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82 (07. November. 2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1. 8. 09:30

런던살이 Day 82 (07. November. 2023)

 

인생은 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Galaxy A34] 질문 방식에 따라 이런 길의 풍경이 행복의 요소가 될 수 있기도 하고 아닐수도 있다.



Why did you come here? / What brings you here?
왜 여기에 왔어? 와 무엇이 너를 여기에 오게 했냐?라는 질문의 차이는 사고의 차이를 만든다. 전자는 한국 영어에 가깝고 후자는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영어란다.
 
Why are you happy? / What brings you joy?
왠지 전자는 행복에 대한 이유를 찾기 어렵게 하는거 같고, 후자는 작은 거라고 나의 기쁨을 찾게 하는 질문 같다. 전자에 나의 강아지라고 하면 사소한 거 같은 느낌도 들지만 후자에 나의 강아지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다.
 
Why do you live? / What makes you come alive? 
이런식으로 질문만 바꿔도 생각의 방향이 어느 정도 설정이 되는 것을 느낀다.
 
 
전자들의 질문은 사막 한가운데에 나를 떨궈놓고 삶의 의미를 찾으라고 인생은 원래 고행이라는 식으로 들리지만 후자들의 질문은 명확함이 있어서 마치 작은 거부터 삶의 의미를 부여해서 살아가보라고 하는 듯하다.
 
인생은 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의 언어로 인해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행복의 기준을 사람(가족, 친구)에 두는 것이 납득이 된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하니 가장 확실한 돈만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행복에 대한 5가지 순위 중에서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광고는 좋아한다.
 
우리나라 언어가 표현력이 풍부하고 디테일한 면이 많아서 표현이기 편리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그것이 더 좋은 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충의 표현으로 다 퉁치는 영어는 사람을 자세히 보게 되어 상대방의 행동과 상황으로 표현의 디테일 알아차리는 면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언어에 더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도 한국에만 있을 때는 뭐든 칼같이 정확한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느낀 건 애매한 것이 좋은 거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칼같이 정확하면 같은 사회에서 산다는 이유로 나의 가치관과 행복관을 다른 사람들과 같게 만들어야 한다. 애매함은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만 하면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얼마든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애매함이 사람들을 존중하게 하고 각자의 표현을 자유롭게 하며 특별한 날에는 동네에서 불꽃놀이를 해도 괜찮고 거리에서 노래를 불러도 춤을 춰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존중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건 위대한 사상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큰 자유의 틀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고 그 자유를 뒷받침하는 공리주의가 몸에 베여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런 사상이 우리에게는 없으니 늘 칼같이 정확한 것이 좋다면서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 같다. 무지는 죄다. 영어를 할 줄 몰라도 여기에서 좀 살아봐도 이런 것이 보이는데 정작 배운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배움을 사회와 국가에 펼치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나라 사회는 인문학이 메말라 쩍쩍 갈라진 땅과 같다. 70%가 넘게 대학을 가는 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이쯤 되면 배우는 국민(학생)이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나 교수들이 잘못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농성은 서울대 앞에서 하고 그것도 인문학과 앞에서 해야 할 시대인 거 같다. 다들 환불을 요구해라. 얼마나 못 가르쳤으면 행복의 요소에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면 당연히 환불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죄를 물어서 처벌을 하고 고쳐쓰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본다.
 
 
Why did you come here? / What brings you here?
런던에 왜 왔냐고 물으니 왠지 영어 공부하러 왔다고 해야 할거 같다. 무엇이 나를 런던에 오게 했냐고 물어본다면 타인의 삶들이 궁금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내 꿈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살아보는 삶을 사는 것이다.
 
Why are you happy? / What brings you joy?
후자의 질문에 답은 내 꿈을 이루고 살면서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내 삶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질문은 일단 내 사고방식을 멈추게 해서 같은 답도 억지로 하게 만든다. 그리고 답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는 거 같다.
 
Why do you live? / What makes you come alive?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이 나를 살게 한다. 그래서 시골 강아지도 보고 싶고, 아직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일행들이 갈 길을 좀 더 알아보고 싶고, 좀 더 세상을 많이 알아감으로써 타인들에게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살게 하는 거 같다. 전자의 질문은 왠지 내가 잘못했을 때 그냥 죽어라,라는 말의 다른 표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