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48 (2023.10.04)

_교문 밖 사색가 2023. 10. 5. 08:39

런던살이 Day 48 (2023.10.04)

 

나라는 존재는 나 하나로만 존재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 수만큼 더 존재하고 심지어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다. 

 

[갤럭시 A34]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당신이 그 사람을 위한 삶을 잘 살아왔다는 증거다. - 프림로즈 힐 / 10월 4일 -


영국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운다. 무단횡단을 보고 자유의지를 생각하게 되고, 공원 문화를 보며 평등과 화합의 의미도 생각하고, 그들을 밤에 다니게 하는 문화가 되려 평화를 위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과 다양한 인종들이 영국에서 사는 삶을 보고 오리지널 영국인들의 하층민이 사는 방식도 유추해 보고,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인도인들을 보며 국가의 과거가 개인에게는 얼마나 의미가 없으며 최고의 복수는 결국 내가 잘 사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1달 반을 지내면서 이런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정말 성과가 크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요즘 고민은 영어다. 영어가 안 느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유의지와 평등과 차별이 결국 같은 선상에 있고, 그것이 평화를 만든다는 것과 인간의 삶은 결국 밑이 받쳐줘야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으로 버틸 수 있다는 등등의 것들을 더 정리해서 돌아가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 되려 영어가 걱정인 건 결국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어 자체가 여기온 목적이 아닌데 말이다.
 
내가 런던에 올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거길 가냐고 그랬다. 그때 일부 사람들에게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영어 공부한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반은 긍정적으로 확인했고 번외로 위와 같은 것들을 알게 되어서 성공적인 입성이다. 심지어 번외의 번외로 쾌락의 양과 질에 대한 구분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갔을 때 주변 사람들의 기대는 내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을 기대한다. 내가 위와 같은 것을 정리해서 돌아간다고 한들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영어를 잘해서 이들의 삶에 침투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나 안되면 어쩔 수 없다. 시간은 아직 많고 영어는 계속 배우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내 지인들은 여기에 올때도 왜 가냐고 했는데 영어를 못하는 상태로 돌아가면 왜 갔었냐고 할 게 뻔하다. 그러니 여기에 있으면 지인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어느 정도까지는 영어를 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느낀다. 그건 나라는 존재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들 속에 나라는 존재도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같은 존재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나와 엄마가 아는 나, 일행들이 아는 나, 오래된 동료가 아는 나, 20살 때부터 알던 형이 아는 나, 전 직장 상사가 아는 나, 이제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20년 넘게 알고 지낸 동생이 아는 나는 모두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다르게 나를 묘사한다. 이들 모두를 최대한 지금의 나의 이미지로 합쳐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할 수 없었고 심지어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각자가 삶을 살아온 경험치로 생각하는 나의 런던으로의 행보에 대한 이미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부는 나를 더 많은 경험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일부는 나의 오랜 꿈인 세계주요 도시를 살아보는 삶을 살러 간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대다수의) 일부는 영어공부를 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들도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이들이 실망하면 나또한 나에 대한 실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나와 동행을 해서 행복하고, 어떤 이들은 나를 이해해 줘서 행복하고, 어떤 이들은 나의 삶을 받쳐줘서 행복하다. 이런 집단의 차이로 인해서 생겨난 나의 이미지는 모두 나다. 나를 잘못 알고 있거나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다 나다. 내가 충분히 나를 설명하지 못해서 그럴 수 있지만 이들의 경험치에서 나를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삶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나의 행복에 관여를 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든 저렇든 나는 이들과 함께 삶을 이어가기로 했으니 함께 웃으면서 더 나아가려면 내가 영어를 더 잘해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삶에 자극을 준다. 그리고 이걸 해내면 이들과 함께 나눌 행복은 더 커진다. 이들은 어쩌면 나를 보고 새로운 목표를 잡을 수도 있을 거다. 이미 20살 때부터 아는 형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자신은 실패한 런던살이를 내가 성공할지를 말이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나는 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말이 맞는거처럼 느낀다. 그렇다면 나의 지인들은 나를 잘못 알고 있으니 나의 불행(스트레스)의 요소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의 삶에서는 행복의 요소다. 인생을 그렇게 누가 해준 말을 인용해서 살면 이렇게 모순에 쌓인 삶을 살게 된다. 양보다 질이 우선한다는 착각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들과 나이가 들면서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 행복과 멀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는 상대방이 바라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도 터특을 해야 한다. 그러려고 여유를 만들고 그 여유돈과 시간으로 상대방이 바라는 나 또한 되어보려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나는 우리로써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갤럭시 A34] 단언컨데 혼자는 무조건 불행하다. - 프림로즈 힐 / 10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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