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69 (2023.10.25)
가식보다는 솔직함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너화가 되고 예절다워진다면 그게 더 인간답다고 할 수 있다.
1.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와서 옆에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Someone here?) 나는 2초 정도뒤에서야 그 영어 역양이 뇌에 들어와 해석을 했고 답으로 No, have (a) sit.이라고 말을 했다.
2. 3시 50분쯤에 어떤 아주머니가 뭐라고 말을 거는데 이어폰을 빼고 자세히 들어보려고 노력을 했다. 근데 너무 말이 많았다. 나는 대충 함께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건 눈치를 챘다. 하지만 내가 나온 대답은 I can't speak English. 였다. 그냥 대충 Sure, have a sit. 하면 될텐데 본능적으로 영어를 못한다고 말이 나온 거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고민을 했다. 답은 내가 말을 알아들으려고 너무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다. 눈치 빨로 이미 아주머니의 의도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알아듣지를 못하니 못 알아들었다고 표현을 한 것이다. 약간 내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다음부터는 말을 알아들으려고 하지 말고 한마디라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대충 의도를 파악해서 답을 해서 입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것도 현지인과 접촉이 있어야 빨리 파악해서 대처를 할 수 있는 건데 그동안 너무 접촉 없이 공부만 한 거 같다.
1.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옆자리를 가르키며 Someone here?이라고 물었다. 옆자리는 사람이 방금 나갔지만 컵은 여전히 테이블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셀프 문화가 아직 덜 잡혀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체로 컵을 두고 나간다. 아무튼 나는 2초 정도 로딩시간을 거친 후 No, have (a) sit.이라고 답을 했다. 할머니는 Thank you.라고 하시며 의자에 짐을 두고 주문을 하러 대기를 하러 가셨다. 그 사이에 어떤 아이를 데리고 있는 아주머니가 옆자리에 앉아버렸다. 짐이 있는 것을 보고도 말이다.
이때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나의 옆옆 테이블 분이 이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는데 내 상상은 할머니가 자리를 맡아놓은 걸 아냐고 하는 거 같았다. 아니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그냥 계속 앉아있었고 할머니가 음료를 들고 돌아오셨다. 그리고 That's OK. I understand. No problem.이라고 하시며 동석을 하셨다.
런던에서는 동석문화가 발달되어 있는건 이미 2016년도에 와서 알고 있었기에 그리 신기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할머니의 여유 있는 태도가 젊은 사람들보다 더 세련되어 보였다. 할머니는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서 아주머니에게 I like your boots. 라며 가벼운 대화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실 때도 Have nice day.라고 인사를 하시며 젠틀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물론 아주머니도 그리 딱딱하게 군건 아니다. 할머니가 화장실에 가실 때 Do you mind, watch my thing.이라고 할 때 감정이 섞인 어투로 No problem. 이라며 친절히 답을 했지만 그건 할머니가 친절히 대해서 그런 것도 있고 이 정도는 또 당연히 그래야 하는 수준일 뿐이다.
2. 그렇게 할머니가 가고 아주머니도 아이와 함께 갔다. 그리고 할아버지 3명이 들어와서 두 개의 테이블을 합친 후 자리를 잡으셨다. 그리고 어떤 아주머니가 자리가 없으셨는지 나에게 굉장히 빠른 영어로 나에게 무언가를 어필했다. 나는 이어폰을 빼고 알아들어보려고 했으나 아주머니는 나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채로 계속 빠르게 영어를 구사하셔서 나는 본능적으로 I can't speak English.라고 말을 해버렸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계속 빠르게 말을 했다. 그제야 의도를 파악하고(이미 파악을 한 상태였지만 말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다.) 대충 예예..라고 말을 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말을 할 수 없었다. 할머니에게는 로딩시간이 지난 후 말을 알아들어서 have a sit.이라고 했지만 이 아주머니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계속 말을 하고 빠르게 얘기를 해서 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아주머니는 내가 대충 한 말을 알아듣고 옆 할아버지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남은 의자를 끌어당겨서 자리에 앉으려고 했으나 할아버지들은 아주머니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사람이 있다고 의자를 내주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구시렁구시렁 말을 끊이지 않게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도 말을 계속하더라.
숙소로 돌아오면서 일행과 이 얘기를 했는데 일행도 지하철에서 보면 어르신들이 옛 영국인들의 멋을 아는 옷을 입고 그런 매너를 취하시는 것을 본다고 했다. 나도 그런 것을 느낀다. 대충 중년들부터 즉 인터넷 세대부터는 세계가 인간의 격식이라고 해야 할지 매너라고 해야 할지 예의라고 해야 할지 대한 그런 것들을 품위 있게 하지 못하는 거 같다. 물론 더 어린애들은 예의 없게 사람들을 대하는데 익숙해져 가는 거 같고 말이다.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배운 시대의 사람들은 어쩌면 스마트한 원시인이 되는 거 같다. 원시인들 사이에 매너나 예의가 있었겠는가? 나와 진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경계를 해야 했고 진짜 친하게 되기 위해서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목숨을 구해주거나 음식을 나눠주는 행위가 있었을 테니 찐친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그리고 지금 시대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거 같다.
오늘은 매너라고 불리는 그 가식이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좋은 윤활제가 되는지 느낀 하루 같다. 한국의 어르신들은 이런 매너를 배우신적이 없기에 굉장히 착하시거나 굉장히 못된 분들만 봤는데 런던에서 동네 라이프를 지내다 보니 이런 경우도 보는 거 같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디서 매너를 배울 수 있을까? 디지털 원시시대는 필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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