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5 (2023.09.01)
돈이 있으면 서울이 나을까? 런던이 나을까?
오늘은 일행이 학교에서 BRP 카드를 받으려고 예약을 한 날이다. 오랜만에 시내를 나간다는 설렘을 안고 케리어에 잠만 자고 있던 옷도 챙겨 입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약속을 취소를 했다. 철도 파업을 했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버스도 있고, 지하철 있고, 자가용도 있을 텐데 철도를 파업했다고 학교 행정기관이 업무를 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학 경험이 있는 일행은 아마 교직원들이 철도 파업으로 출근을 하지 못해서 그럴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길퍼드에 6개월 살았던 형(2016년도)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매형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런던에 등교하기 위해서는 기차밖에 없다는 얘기를 했었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해서 외각에 있는 매연차는 런던 시내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각지대에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개인 승용차로도 출근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숙소 앞에 회사가 있는데 어제는 밤 8시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영국도 결국 디테일하게 보면 워라밸이 크게 균형을 잡지는 못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오늘 철도 파업으로 출근을 하지 못해서 야근을 한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출근을 안 했다.
아무튼 그래도 우리는 시내 구경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씻고 옷도 다 챙겨 입은 마당에 집에만 있기에는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행이 가을 옷을 몽땅 잃어버렸다고 했다. 전 숙소에 두고 온 거 같았다. 바지 4벌과 웃옷도 4벌 정도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 정도 양이면 놓칠 리가 없을 텐데..라는 합리적 생각으로 한 번 더 찾아봤지만 없다고 했다. 전 숙소 주인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읽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옷을 사기 위해서라도 시내에 나가야 했다. 일단 입을 바지가 없으니 바지만 하나 사고 전 숙소에서 연락이 오면 환불을 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 이 일기를 쭉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행과 전 숙소 사장과는 사이가 좋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차하면 옷을 대량으로 사야 할 생각까지 했다.
일단 점심을 먹으러 우정이라는 한식당에 들렸다. 갈비탕과 불고기 덮밥과 김치찌개를 시켰다. 비주얼에 실망을 금치 못했으나 맛은 아주 좋았다. 재방문 의사가 있다. 더군다나 김치찌개는 '비비다'보다 더 맛있었다. 다 먹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사장님(아주머니)이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사장님은 요즘 한국은 어떻냐고 운을 띄우셨고 내가 망하기 일보직전이라고 하고 원인을 말하려고 하니 사장님은 윤석열 때문에? 미국 때문에? 일본(오염수) 때문에? 등등 등등을 자꾸 말씀하시며 우리가 말을 할 틈을 주지 않으셨다. 그러면서 런던 삶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는데 27년을 살면서 후회를 하지 않고 살고 계시단다. 심지어 노무현 이후로 의료 혜택을 보는 것도 너무 힘들어져 한국에 갈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가볍게는 날씨부터 런던이 좋다고 하시며 결국에는 한국인의 고질적인 하나의 문화, 지적의 문화를 운운하시며 런던은 그런 게 없다고 하셨다.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상관없고 영어만 되면 자유로운 국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영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며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셨고 그 예로 언론이 통제받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신들은 어떻게 보면 알아야 할 뉴스를 보지 못한다고도 하셨다.
난 브렉시트 이후로의 삶에 대해서 물어봤고 식자재값 같은 것이 오르셨으니 그런 건 좀 어렵지 않으냐고 물으니, 어렵다고 하셨다. 하지만 가격을 그만큼 높이면 된다고 하셨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래서 식당에 손님이 줄어들면..이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님 그럴 리가 없기에 고민을 하지 않으셔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점심을 먹고 일행의 바지를 사기 위해 코번트 가든으로 향하며 일행의 유학 생활을 하며 머물렀던 기숙사도 잠시 둘러보며 이동을 했다. 바지는 COS에서 청바지를 샀다. 우리는 몬모스 커피를 마시려고 했으나 거기는 take out만 가능하다고 해서 일행이 이끄는 데로 갔으나 실망스러운 곳이어서 지친 나머지 집으로 갈까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는데 마침 스타벅스 지수점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우리는 쉬면서 우정 사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하나씩 분석하면서 믿을 건 믿고 거를 건 거르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언론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한국 이민자의 삶에 대한 분석을 이탈리아 유경준 씨와 두바이 영재 내 사장님과 모스크바 가이드님을 비교하면서 나름의 결론도 냈다.
그렇게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일행의 학교 가방을 보기 위해서 찾아놓은 매장을 3군데 들리고 리버티 백화점 구경도 했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버거 앤 랍스터 옥스퍼드 서커스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비싸진 가격에 놀랐지만 난 처음온 일행에게 런던에 살면서 어차피 한 번은 와야 할 곳이니 돈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우리는 콤보 2인 세트와 버거 단품을 하나 시키려고 했으나 버로우 마켓의 경험을 살려서 단품은 빼기로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은 옳았다. 그리고 맛은 오늘 하루를 완벽히 마무리 짓는 행복감을 주는 맛이었다. 점심에 한식을 먹었기에 더 좋은 결정이었던 거 같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본 시내 구경에 너무 신이 나서 아빠한테 또 오자고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돈 걱정하는 아버지 느낌도 들었다. 왠지 돌아가는 길이 좀 쓸쓸하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버스 타고 30분 거리도 되지 않는 이곳이 왠지 시내와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기에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고 일행은 메일을 한 번 더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전 숙소 주인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side take)
오늘 처음으로 '갤럭시 A34'를 사용해보았다. 성능은 좋다고 다들 말을 하나 기능은 형편없다. 예를 들면 학생이 너무 똑똑해서 시험은 잘 보나 즉석 물음에는 반응을 못하는 꼴이다. 전원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바로 카메라가 켜지는 것이 아니라 2초는 기다려야 한다. 사진을 찍으면 안찍히는 경우도 있고 2초 뒤에 찰칵하는 경우도 있다. 연속으로 누르면 한 번씩은 건너뛰면서 안찍힌다. 가령 3번 연속으로 누르면 2번째는 안찍힌다.
카메라 성능만 좋지 그걸 활용하는 기능은 떨어지니 역시 보급형은 효도폰으로 보는게 맞는거 같다.
'경험 쌓기 > 런던살이 2023-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던살이 Day 17 (2023.09.03) (0) | 2023.09.05 |
---|---|
런던살이 Day 16 (2023.09.03) (0) | 2023.09.03 |
런던살이 Day 14 (2023.08.31) (0) | 2023.09.01 |
런던살이 Day 13 (2023.08.30) (0) | 2023.08.31 |
런던살이 Day 12 (2023.08.29) (0) | 2023.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