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68 (2023.10.24)

_교문 밖 사색가 2023. 10. 25. 05:22

런던살이 Day 68 (2023.10.24)

 

한국이 그리운 이유는 인터넷 속도 뿐이라는 건 너무 비인간적인 태도인가? 

 

[Galaxy A34] 스벅에 있다가 들린 프림로즈 힐. 오늘따라 아빠와 딸의 조합이 많이 보였다. 언제가 이들도 아버지와의 일상을 그리워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게 없는거보다 행복한거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 폰을 보며 느그적 거리며 일어나 베란다 소파에 앉아서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앞산과 하늘의 풍경을 보며 잠시 책을 읽는다. 그러다 배고파서 씻고 길을 나서고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로 나가서 글을 쓰고 돌아온다. 이것이 부산에서 나의 하루 중 반의 루틴이다.  
 
오늘 옆동네에 있는 스타벅스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였는데 그동안 숙소가 편하기도 했고 시내 나가서 카페에 늘 들르니 가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시내에 나가는 것도 마땅치 않아서 한 번 둘러볼 겸 나가보았다. 아주 좁은 매장이었고 작은 테이블 6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왠지 모를 친숙한 인테리어가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익숙한 아메리카노의 맛이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름 말 안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는 것을 이때 느낀 거 같다. 아마 그래서 더 피곤함을 잘 느끼는 거 같다.
 
이렇듯 나는 스타벅스에서 고향을 느낀다. 이건 어느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도 자주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이제 한국스러움에서 고향을 느끼는 일은 드물다. 다시 말해서 한식집에서 한국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음식에서 고향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모든 국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서 한국에서도 느끼는 서양음식을 즐기는 것이 일상이고 런던에서도 한국음식은 이제 대중음식이 되어버려 음식에서는 한국을 느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나의 하루의 중심을 잡아주는 스타벅스가 되려 고향을 느끼게 만들어주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나이 루틴이다. 시내에 나가도 스타벅스가 있는데 오늘처럼 고향을 느끼는 감정이 그렇게 강하게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친숙한 느낌에 안정이 되기는 한다.) 오늘은 미루고 읽지 않은 자유론 2주 치를 다 읽었다. 함께 하지 못한 일행에게 매일 2쪽씩 보내라고 했는데 그동안 기운이 없어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 동화 스티븐 호킹 박사 책 한 페이지를 나름 분석하면서 읽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상을 느꼈고 고향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고향이 생각난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접촉만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닌거 같다. 그 물질로 인해서 나의 일상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성이 생겨나야 가능한 일인 거 같다. 여기에 감정이 복 받히는 감사를 받는다면 눈물이 날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대상이 꼭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그럴 거 같다. 아무튼 과거 부모님 세대들은 그런 일상이 없었고 있다고 해도 개고생 같은 노동밖에 없었기에 어쩌다 먹는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의 행복을 대신했으니 음식만으로도 고향생각이 났을 거 같다. 물질 풍요의 시대는 고향 생각도 까다롭게 생각나게 하는 거 같다.
 
좋게 생각하면 세계화가 이뤄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을거 같긴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세계 시민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따지면 과연 다음 세대들에게는 고향이라는 감성이 생겨나기는 어려울 거 같다. 더군다나 런던에서 이제는 한국사람처럼 보이면 피하기 일쑤고 심지어 귀찮다는 눈빛*도 주기도 했다.

* 밥조(Bob Jo)라는 한식집에 들어갔는데 아주 좁은 매장이었다. 그래서 앉기 불편했는데 이미 먼저 온 한국인들 세 명은 우리를 아주 불쾌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서 런던에 있을 수 있다면 한국에 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돈만 있다면 과연 한국이 제일 좋다는 생각은 이제는 어른들 세대의 유물로 남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와이파이와 통신사 데이터 속도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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