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93 (18. November. 2023)
인간사의 중요한 답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 있을 때가 많다.
요즘은 영어 듣기로 영어 동화를 흘려듣는다. 이야기를 다 알고 있으니 알아듣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백설공주를 들었는데 예전부터 고민을 가지고 있던 동화의 원작 그대로를 들려주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님 현재로 각색한 동화를 들려주는 것이 좋은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다.
예를 들자면 백설공주의 원작은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들과 지내는 동안 하루하루 돌아가면서 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집밖의 세상은 험난한 곳을 상징하는 내용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대의 내용은 예쁘면 의심 따위가 뭐냐며 다 받아준다는 것을 넘어 아예 노예스럽게 행동한다. 물론 백설공주가 한 나라의 공주이고 더군다나 집안일을 하니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거지만 고립된 산골에서는 그런 의미가 없다고 볼 정도로 희미하다.
고립된 산골은 거의 독립된 국가와 같은 질서가 자리잡아서 그곳의 질서로 운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산골에 버스 터미널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큰일인 거 같다.
아무튼 이 문제는 요즘 내가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인 스마트 폰과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스마트 폰 특히 쇼츠같은 짧은 콘텐츠를 보는 시대가 되다 보니 뇌가 거기에 맞춰져서 사람들이 도파민 중독에 심하게 빠지고 참을성을 잃어버린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스마트 폰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기다. 나는 오장육부에 스마트 폰을 넣어서 오장칠부라고 해도 좋을 시대라고 생각한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다. 심지어 시골에서도 말이다. 그러면 과연 쇼츠를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유튜브는 내년부터는 아이폰에서도 쇼츠 제작을 할 수 있는 앱을 발표할 거라고 했다. 안드로이드는 이미 베타버전이 나왔다고 한다. 거기에는 편집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고 심지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음악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인스타그램은 릴스의 수익화를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스마트 폰의 쇼츠는 더 이상 우리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컨텐츠로 정보도 많이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나 또한 잘 보고 있고 어떨 때는 너무 무리하게 봤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런다고 스마트 폰 감옥을 개발해서 일정시간 동안 강제로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걸 개발하려고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돈에 미쳤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자율성을 그 딴것으로 둔갑시켜서 돈을 벌려고 하는 태도가 더군다나 자수성가했다고 하는 사람이 그런다니 좀 웃기다.
인간의 시야는 확실히 근시안적이다. 너무 가까이서 문제를 보고 해결을 하려고 하니 답을 찾지 못하거나 엉뚱한 답을 찾는다. 멀리서 보면 동화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그 시대에 맞게 다 잘 각색되고 있는거라고도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동화를 함께 읽어주는 부모들이 사이가 좋아야 하고 가정이 화목해야 자식에게 올바른 삶의 태도를 동화를 비추어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식을 너무 어리게만 보지 말고 현실을 알려주는 부모의 태도도 크게 작용할 거라고 본다.
결국 답은 동화의 내용에는 없다는 뜻이다. 스마트 폰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우리 신체의 장기처럼 달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면 스마트 폰의 중독을 피하게 하기 위해서 독서를 더 강조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책을 자주 읽고 많이 읽고 더 나아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스마트 폰으로 인한 도파민 중독을 얼마든지 피하고 극복하고 다스릴 수 있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고 자수성가했다는 사람이 스마트 폰 감옥이나 만들어서 돈을 벌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역행스럽지 않은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인생에서 우리가 고민하는 삶은 대부분 그안에 답이 없고 그걸 둘러싼 외각에 답이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화성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고 스티브 잡스는 학교에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마트 폰으로 세상의 지식을 전파애서 우리를 무지에서 구원해주려고 했던 거 같다. 물론 우리는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해주는 답은 우리의 살아있는 생에 있는것이 아니라 다음 세상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거 같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있다고 믿어야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답게 살며 다정하게 살 수 있다고 인정을 베풀려고 하고 늙어가는 부모를 돈으로만 보지 안고 측인지심을 느낄 수도 있으며 어려운 친구를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다.
(side talk)
화성의 시대가 오긴 올거다. 혹시 오지 않더라도 나는 개인적으로 인문학자들이 화성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스마트 폰은 아예 예상도 못하고 다른 차원의 일인 양 모른 척 넘어갔지만 말이다. 인문학자들은 제발 일 좀 했으면 좋겠다. 화성간다는 얘기는 수 년이나 나왔으니 말이다. 내가 볼 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식충이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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