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47 (2023.10.03)
런던은 낭만을 즐기러 온 곳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하루다.
오늘은 런던의 큰 랜드마크를 보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1시 보일러 점검을 마치고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길을 나섰다.
우리 숙소는 2존에 있어서 어지간한 명소는 지하철로 20분 안으로 도착을 한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 도착하니 날이 완전히 개여있었다. 비도 중간에 왔던지 땅이 젖어있었다. 나름 운이 따르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대성당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야외 자리를 잡았다. 일부러 주말이 아닌 한적한 화요일(일행이 수업이 없는 날)에 날을 잡아서 나왔는데 확실히 관광객은 적었지만 그래도 날이 아니었는지 거세게 바람이 자꾸 불어서 책은커녕 커피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심지어 뚜껑도 제대로 덮지 않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다 쏟아 옷과 가방이 모두 엉망이 되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런던의 낭만은 접어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성당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런던 시내의 카페는 늘 그렇듯 좀 좁고 책을 읽기는 불편한 구조다. 생각해 보니 책은 공원이 있으니 거기서 읽으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는 대충의 얘기를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오늘 따라 일본라멘이 먹고 싶어서 주변을 찾았는데 없었다. 어제는 내가 분명 봤는데 지도에 표시를 해두지 않아서 다시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며 다시 한번 런던의 풍경에 감탄을 하며 테이트 모던 뒤쪽으로 갔다.
처음 온 거리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분위기와 활기가 있는 거리를 보고 우리는 기분이 좀 좋아졌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프렌차이즈 커피숍도 많았는데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일거리를 들고 와서 작업을 해도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행이 학교를 마치는 시간과 겹치면 여기서 기다리다가 같이 저녁을 먹고 돌아갈만한 장소를 찾아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여기를 찾아내기 위해서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라멘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다시는 책 읽으러 런던 카페는 찾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작정하면 책을 읽을 만한 카페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좀 캐주얼하게 갈 수 있는 카페가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공원문화가 없으니 카페가 공원을 대신하지만 런던은 분업이 확실하다는 걸 깨닫고 간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한국 습관으로 돌아와서 불평만 늘거 같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 바람은 그런 의미로 세차게 나를 몰아붙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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