근을 하려고 음료를 주문하는 직원을 본 기억이 났다. 
 
그때는 처음왔으니 생각에 없었는데 나름 생각을 해보기를 여기 사장은 직원들이 풀타임으로 일하면 나가는 돈을 500만 원 정도로 계산을 하고 각자의 사정에 맞게 시간을 조정해서 시간이 빠진 만큼 금액도 빼서 다른 사람들을 고용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만드는 직장을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걸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주말에는 유독 중국인 직원이 많다. 아무래도 워킹 홀리데이로 온 직원 일거나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연차가 좀 있는 평일 직원은 주말에는 관리자 당직 개념으로 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사장 입장에서는 매장만 잘 운영이 되면 이런 방식이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직장이다. 우리에게 배스킨라빈스라는 직장은 평생직장으로 일하기 어려운 직장이다. 그러면 적당히 일을 하고 공부를 더 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모두 아르바이트 시간에 쏟아서 최저 임금을 받으면 자신을 성장시킬 방법이 없어진다. 결국 가진 사람들만 늘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촌 동생 아들이 대학 들어가서 알바를 바로 시작했다기에 나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을 했다. 물론 사촌 동생 및 할머니들은 착하다고 칭찬 일색이다. 지금 시대에 알바에 시간을 바친다는 것은 미친 거다. 학력만으로 직장을 구하려면 SKY를 갔었어야지 이름도 말 못 할 대학에 들어가서 그러는 건 요즘 세상에서는 자살 행위에 가깝다. 할머니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니 80년 대 방식이 좋다고 그러시는 거였다. 하지만 그 동생 아들이 여기 스타벅스 시스템 같은 직장에서 알바를 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임금을 둘째 치더라도 직장과 합의가 된 시간대에서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을 할 수 있다면 이 각박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품으면서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기술을 배우고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학교는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거의 유일한 기회다. 그런데 그 유일한 기회마저도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된다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만약 런던이 법적으로 하교하는 초등학생을 부모가 데리러 와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3시 30분에 퇴근해서 4시에 아이들이 있는 학교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대부문 5시쯤에 마칠 텐데 말이다.
 
런던은 도로에서 자동차와 자전거와 공존하게 만들어서 자동차 양을 줄였고, 거리에서 사람과 반려견의 공존으로 개인의 안전과 거리의 정서를 제공했으며, 도시와 공원의 공존으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공원과 사람과 반려견의 공존으로 반려견들은 따로 교육을 받지 않아도 인간과의 사회화가 가능해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거리에서 인간과 반려견이 공존하게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오늘 여기에 직장과 사람의 공존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본 하루다.
 
물론 오늘 내가 본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진실이라도 이 매장 하나만 그런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키오스크 등장으로 배스킨라빈스에서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이 하나가 어딘가! 이런 분위기면 동네마다 하나씩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거면 진짜 대단한 거다.
 
(side talk) 
 
런던에서는 개를 데리고 차를 타는 것도 봤다. 그래서 여기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행이 언어 교환 모임에 가서 물어보니 기초 생활을 하기 위해서 반려견 훈련을 하는 곳은 없다고 했다. 그들은 공원에서 서로 만나서 놀다 보니 자기들끼리 사회화가 되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러니 입마개를 할게 아니라 공원을 늘려서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답인 거다. 동화책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읽어주는 부모가 중요하듯(day 93 내용) 개물림 사고의 방지의 답은 입마개가 아니라 공원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