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80 (05. November. 2023)
모든 상황에 모두를 만족하는 행위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져서 다수자와 소수자의 위치를 골고루 가져야 덜 억울하다.
런던의 지금 시점이 겨울의 시작이라서 불꽃놀이 행사가 윔블던에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입동인 셈이다. 우리도 어제 가볼까? 생각했지만 입장료도 있거니와 갈 기치도 이미 매진이어서 쉽게 포기를 했다. 요즘 동네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기도 해서 운 좋으면 동네 마실 나갈 때 불꽃이나 구경하자는 말로 대충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불꽃이 터졌다. 평소보다 더 크게 소리가 났고 숙소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신경을 안썼는데 밥 먹는 와중에 창문밖으로 보이길래 달려가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어떤 기관에서 한다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개인이 한다고 하기에는 규모가 컸다. 더군다나 한군데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먼 동네까지 불꽃이 올라왔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바닷가에서 폭죽을 쏘면 5만원의 벌금이 있다. 우리나라는 약간의 위험이 있으면 그 행위가 인간의 감정에 아무리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지언정 뭐든 못하게 한다. 사람들의 행복의 가치를 불행하지 않는 삶에 맞추고 살다 보니 그냥 못하게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불행하지 않은 삶인데 행복하지 않으니 불행하게 되어버리는 거다. 심지어 법으로 못하게 해 놓으니 동네 주민들도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애기들 놀라서 깨고 경기 일으킬까 봐 걱정이고, 어르신들 놀라서 까무러치실까 봐 걱정이고, 불날까 봐 걱정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보고 감정의 정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굳어졌다.
사람 사는 세상(동네)에 이런 소소한 재미가 없으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감정 사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도 놀랄 애기들이 있고 까무러치실 어르신들이 있고 불날까 봐 걱정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오늘 동네 불꽃놀이를 보니 그냥 하는 것이 더 좋은 거 같다. 오늘 별 볼 일 없는 하루를 보내서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기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는 그래도 오늘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 인생은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런 행위는 기본적으로 함께 사는 사회라는 개념이 다들 뿌리깊게 무의식 중에 박혀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날이 불만인 사람들은 의식으로 개념을 꺼내서 되새기는 가치관을 가지고 참을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렇게는 못할 거다. 불안이 삶을 너무 깊이 잠식해 버려 아주 깊은 무의식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고등학교 체력장에서 어느 여고생 한 명이 오래 달리기를 하다가 사망을 했다. 그 뒤로 학교에서는 체력장을 하지 않았다. 생각을 해 보면 반대로 했어야 했다. 학교 다닐 시절에 체력을 길러놔야 사회에서 활동을 더 잘할 수 있으니 입시가 중요하더라도 체육시간을 더 잘 구성해서 체력을 강화해 체력장으로 죽는 학생이 없도록 정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냥 편하게 안 하는 쪽으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반대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식이 완전히 반대인 나라가 되었어도 아무도 인지를 못한다. 이유는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살기로 무의식 중에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만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완전한 내편이 아닌 이상은 모두 적이다. 그 색깔이 진하나 연하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필요하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편도 먹는다. 대충 약한 사람들이 그렇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아이폰 쓰는 여자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아주 심한 착각에 빠져서 갤럭시 쓰는 남자를 차별한다. 불안으로 인해서 생겨난 약자의 한국식 인종차별의 시대가 드디어 개막을 했다. 이건 시간문제였다. 인간은 자신이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서 혹은 최소한의 불안감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깔볼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사회적 바보를 자체 하는 개그맨도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연예인도 딴따라라고 무시하던 시대를 지나 우상으로 받들게 된 시대에 일반인이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우월감은 집과 차와 가방과 시계를 지나 아무나 살 수 있는 스마트 폰까지 내려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민족이 좋은건 줄 알고 이민자와 난민을 받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새로운 인종차별이 우리나라에 생겨난 거다. 이럴 바에야 좀 위험을 감수하고 그냥 이민자와 난민을 받고 우리 국민들은 똘똘 뭉칠 수 있는 것이 더 나은 거다. 유토피아는 없다. 이걸 인지하고 살아가야 올바른 정책이 나와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건데 우리는 너무 이상적인 것만 쫓아 부작용을 심하게 앓고 있는 거 같다.
여기에 자유에 대한 개념도 없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의 자유만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고 공리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기에 어디까지 내가 참아야 하는지에 대한 선을 알지 못한다. 그냥 내가 불편하면 타인이 내 자유를 침해했다고 생각하고 싸움을 건다. 과거에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국가철학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그말에 배신을 당한 국민은 참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오늘 동네 불꽃 놀이도 분명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참으니 하는 거다. 존 스튜어트 밀의 말에 따르면 간접 영향은 공리주의에 입각해서 소수가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가 좋아하면 소수는 창문을 닫고 귀마개로 잠시 그 시간을 피해하는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과학과 함께 발전한 철학으로 인해서 시간이라는 개념도 가지고 있는 철학은 언젠가는 내가 다수에 해당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니 인생 전체로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매순간 내가 좋은 쪽으로만 되어야 한다는 고집,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아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철학이 내려오지 않았다. 실제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철학을 수입해야 하는데 그걸 아무도 안 하니 대한민국 국민은 각자도생으로 살고 있고 우물 안 개구리가 국가 철학이 없는 상황에서 생존에 가장 확실한 건 돈이기에 다들 돈에 미쳐버리게 되었고 그것도 시간 개념이 없다 보니 장기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한방에 벌어야 한다는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건 우스게 소리지만 이 환상 속에 있는 그대들은 다들 서태지의 '환상 속에 그대'를 들으며 열광을 하던 세대들인데, 그 내용은 환상 속에 살지 말고 현실로 나오라는 메시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대들은 그 열광을 뒤로 묻어둔 채로 환상 속에 돈만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 세대가 되었다. 문화 대통령의 메시지도 무지 앞에서는 결국 딴따라나 하는 사람의 잔소리로 치부되는 시대인 것이다. 하긴 문화 대통령도 자기만 잘살기 급급하니 보고 배울것이 없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우리도 존 스튜어트 밀 같은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더 강력한 지성이 나와 야서 우리를 이끌어야 하고 정치인들도 대중의 표에 끌려다니는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가 안전하게 살아가게 되는 기준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100년 뒤에도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너무 화가 나 있어서 어려울 거 같다. 리더가 나온들 따를 사람이 없다. 물론 욕먹고 리드할 사람도 없겠지만..
물론 불꽃놀이로 인해서 불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면 서로 관심을 기우려서 얼마든지 처치 및 예방도 가능하다. 함께 사는 사회는 그런 사회니까 말이다. 애초에 불미스러운 일 자체는 만들지도 말라는 식으로 살면 행복은 없다. 행복은 늘 위험과 함께 다니는 친구니까. 심지어 절친이다. 나 또한 지금 이 말 안통하는 도시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고 이 계획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이 있지만 행복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대한민국을 멀리서 보니 대한민국이 더 잘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G-RM8Ad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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