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30 (2023.09.16)

_교문 밖 사색가 2023. 9. 17. 07:29

런던살이 Day 30 (2023.09.16)

 

인간의 무의식은 의식을 압도한다.

Human unconscious overwhelms conscious mind.
우리는 내면의 친절함과 비겁함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We should be able to distinguish between our inner kindness and coward.

 
일행들과 카페에 들렸다. 어제 간 카페를 가지 못한 일행이 있어서 함께 다시 들린 거다. 프림로즈 힐 한 입구 쪽에 있는 카페인데 작지만 내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얘기를 마치고 남은 커피를 테이크 아웃 컵에 담아가자고 하니 일행은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어제 그냥 저기에 담아 가는 거 봤다고 그냥 담아가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일행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했다. 뚜껑이 작아서 큰 걸로 바꿨다. 일행은 작은 뚜껑에 거품이 묻었다고 어쩌냐고 했다. 난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했다. 나중에 그걸 사용할 사람이 거품을 보면 기분이 나쁠 거라고 했다. 
 
나는 가는 길에 미친듯이 혼을 냈다. 보란 듯이 테이크 아웃을 하라고 둔 컵을 보고 물어봐야 한다고 하고 거품 그거 묻은걸 보고 모르는 사람의 기분을 걱정하는 태도가 노예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일행에게 이런 태도에 대한 것을 물어보니 자세한 사정을 몰라서 빠진다는 식으로 말하는 태도가 나를 미치게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른다는 태도로 피하지 않겠다고 한 자신의 태도를 결심한 일행은 1분 만에 그 태도를 철회했다.
 
상황을 몰라도 테이크 아웃 컵만 보고도 대충은 알 수 있는 대화내용이었다.

[갤럭시 A34] 개인적으로 전에 책을 읽었던 카페보다 밝아서 좋았다. 근데 왜 하나같이 커피는 맛이 없을까.


 일행들은 친절해서 혹은 착해서 그런것이 아니다. 그냥 런던이라는 도시에 쫄아있는 거다. 그러니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알아서 했을 법한 행동을 혹은 흔한 동남아에서도 돈을 받지 않는 테이크 아웃 컵을 가져와서 사용하는 것도 쫄아서 돈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물어봐야 한다는 거다. 행여 돈을 달라고 하면 그냥 주면 되는 것을 그걸 물어봐야 한다고 하고 그러면 물어보면 될 것을 물어보지도 않아 하면서 가만히 있는 태도는 그냥 쫄은거다. 심지어 내가 어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봤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런던에서 느끼는 우니라나보다 우월한 시민의식과 인간을 위한 도시 계획, 삶이 웬지 여유로워 보이는 백인들의 삶 그리고 우리는 이방인이라는 불리한 조건등으로 인해서 쫄아버린거다. 이런 사람이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를 해서 성공을 하겠다고 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은 무조건 우리나라 보다 나을 거고 들어가기는 서울대가 더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학교는 서울대보다 높은 학교가 맞으며 전 세계인들이 와서 경쟁을 하는 곳인데 무형의 존재감에게 쫄아서 그 감정의 대상을 테이크 아웃 컵에 투영을 해서 우월한 도시에 겁을 먹을걸 표현한 거다. 고작 테이크 아웃 컵에 말이다.
 
테이크 아웃 컵에 겁을 먹은 사람이 어떻게 학교에 가서 교수를 만나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몇 % 떼이더라도 환불 받을 수 있을 때 환불을 받고 그냥 여기를 떠나는 것이 나을 거라고 했다. 가을이니 아마 학교에 굴러다니는 낙엽도 겁이나서 피해 다닐 거니 말이다.
 
좋은 사람과 겁쟁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이 세상은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면 아마 대부분 겁쟁이일 확률이 높다. 착한건 겁이 많아서 비겁한 것과 무지해서 바보 같은 것과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 30대에 접어들면 거의 확실하다. 30대 이후로는 착함을 업그레이드해서 올바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들에게 마땅하고 정중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정식으로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한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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