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기/런던살이 2023-24

런던살이 Day 14 (2023.08.31)

_교문 밖 사색가 2023. 9. 1. 20:20

런던살이 Day 14 (2023.08.31)

 

우물안 개구리의 지혜(지식, 상식)는 우물안에서만 통용된다.

 
장을 보러 나섰다. 원래는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어 있어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가 오지 않아서 이럴바에야 집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자고 나섰다.
 
최종 목적지는 멀티탭을 사기 위해서다. 램지 하우스는 아늑해서 좋으나 콘센트가 너무 없었다. 아마도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으시려고 콘센트를 줄이신거 같다.
하나에 7파운드가 넘기에 검색해서 5파운드 대로 파는 O2 Centre까지는 지하철 한 정거장 보다 조금 더 가면 되었기에 걷기로 했다. 가는 길에 다이어트 용으로 먹는 식초도 사고 클렌징 오일용으로 사용하는 코코넛 오일도 샀다. 나는 이제 물을 세포까지 흡수시키기 위해먹는 소금만 사면 된다. 그리고 목적지에서 멀티탭도 구입했다.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나오는 길에 스마트 폰 케이스를 파는 팝업 스토어가 눈에 들어왔다. 런던에서 사용할 갤럭시 A34 케이스가 있는지 알아봤다. 점원은 상식이상으로 너무 적극적으로 케이스를 찾았고 우리는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우리는 적당한 시점에서 빠지려고 했으나 일행1은 자기도 예쁜게 있다면 하나 살거라고해서 더 알아보게 되었고 결국 그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그걸 보다 못한 일행2는 이런 열정이면 그냥 자기가 하나 사야겠다고 하며 맥세이프가 되는 케이스 하나를 샀다. 
우리는 사야할 사람들은 사지 못하고 생각없었던 사람이 사는 경우가 웃겨 웃게 되었다. 그 순간 점원(터키 사람으로 짐작됨)은 얼굴이 굳었고 나는 이 상황이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렇게 케이스를 구입하고 우리는 마트쪽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내가 짐작한 상황이 맞는지 일행에게 물었고 그게 맞다고 했다. 나는 일행에게 그러면 그 상황을 설명을 하지 그랬냐고 했다. 영어가 되는 일행은 공식영어는 너무 잘하는데 이런 인간관계 영어는 못한다. 그래서 영어가 늘지 않는 것도 있기에 이번에 이런 영어공부도 하려고 언어교환을 시도해보려고 하는것도 있다.
 
우리는 그 상황이 마음에 걸려 장을 다보고 그 점원을 찾아가 정식으로 정중히 사과를 했다. 그러더니 그 점원은 다 잊었다며 악수를 청했고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하루를 램지 할아버지에게 배운 여유와 배려와 관용을 실천해 본 날이 되었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하루에도 이렇게 약자와 강자의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우리는 케이스를 사면서 잠시 강자가 된 순간을 느꼈고 본의 아니게 약자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례를 범하게 되었다. 그나마 알아차려서 다행히 수습을 할 수 있었지 그냥 지나쳤다면 우리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른체로 오늘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날은 한국에서 정말 많았을거다. 그나마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는 특성때문에 쉽게 알아챌 수 있었던거 같다. 여기서는 우리도 약자인데 18파운드 쓴다고 그 순간 강자인냥 눈치없이 굴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속담은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속담같다. 우물안 개구리 속담이라는거다.
 
아무튼 그래도 미리 설명을 한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었기에 만족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키미션 80] 돌아가는 길에 찍은 오늘 유일한 사진이다. 집으로 향한 길에는 오늘 예보만 있었지 오지 않은 비가 벌처럼 내렸다. 다만 뒤늦게 사과한걸 참조해서 조금 약하지만 우산을 써야 할 정도만 내린거 같다.


 
(side take)
 
ALDI에서 산 양념 돼지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하루를 기쁘게 마감할 수 있었다. 먹고 뒤, 약간 허전함을 느껴 하나 남은 짜파게티도 바로 먹어서 모처럼 한국에서 배부르게 먹은 날처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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