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74 (2023.10.30)
도덕과 윤리와 상식 그리고 정이 인간사의 법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오길 바라본다.
맨체스터에 왔다. 정말 볼 것이 없다. 오후 1시 40분에 도착해서 숙소에 도착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3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다. 5시가 되면 분명 어두워질 것을 예상하고 우리는 하나만 구경하자고 생각해서 맨체스터 성당을 구경하고 나왔다. 그래도 들어가기 아쉬워서 백화점에 들렀는데 한국스러움을 느꼈다. 더 놀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놀 곳이 없었기에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마스크 걸을 정주행 했다. 그동안 밥 먹을 때 가끔 잠깐씩 보던 걸 오늘은 기왕 놀러 왔으니 죄책감 없이 끝까지 봤다. 다행히 여기 숙소는 TV가 컸고 HDMI 단자가 있어서 구글 캐스트로 연결해서 볼 수 있었다. 우리 고정 숙소에는 TV가 두 대가 있는데 둘 다 HDMI 단자가 없다. 우리는 TV를 보면 우리 숙소에서 TV로 넷플릭스 볼 수 있었으면 큰일 났겠다며 다행스러워했다. 그만큼 마스크 걸이 흡입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조커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마스크 걸을 보기전에 쓰려고 했던 글이 (성형이 당연한 시대에는) 못생긴 건 질병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일행들은 너무 제목이 자극적이라며 글 쓰는 걸 보류하라고 했다. 우리는 예쁜 존재를 찬양하는 것을 넘어 왜 못생긴 사람들을 애써 굳이 멸시까지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한 것인데 요즘에는 갤럭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루저라고 취급하니 이것과 함께 원인이 같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엮어서 써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우리나라 방송국에서 건들지 않으면 이런 수준급 TV 시리즈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작품이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감독의 작가주의 성향을 지지하며 드라마를 만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다시는 그런 시절이 오지 않을 거 같다. 그렇기에 해외 OTT 서비스는 우리나라에게도 가뭄의 단비 같은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난 이제 KBS를 포함한 한국 방송을 보지도 않는데 TV 수신료를 내서 놀고먹는 사람들을 억대 연봉으로 만들어주는 일은 그만하고 싶으나 그놈에 법...이.... 그러니 여기에서 누차 말하지만 법대로 하는 것이 가장 안 좋은 거다. 인간의 삶은 도덕과 윤리와 상식, 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마스크 걸도 이런 도덕과 윤리와 상식, 정이 사라진 시대를 아주 잘 대변한 드라마라고 본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면을 중점으로 보지는 않을 거 같아서 아쉽긴 하다.
(side take)
요즘은 일기를 계속 쓰니 언제쯤 장편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런던이 끝나면 아마 또 다른 나라로 살아보려고 갈거 같다. 이 블로그가 길 잃은 20대들에게 길을 가르쳐주는 컨셉으로 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그걸 넘어 다가올 중년들이 길을 잃었을 때 어렴풋이라도 길이 있다는 눈치라도 챌 수 있는 행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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