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Day 10 (2023.08.27)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여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숙소 주인이 지인들을 불러서 가든 파티를 열었다. 런던 지인도 불러서 같은 중국인 지인들에게 나 이만큼 산다, 좋은 집 있다, 런던 친구도 있다, 등등을 자랑하려는 태도로 보였다. 이런 것을 하는 목적은 진짜 친해서거나 자랑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후자쪽이 맞아 보였다. 4시간 정도 파티를 하고 끝날 때 숙소 주인의 얼굴을 봤는데 큰일 치뤘다는 경직된 표정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였다면 좋은 친구들 만나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파티를 마감했을거기 때문이다.
오늘은 노팅힐 카티발 중에 어린이 카니발을 하는 날이라서 가볼까 고민을 했지만 가지 않고 숙소 주인의 가든 파티를 보길 잘한거 같다. 이민자의 무거운 삶을 좀 느꼈기 때문이다. 이민자에게 동포란 친구인지 시기의 대상인지 같은 것을 생각해보게 된거 같다.
이건 마치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가 주인없는 이민자 국가가 된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걸 여기서도 느꼈다.
숙소 주인의 이런 모습을 보니 왜 전기 공사할 때 환불해줄테니 일정 모두 다 취소해도 된다고 먼저 언급을 했는지, 가방을 엘리베이터 이용을 하지 못하면서 왜 자꾸 올리라고 했는지, 정당한 요구에 왜 민감하게 굴었는지, 공용공간 문을 왜 2틀전에 잠궈버리고 우리보고 쓸 자격이 없다고 했는지, 특히 빨래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빨래는 서양사람들이나 해주는 서비스로 생각했을거다. 우리같은 특히 한국인에 빨래를 해준다는 것은 아마 숙소 주인에게 치욕스러운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아무튼 여기서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지인들에게 보이고 런던 친구도 있다는 자랑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애잔함도 느껴졌다. 마지막에 두 자녀와 함께 뒷정리를 하는 뒷 모습과 남은 음식을 싸들고 자기 집으로 향해 가는 얼굴에는 행복함은 커녕 자신의 삶이 비굴해보이지만 이렇게 사는게 맞다, 그래서 나는 이만큼 살고 있는거니까, 같은 마인드가 느껴졌다.
솔직히 가든 파티라면 자기 집 마당에서 해야 하는데 숙소로 사용하는 집에서 하는 것도 좀 그렇다. 더군다나 투숙객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도 있었을거다. 동양에서는 손님은 왕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손님이 서양 사람들이었다면 좋아했을거다. 런던 지인 자랑하듯이 말이다.
참고로 파티가 거의 끝나갈 때쯤 우리가 외출을 했는데 손님들이 현관에서 다 나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때 숙소 주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우리를 외면했다. 숙소 주인이 진짜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면 눈인사 정도는 했을거고 적극적이었다면 우리가 손님이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했을거니 말이다. 참고로 숙소 주인 지인들은 우리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약간 어색해 했다.
그런 이민자의 모습을 관찰하고나서 산책을 나섰다. 늘 가는 공원에서 좁은 도로 하나를 더 건너니 다른 공원이 보였다. 내일 Bank Holiday를 맞이해서 가족, 친구들이 나와서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이 숙소 주인과는 대비되는 여유가 보였다. 다시 말해서 진짜 친했다면 이런 공원에 나와서 저들처럼 캐치볼 같은거라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맞는거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인스타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런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이민자들의 삶도 삶이지만, 진짜 현실을 더 좋게 사는 런던 사람들과 진짜 현실을 외면하고 인스타그램에 빠져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교가 되는 공원 산책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했다.
'경험 쌓기 > 런던살이 2023-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던살이 Day 12 (2023.08.29) (0) | 2023.08.30 |
---|---|
런던살이 Day 11 (2023.08.28) (0) | 2023.08.29 |
런던살이 Day 09 (2023.08.26) (0) | 2023.08.27 |
런던살이 Day 08 (2023.08.25) (0) | 2023.08.26 |
런던살이 Day 07 (2023.08.24) (0) | 2023.08.26 |