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67 (2023.10.23)

_교문 밖 사색가 2023. 10. 24. 07:17

런던살이 Day 67 (2023.10.23)

 

의식주가 왜 식주의가 아닌지 대충 알 거 같다.

 

[Galaxy A34] 이 사진으로는 인도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집단으로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평소 여기와는 다른 장소로 보인다.


런던에 온 지 2달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에 왔다는 느낌을 그렇게 강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46년 동안 그래도 외국에 가끔 돌아다녀서 그런 건지 아님 대화를 하는 외국인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행은 자신은 학교에 가서 외국인에게 둘러싸여 있고 외국어로 배워도 런던에 온 느낌이 없다고 했다. 여기에 다른 일행은 4년이나 영국에 살았으니 더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프림로즈 힐을 가던 중 인도인들이 도서관에 줄을 선 모습을 봤다. 사실 그저께도 봤는데 그저께는 그냥 그런 수준이었는데 어제는 너무 줄이 길이서 인도인들에게는 중요한 날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날 인도인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온 사람들도 꽤 되었는데 평소에 보던 인도인들과는 좀 달라 보였다. 강한 정체성이 그들을 당당하게 보이게 했다.
 
그렇다. 이제 생각해 보니 의상이 문제였던 거다. 이제 한국도 이제는 잘 사는 나라가 되다 보니 옷도 잘 입고 다니고 세계는 이제 프랑스식 의상을 평소에 입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으니 마냥 얼굴만 달라 보인다고 해서 런던이 달라 보이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더군다나 OTT의 발달로 인해서 간접적인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는 것도 한몫 거들 거다. 그래서 건물들의 풍경이 다르다고 해서 아~ 내가 런던에 있구나.. 싶은 그런 감정까지는 잘 들지 않는다. 그냥 좋구나..라는 정도 수준이지. 결국 다른 세상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은 입는 옷에 의해서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옷이 바로 유니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옷을 평소에 입고 다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상에서는 일상의 옷을 입어야 한다. 일상에서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코디가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일관된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에게는 코디란 없다. 어쩌면 그래서 명품이 중요한 나라가 아닌가 한다. 내가 다르게 보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성을 도출해 내는 방법을 배운 적도 없고 하려면 눈치도 봐야 하는 나라에서 그나마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구별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명품뿐이라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솔직히 나는 런던에서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끔 고야드 한 번쯤은 봤던가? 싶은 정도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잘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물론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멋진 사람들도 있지만 겨우 1% 정도다. 다들 대충 입고 사는 거 같다. 뭔가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사는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부자동네 가면 다른 면을 보게 될 거다. 부자들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자가 아니어도 학생들도 명품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는 세상인걸 보면 다양성의 부재로 인해서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는 거 같다. 
 
결국 명품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나도 여기에 있다는 손짓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애써 처절하게 저기 뒤에서 나도 여기 있어~~~라고 하듯이 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자발적으로 우리들을 스스로를 가두고 피폐하게 만드는 거 같다. 이런 거까지 정치인들 지식인들을 탓할 거리는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중 가장 중 요것이 옷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나도 굳이 애써 입지도 않을 옷을 꾸역꾸역 싸고 와서 방치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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